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책과 경영)유로화의 종말




요즘 유럽이 시끄럽다. 그리스, 스페인 그리고 이태리의 경제가 말이 아닌가보다. 근데 그게 바다건너 머나먼 나라의 일이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벌써 유로화가 약해지고 있다. 양말을 핀란드와 독일로 수출하고, 맨발신발의 수입대금을 핀란드에 유로화로 지불하는 나는 현재의 유럽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요즘들어 유로화의 환율 변동폭이 커졌다. 그렇다고 매번 양말 수출가격을 올리고 내릴 수도 없고, 맨발신발 값을 내릴 때만 내려달라고 할 수도 없다. 도대체 기준 가격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내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바이어도 싫어하니까? 하는 일은 구멍가게인데 신경은 온 세상의 모든 일을 걱정해야하는 나는 주제가 넘은 것일까?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위기의 국가들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그리고 그 외에 재정이 탄탄한 국가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있을까?

1)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고 아일랜드 정부의 적자가 어느 정도 감축될 때까지 정부 공채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2) 채무불이행 절차를 간소화해서 이들 국가들의 정부부채를 GDP의 50-60%정도로 긴축시키는 방법이다. 3) 은행에 재정지원을 제공해 은행들이 알아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문제를 해결학게 하는 것이다. 4) 그리스가 통화연맹에서 탈퇴하는 방법이 있다. 5) (통화연맹에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해온) 독일이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럽통화연맹은 시작부터 많은 단점과 구조적 허점으로 삐걱거렸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종종 경제적인 문제들을 뒷전으로 밀어냈다. 회원국들의 다양한 경제구조와 생산성의 차이, 각국이 서로 다른 정책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유럽 통화연맹 창안자들은 실로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던 셈이다. 연맹 초기까지만 해도 이런 모험에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연맹이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 찬란한 보상은 퇴색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건 “통화연맹에 가입한다는 것은 화폐가치의 평가절하라는 정책 수단을 포기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은 임금에 초점을 맞춘 내부적 평가절하밖에 없다. 하지만 성공적인 내부적 평가절하도 결국은 수입을 감소시킨다. 이는 다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단순한 통화이상의 의미를 갖고있다. 유럽이 하나로 뭉쳤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다. 하나가 된 유럽은 평화와 자유를 보장해줄 것이다. 또 유로화는 유럽의 경제와 복지의 근간이기도 하다. 독일은 독일 자신을 위해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과 유로화를 필요로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현재의 유럽공동체가 정치적 이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문제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2차 대전을 겪은) 헬무트 콜 총리의 세대에게 있어서 유럽은 전쟁과 평화를 좌우하는 존재였지만, (전쟁을 겪지않은) 메르켈 총리세대에게 있어서 유럽은 비용과 편익의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유로(EURO)’하면 경제공동체로만 보는 데 현재의 유럽을 이해하려면 제레미 러프킨이 쓴 ‘유러피언드림’도 같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유러피언드림‘은 노무현대통령이 마지막에 읽은 책으로 유명해졌다. 아메리칸드림에 빗대어 새로 생겨난 유럽공동체가 갖고 있는 ’이상‘이라고 할 수있다. 러프킨이 정의하는 유러피언드림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개발을, 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오한 놀이(deep play, 완전한 몰입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활동)를, 재산권보다 보편적인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다.”

 

결국 세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1)유로화의 붕괴, 2)유로화존재 + 독일탈퇴, 3)유로화 존재 + 불량국가 탈퇴. 유럽에 양말을 수출하는 나의 장사에는 아무래도 3번째 시나리오가 유로화의 강세를 이끄니 가장 좋은가? 아니지 태국에서 수입하지만 유로화로 지불하게 될 신발로 보면 유로화의 약세가 더 유리하니 2번 시나리오가 더 좋을 것같기도 하다. 하기사 수출과 수입이 비슷해진다면 유로화의 환율변동에 영향을 덜 받게 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경우를 따져보더라도 물론 나의 입장에서 보아도 EC는 유지되는 것이 좋다. 우선 수출하는 절차가 간편하다. EC가 EURO(유로)화라는 통화를 발행하기 시작하고, 유럽 전체의 관세제도를 통일하고 나서 우리의 대 유럽수출은 엄청나게 늘었다. 그 이유는 우선 나의 주된 수출국가인 핀란드의 파트너의 활동범위가 인구 450만의 소국에서 인구 5억의 유럽전체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독일 파트너도 주변국가로 자유롭고 편하게 덴마크나 네델란드등으로 물건을 보낼 수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환율도 독일에 수출할 때는 독일마르크 (DM), 핀란드에 수출할 때는 핀란드마르크로 결재받았고, 결재기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EURO화로 통일되면서 유럽 전체의 거래환율이 하나로 통일되었다. 분만 아니라 U$1 = EURO 1를 목표로 발행된 유로화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환차익을 보게 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현재 한국과 EC사에에는 FTA가 체결되어 있다. 그로인한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여러 가지이다. 일단 유럽에 양말을 수출할 때 무관세로 보내기 때문에 중국제품과도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산과 독일산 부품을 사용하는 신발은 태국에서 생산해서 수입을 하는 데, 이는 한-아세안FTA가 체결되어 있어 무관세 혜택이 가능하다. 이처럼 나로서는 누가 뭐라해도 현재의 EC체재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런 나의 장사속셈을 뺀다하더라도 난 유럽공동체가 생겼던 그 이상을 그대로 살리면서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한다. 그건 평화를 바라는 인간의 희망이 달성될 수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공동체가 발족한 이후로 유럽에서는 전쟁이 거의 사라졌다. 특히 언제나 갈등과 전쟁의 당사자였던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을 하고 있다. ‘갑작스런 횡재를 통한 부의 달성’으로 일컬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 건국부터 따지면 약 300여년의 역사를 가졌다면,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가 출범한 이후로 따진다면 ‘유러피언드림’은 약 60여년의 역사를 가진다. 하지만 유럽 전체의 역사는 아주 길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유럽 각 국가에 이루어진 협력의 역사는 길다. 지금의 EU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여도, 이를 깨고 이전처럼 개별국가 시스템으로 간다고 하여도 그 이득이 클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정보통신으로 촘촘히 묶여진 세계 경제공동체나 다름없다.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웃나라, 먼나라의 눈치도 보아야 하는 세상이다. 각자의 통화정책을 취하게 된다고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장담은 아무도 못할 것이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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