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책과 경영) 맥스는 바퀴를 만들고 애먹었다


책을 읽고 경영에 써먹는다.


마케팅천재가 된 맥스



내가 파는 신발은 밑창 두께가 1mm에 불과하지만 땅바닥에 널려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물건들로부터 충분히 보호하면서, 맨발로 걷는 느낌을 충분히 줄 뿐만 아니라 땅의 온도까지 느낄 수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이 진화한 발과 발바닥의 기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인이 고통을 받고있는 갖가지 발의 질병에 대한 꽤나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장점을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의학적 자료도 얼마든지 구할 수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아서 고전을 하였다.

 

파라오가 지배하던 고대 이집트시대, 수메르지방에 맥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디. 그는 피라밋건설 현장에서 코끼리와 인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바퀴’를 발명하였다. 무거운 물건을 쉽게 옮길 수있게 고안한 것이다. 사람들은 바퀴를 이용하면 힘을 적게 들이고도 물건을 더 빨리 옮길 수있게 된 것이다. 그는 세계 각처의 모든 사람들이 바퀴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곧 부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은 바퀴를 사가지 않았고, 그는 엄청난 재고를 부담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그는 당대의 현자인 오라클 ‘오지’를 찾아간다. ‘오지’는 맥스에게 말한다.

 

“세상에는 바퀴를 원하는 사람이 없소. 다시 말해 당신은 세상이 원하지 않는 물건을 개발했다, 이말이오.”

 

난 이 책을 좋아한다. 위의 내용은 왜 대다수의 혁신적인 제품들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하는 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맥스가 발명한 바퀴는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길이 남을 발명품이었지만, 그 진가가 세상에 알려지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난 다음에는 짝퉁바퀴가 생기고, 경쟁자가 더 좋은 바퀴를 만들고, 고객감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가면서 맥스는 시장의 지배자가 된다.

 

내가 필맥스의 양말을 파는 것도 그랬다. 비록 한국에서는 발가락양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유럽에서는 거의 새로운 제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한국처럼 무좀양말이 아닌 패션양말로 승부를 걸은 것이다. 이미 시장에 양말은 널리고 쌓였다. 맥스처럼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제품을 유럽에 보낸 것이다. 유럽파트너들은 비교적 단시일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짝퉁 필맥스양말도 1년정도 지나니 터키와 중국산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은나노양말, 비단양말등을 개발하면서 짝퉁제품과의 갭을 넓혔다. 이 책의 과정을 거의 우리가 밟았던 셈이다.

 

이제 유럽에서 했던 일을 한국에서 내가 해야한다. ‘맨발신발’. 맥스의 바퀴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신어도 신은 것같지 않게 만든 신발은 오히려 거꾸로이다. 게다가 길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맨발로 걷기에는 지나치게 딱딱하고, 패션을 중시하는 여성들은 굳이 굽이 높은 신발을 좋아하고, 나이키.아디다스와 같은 대기업의 마케팅으로 신발은 반드시 쿠션과 딱딱한 밑창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알고 있다. 내가 ‘오지’를 찾아간다면 무슨 말을 할까? 아마 같은 말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난 역시 맥스와 같은 일들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맥스가 했던 일을 두 번이나 한 셈이다. 발가락양말의 존재조차 몰라서 유럽인들은 발가락양말의 필요성을 전혀 몰랐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필맥스 발가락양말은 양말의 BMW와 같다’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꽤나 고가제품으로 100만불어치를 팔았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신발은 두툼한 밑창에 키가 크게 보여주는 뒷꿈치가 있어야 생각하고 있는 데, 나는 고무신보다 더 얇고 부드러운데다 뒤꿈치마저 없는 신을 팔았다. ‘전혀 신발같지 않은 신발’ 그게 나의 마케팅모토였다.

 

유럽사람들에게는 ‘발가락양말은 멋있는 거야! 신어봐’라고 소리쳤고, 지금 한국사람들에게는 ‘여보세요, 신발이 건강에 좋지 않아요. 맨발이 더 좋대요!’라고 외쳐대고 있다. 나의 유럽파트너들은 꽤나 잘하였고, 난 아직 그들이 유럽에서 성공한 만큼 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말 실감한 게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 지 알면, 이미 다른 경쟁자가 그것을 공급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 사람들이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꽤나 엉뚱한 제품을 시장에서 팔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나는 잘하고 있는걸까?’ 아뭏튼 이 책은 나에게 뭐든지 처음 만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와우, 이거 세상에서 처음나왔고 굉장히 획기적인 제품이래!’하면서 우르르 몰려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주기는커녕, 대부분의 경우는 오히려 웃음거리 취급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난 나이키가 와플기계에 고무덩어리를 집어넣어 운동화를 처음 만든 것보다 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필맥스 맨발신발을 평가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나이키나 아디다스같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마케팅에는 시장의 고정관념과 싸우지 말라고 했던가?

 

그리고 짝퉁을 대하는 것도 여기서 배운 점이 많다. 필맥스라는 브랜드로 남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발가락양말’이 유럽에서 팔리자, 짝퉁이 나왔다. 그러자 내가 가장 자주 듣는 우려중의 하나가 “그렇게 열심히 해봐야 금방 중국에서 짝퉁이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이다. 맥스는 틈새시장의 개발, 새로운 서비스등으로 이를 극복하였다. 나역시 비슷한 길을 가야할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질문에 대체로 같은 대답을 한다.

 

“짝퉁이 무서우면 항상 짝퉁장사밖에 할 수가 없다. 어쨌든 짝퉁과 진품과의 시간차이가 있다. 짝퉁이 내가 시장을 개척한 후 1년 뒤에 들어온다면 난 그 1년이란 갭을 영원히 유지하도록 애를 써야 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그 차이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나는 유럽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자층을 개발하고, 그 중국산 짝퉁들과의 차이를 유지하기 양말에 패션성을 가미했을 뿐만 아니라, 신소재를 이용한 참숯, 쿨맥스, 비단양말등을 만들었다. 이 책에서 맥스는 소비자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고객만족 마케팅을 하였고, 기어와 도르래를 이용한 물레방아등 혁신적인 신기술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자신이 만드는 것을 남이 만들어낸 최첨단 혁신 기술인 ‘펌프’도 받아들인다.

 

이 책은 마케팅의 본질을 재미있게 요점정리를 참 잘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갖기 쉬운 착각,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알려준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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