스내커

미국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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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만해도 사람들은 미국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 속단했습니다.

 

하지만 달러는 여전히 그 지위를 유지하며 미국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마제국이 망한 것은 재정이 악화된 로마정부가 불순물을 섞은 금화를 주조하면서 주변국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몽골제국의 화폐인 교초도 그랬고, 영국의 파운드화도 그랬습니다. 아무리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했다고 해도 더 이상 금이나 은으로 바꿀 수 없는 화폐는 그 생명을 잃게 되었고 그 돈을 찍어내던 제국은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인류 역사상 딱 하나의 예외만 제외하면 말이죠.

 

바로 ‘미국’입니다.

 

 

♠ 미국, 금이 아닌 석유로 기축통화를 공고히 하다

미국은 1971년부터 이미 달러를 가져와도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며 금태환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달러는 오히려 더더욱 공고하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합니다.

 

바로 그들이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장악했기 때문이죠.

 

1975년 미국의 국방장관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서 중동의 석유개발 및 판매를 미국이 대행해주는 대신 OPEC에서 석유 대금의 결제를 달러로만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설령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는 종이돈일지라도 석유를 사기 위해선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화폐! 슈퍼파워 달러(dollar)가 그 입지를 굳히는 순간이었죠.

 

이때부터 달러는 석유를 살 수 있는 유일한 화폐로서 명실공히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게 됩니다. (※)

 

솔직히 지금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유일한 예외 국가가 미국입니다.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습니다.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 전혀 상관이 없는 나라입니다. 그냥 프린터로 필요한 만큼 달러를 찍어내면 되는 나라이니까요.

 

이게 바로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의 힘이죠!!

 

 

♠ 미국, 기름값으로 소련을 붕괴시키다

사실상 OPEC을 장악한 미국은 결국 미소냉전시대에서도 완승을 거둡니다. 미국은 기름값을 내림으로써 소련을 몰락시켰죠.

 

당시 소련은 매장된 석유를 팔아서 그 돈으로 소비에트연방과 동유럽 등 공산국가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은 OPEC를 움직여서 기름값을 다운시킵니다. 결국 소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연방과 공산국가들이 각자 제 살길 찾으라며 쥐고 있던 소비에트의 끈을 놓게 됩니다.

 

최근의 기름값 하락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집니다. 이 역시 미국의 의도가 있다고 봐야겠죠. 최근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금 발언권을 점점 높여가고 있습니다. 크림반도에서 서방과의 갈등을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기름값 하락. 미국이 소련 붕괴의 묘수를 다시 한번 써먹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죠.

 

미국이 현명한 것은 역사상 제국의 발목을 잡았던 ‘금(또는 은)’을 담보로 한 기축통화에서 탈피하여 ‘석유’라는 물건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라 보입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달러를 가져오면 금을 주겠다’에서 ‘석유를 사려거든 달러를 가져오라’로 바꾼 그 대목입니다.

 

어떻게 그런 구조를 짜서 세상을 지배할 생각을 했는지 감탄하고 존경해야 할 겁니다. 역시 지배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최정상의 위치에 서면 언제나 새로운 도전자의 도전을 받게 마련입니다.

 

 

♠ 중국, 다시 ‘금’으로 미국에 반기를 들까?

이번에는 중국이 나섰습니다.

 

중국은 급격히 성장한 경제력을 내세워 자신들과의 무역거래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기를 요구해왔고 또 그게 상당부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론 달러의 위상을 엎기엔 부족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금태환 선언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금태환을 하려면 그 나라 정부가 엄청난 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직 중국정부는 충분한 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중반부터 중국이 홍콩을 통해 수입하는 금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또한 그 시기가 중국이 미국채권 매입을 중단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고 합니다.

 

일부 리서치 기관에서는 2011년 8월이후 매년 발생한 3천억 달러의 무역흑자 금액 중 적어도 절반이 금 매입에 쓰였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은 금 1만톤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성을 함락시키고 왕의 목을 베어 정권을 잡는 시대가 아닙니다. 기축통화를 잡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금융경제의 시대입니다. 기축통화의 위상은, 모든 국가가 인정을 해주어야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그 동안의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금을 담보로 기축통화를 유지해 왔다면, 미국은 다른 방법을 썼습니다. 바로 석유입니다.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다시금 금을 담보로 기축통화를 만들어 낼까요?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을 할까요? 향후 한판 승부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 참고로 달러가 기축통화로 유지하는 근간이 석유라는 의견은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전병서 지음, 참돌刊, 2014)의 내용(79~80페이지)을 참고했습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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