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제품의 가격은 내가 정한다






해외 세일즈를 나가면 바이어들이 두 팔을 벌려가면서 만면의 웃음을 짓고 'Welcome to my office sir!'라고 하면 반겨준다. 그리고 자기의 사무실과 샘플 룸을 보여준다. 그 샘플룸에는 중국제, 베트남제, 태국제 그리고 한국의 경쟁사에서 보내온 아주 훌륭한 경쟁 제품들이 모두 모여있다. 그리고 약간의 잡담을 하다가는 상담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세일즈 맨의 기를 죽이는 방법이 하나있다. 그건 자기 책상위에 있는 전 세계에서 온 세일즈 맨들의 명함을 꺼내놓는 것이다. ‘자, 나에게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저렇게 많은 샘플을 보내가면서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넌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겠느냐?’라는 압박감을 준다. 그러면 대부분의 세일즈 맨들은 위축되면서 당황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조건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봐야 결국 중국산이나 베트남산보다는 높은 가격이기 쉽다.

 

그런데 가격은 그냥 가격만 낸다면 너무 재미가 없다. 세일즈도 어떻게 보면 게임이다. 그 게임의 룰을 상대가 정하면 나에게 유리할 수가 없지만, 그 룰을 나에게 맞도록 조금만 바꾸어도 판세는 바뀐다. 우선 중국에서 신발 한 켤레에 U$10을 제시하였다고 하자. 딜리버리는 석달, 최소 수량은 3000켤레. 그런데 나는 한 켤레에 U$15을 제시하는 대신에 딜리버리는 한달반, 최소 수량은 1500켤레라고 하자. 이러면 이것은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가격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에는 중국 바이어의 사무실에 갔다. 그런데 역시 같은 신발인 데 Made in Japan을 U$10을 제시하고, Made in Korea는 U$12을 제시하였다. 그러면 중국바이어는 어떨까? 그냥 생각하면 일본제품인데다 가격도 저렴하니 당연히 일본 신발을 살까? 요즘 같이 아베정권이 ‘일본이 벌렸던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며 피해 당사자였던 한국과 중국도 일본만큼 책임있다’고 하는 때에는 한국산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중-일관계가 매우 악화되고 소비자들은 일본을 싫어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수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페루의 바이어하고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 중국제품과 비교하는 바이어와 만났다. Made in China는 U$10이고, 나의 제품은 U$12불이다. 그런데 나는 선적후 90일후에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하였다고 하자. 그럼 어떨까? 우선 페루의 이자율이 20% 전후라면 적어도 5%만큼의 가격 차이는 조정된다. 보통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은 우리보다 이자율이 높다. 그건 은행시스템, 경제의 안정성이 불안정한 것도 있고, 발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사업기회도 많다. 그래서 이자율이 높다. 게다가 바이어는 현금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Made in China보다는 Made in Korea가 이미지도 좋다. 90일간의 이자는 무역보험공사를 통하여 수출품에 대한 사후 지급보증을 받으면 부동산 담보한 것만큼이나 싼 이자로 자금을 활용할 수있다. 이 이자는 바이어가 부담하라고 해도 되고, 내가 부담해도 된다. 이처럼 보다 좋은 지불조건을 제시하면 수출가격은 액면 그대로가 아니게 된다.

 

이제까지는 똑같은 제품으로 내가 가격을 정하는 방법만 말했다. 여기에다가 내 제품이 다른 경쟁자와 다르거나, 아예 새로운 제품이라면 어떨까? 그런데 사실 하늘 아래 아주 새로운 제품도 드물지만, 또 아주 같은 제품도 없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남들과 뭔가를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게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필맥스의 경우는 발가락양말이다. 그 양말을 만드는 기계는 누구나 구하자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기계이다. 그런데도 나오는 물건을 달랐다. 남들은 면양말을 만들 때 우리는 비단양말을 만들었고, 남들은 단지 여러 색을 조합하기만 할 때 우리는 남들보다 더 선명한 색의 양말을 만들었다. 그게 또 남들이 모르는 비결도 아니다. 단지 시간하고 노력이 더 들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가격에 10년넘게 팔았다.
 

규모가 웬만큼 커서 효율적으로 자금과 시설을 돌릴 수 있는 정도의 대기업이 아니면 애초부터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무리이다. 소규모 제품은 소규모기업들끼리 경쟁이 붙는다. 중국의 양말공장이 아무리 커봐야 한국공장보다 수백배 크지 않다. 실제로 그정도를 살만한 바이어도 그리 많지 않다. 그 다음부터는 디자인, 소재, 가격조건, 품질, 운임, 경제상황, 정치상황, 생산국의 정책, 소비국의 정책등 온갖 요소들이 다 들어간 다음에 비로소 비교가 가능한 게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룰은 다양하다. 가격은 그 수많은 요소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때 한국은 중국의 저렴한 가격에 밀리고, 일본의 고품질에 밀려서 샌드위치신세가 된다는 위기론이 있었다. 그러다가 중국보다는 품질이 좋고, 일본보다는 가격이 좋다는 역샌드위치론이 나왔다. 모든 바이어는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 하지만 그들도 자기의 제품중에는 가장 높은 가격부터 가장 낮은 가격까지 다양하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 가격을 얼마나 잘 설득할 수있는가의 문제이다. 그건 순전히 내 가격이 설득력의 문제이지, 달러로 얼마냐의 문제는 아니다.

 

바이어와의 가격논쟁을 이끄는 법 :

1. 일단 물건을 남들과는 다른 점을 확실히 말한다

2. 단순+단기 가격부터 전략+장기 가격을 다양하게 만든다

3. 바이어가 가격을 원할 때는 전략부터 말한다.

4. 단순 가격의 제시를 요구할 때는 다양한 옵션이 있음을 제시한다.

5. 제시한 가격에 내 제품을 좋아할 사람이 있음을 설득하라.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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