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책과 경영)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해야 할 일의 항목을 적어보니 A4용지로 10페이지가 넘었던 적이 있다. 장기적으로 해야할 일, 당장해야 할 일, 어떤 프로젝트에서 고려해야 할 일등을 적다보니 어느 순간에 10페이지가 넘은 것이다. 수시로 그 내용들을 보면서 좀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 걸 어떻게 내가 다 할 수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의 어렵고 쉽고를 떠나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몸은 하나요, 머리도 하난데. A4용지 10장분량의 일들을 모두 잘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웃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줄여보자고 마음먹고 장단기적으로 먹고 사는 것과 관련이 없는 것, 가능성이 없는 것, 가능성이 있어도 충분하지 않은 것들을 지워보았다. 그러니 순식간에 3페이지로 줄었다.

 

“버리기를 끝내는 것이 완벽한 정리의 전제가 된다. 마음이 설레는 지, 설레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모든 물건을 가려내 제대로 버리지 않고서는 정리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제대로 줄이지 않고 수납만 하거나 어중하게 줄여서는 다시 집안이 복잡해지는 쓰라린 체험(정리바운드)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리 바운드에 빠지는 것은 어중간하게 정리하고 말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버린다고 해서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무엇이든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설레는 물건을 제대로 남겨야 한다. 그렇게 할 수있어야 정리를 잘한 것이고, 그로부터 비로소 이상적인 생활을 할 수있게 된다. …… 나는 무엇에 설레고 무엇에 설레지 않는가? …… 이 책은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린 후, 이상적인 집과 설레는 생활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를 주세로 한다.” 이 부분을 일으면서 뭐든지 자신이 하는 일을 오래하면 꼭 인생과 비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은 인생이야,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야, 골프는 그 사람의 인격이야 …..’ 이 책을 쓴 곤도도 자신의 직업인 ‘정리컨설턴트’를 하면서 ‘정리’라는 단어를 통해서 자신을 보고, 타인을 보고, 인생을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말하는 그 ‘설레는 인생’을 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좁디 좁은 나의 사무실도 이 책에서 나오는 대로 ‘정리해볼까?’하고 둘러보았다. 흠, 책이 대부분이구만. 일단 골랐다. 읽으면서 실망한 책, 너무 시대가 흘러가버린 실용서적들을 몇 권 뽑아서 버렸다. 그 다음은 양말과 신발의 샘플들. 그 다음은 오래된 서류들. 그 다음은 ‘나’. 별로 재미있지도, 설레지도 않는 일들을 많이하는 ‘나’를 버려버려? 그럼 설레는 일은 무엇이고, 설레지 않는 일은 무엇?

 

“설렘의 순위정하기는 다른 종류의 물건에도 응용할 수있다. 설레는지 설레지 않는지 망설여지면 책, 취미용품등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계속 순위를 매겨보면 좋다. 물론 주위의 모든 물건에 순위를 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베스트 10, 베스트 20같은 식으로 순위를 매기다보면 ‘이 물건 이하로는 역할완료’하고 자신의 설렘의 선이 명확히 보인다.” 좋다! 설레는 일의 순서를 정해보자. 대충 적어보니 12개이다. 그 중에서 가장 설레는 것은 역시 ‘무역을 해서 돈을 많이 벌만한 일’이다. 그리고 하나둘 손이 가는대로 적어보았다. 그리고서 버릴 만한 것이 무엇이 있나를 쳐다보니 버릴 게 없었다. 그건 시간의 순서만 있을 뿐이지 전부 내가 벌린 일이고, 잘 할려고 궁리하는 것들이었다. 다 뭉뚱그려 말한다면 장사에 관한 것이고, 좀 차이를 둔다면 무역에 관한 것이 10개이고 내수에 관한 것이 두 개다. 게다가 서로가 아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가 너무 미련이 많아서 그런가?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남기는 작업이 아니다. 물건과 자신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수정을 가하면서 지금보다 더 설레는 생활을 창조해가기 위한 최고의 학습방법이다. 과감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설레지 않는 물건을 일단 버리는 것은 진짜 설레는 물건들과 함께 생활을 경험해보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없어도 어떻게든 된다. 이는 정리 축제를 한창하고 있는 사람이 잊어서는 안될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물건에 대하여는 맞는 말이고, 아이디어에 대하여는 틀린 말이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는 정말 몇 년이 지나도 쳐다보거나 만져보지 않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일단 적어놓으면 언젠가 활용되거나 그로 인하여 다른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책도 가급적이면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워낙 공간이 협소해서 가끔은 버린다. 때로는 ‘전자책을 사서 봐?’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 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다보면 그 책의 내용들이 다시금 떠올려진다. 그래서 책을 버리기는 다른 것들보다 좀 어렵다. 사무실에 있는 양말들은 과감하게 정리를 했다. 왜냐하면 사업방식이 바뀌니까, 과거의 방식으로 만든 것들이 덜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신발에 대하여 버리거나 정리한 것은 없다. 여전히 진행형이고,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버려지는 것들은 내 마음에서 멀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그 잔해들을 보면서 ‘저 것들 때문에 내가 먹고 살았지!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들이 묻어난다. 그리고 한때는 매우 소중하게 여겨졌던 것들을 버리면서, 내 인생이 연극에서 말하는 하나의 막이 끝나고, 새로운 막이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새롭게 들여온 무언가의 자리를 위하여, 과거의 무언가를 버리는 것은 정말로 그 물건과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바라고 수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때때로 내가 살고 일하는 공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는 무엇이 설레는 물건이고, 무엇이 설레는 일일까?’하는 질문을 갖게 하고, 그 과정에 대한 당위성을 알려준 책이다. “정리가 실패했다고 해서 집이 폭발하지는 않는다. 먼저 선입관을 버리고 정리원칙을 지키자. 원칙대로 시도하면서 나머지는 자신의 설렘에 따라 세부적인 부분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정리 자체도 즐겁고 짧은 기간에 정리축제를 끝낸 수있는 방법이다. 정리 축제는 즐기는 자만이 성공할 수있다. 원칙만 제대로 지키고, 나머지는 자신의 설렘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 문제없다.” 그리고 자신의 설렘을 남에게 강요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어떤 공간에서 지낼 때 설레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 남에게 정리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졌어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바로 정리가 ‘완료’되었다고 할 수있다.”

 

“정리는 결국 자신을 보는 행위이다.”

 

이 책의 요점 : 우선 설레는 물건을 골라내고, 그 다음에는 다음 4개의 수납원칙을 지키면 된다.

1. 갤 수 있는 것은 전부 갠다 : 옷은 물론이고 …… 손에 들었을 때 흐물흐물한 감촉의 소재라면 일단 갠다. 그러면 부피가 줄어서 수납할 수 있는 물건의 개수가 늘어난다.

2. 세울 수 있는 것은 세운다 : 물건을 세우는 것만으로 수납공간의 높이를 최대한 살릴 수있고, 물건을 소유한 양도 한눈에 파악할 수있어서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3. 집중시킨다 : 같은 종류의 물건을 한 곳에 집중시킨다. 순서대로 물건을 각각 집중시키면 순식간에 수납이 간단해진다.

4. 사각으로 나눈다 : 빈 상자를 수납에 활용할 경우에는 통모양보다는 일반적으로 사각형 상자부터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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