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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마케팅) 세일즈맨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세일즈맨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직원이 해외 나가 바이어를 만난다면 직급과 상관없이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언제나 ‘이 전에 없던 상황’을 만나게 된다. 물론 가장 일반적인 상황은 가격조정에 관한 것이다. 가격조정 정도는 출장을 나가기 전에 상하한 선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협상을 권한을 가져가는 것까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거의 언제나 따라오는 문제중의 하나가 품질과 제품의 수정이다. 이때 가장 일반적으로 생기는 문제중의 하나가 바이어가 요구하는 수준이 회사의 기본적인 생산능력 벗어나거나 지침의 한계밖에 있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 거절할 수도 있지만, 상대의 규모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면 당연히 고민을 해야 한다. 이때 출장자는 본사의 지침을 받아서 다음 날 결정하자고 할 수도 있고, 귀국해서 2-3주내에 알려주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 당연히 바이어의 관심도는 현저히 낮아지면서 상담은 종료된다. 국내 거래와는 달리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는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국에서 의사결정하는 데 1주일이 걸리면 외국에서는 한두달이 걸릴 수도 있고 그저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한번 출장을 나갔다 들어오는 데는 적지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그저 바이어의 얼굴만 보고 올 수는 없다. 그래서 뭔가 성과를 내야하고, 소기업으로서는 그게 적지 않은 투자이다. 그래서 소기업의 해외 출장은 대체로 사장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처음 거래하는 바이어나 새로 하게되는 거래의 규모가 크다고 생각될 때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해외 수출거래는 중소기업에게는 언제나 치명적일 수있다. 그건 예상되는 거래의 규모가 적어서가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이거나 장기적인 거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하는 바이어와의 상담은 언제나 전략적이라고 볼 수있다. 그렇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사장이 나갈 수는 없다. 그럼 회사의 발전은 사장의 한계에 한정이 된다. 결국 발전하고자 하거나 어느 정도의 인력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해외 영업인력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사장은 당연히 그들에게 업무에 맞는 권한을 위임한다. 그 권한의 위임은 대체로 5년이상 근무한 과장이상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해외 출장자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결정을 바이어와의 저녁 술자리에서 갑자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세일즈맨이 출장을 나가기 전에 충분히 사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협상의 한계도 지침을 받았다고 하지만 출장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비할 수는 없다. 지침을 주는 사람이던, 받는 사람이던 간에 기업이 직면한 환경, 이용가능한 전략, 그리고 전략이 초래하는 결과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결국은 회사가 준비된 범위내에서, 세일즈맨이 아는 범위내에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제한적 합리성! 세일즈맨은 알려고 노력은 많이 했지만, 다 알수는 없으니까, 아는 한도내에서 최대한의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세일즈맨에 바이어와 같이하는 현장에서 지침을 받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최대한 훌륭하게, 최소한 회사에 손해는 끼치지 않는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는 충분한 훈련이 되어있어야 하고, 사장은 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서 회사의 나가야 할 방향성, 전략적 목표, 이번 출장의 목표등에 대한 인식을 시켜주어야 한다. 직원은 목표 달성을 위한 권한을 위임받아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며 행동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니까 사장은 직원에게 목표지점이 찍혀있는 지형도를 주면, 그 지점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직원에 달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해외 세일즈를 한다는 것은 시스템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대기업처럼 확립된 시스템이 아니라 인력도 설비도 자금도 부족한 상태에서 언제나 뭔일이 터지면 그때마다 대략적으로 방향을 정해서 나아가야 하는 게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에서는 직급마다 자신이 접할 수있고, 할 수 있는 업무의 내용이 정해져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그야말로 온 회사의 일이 나의 일이다. 그 시스템이라는 게 거대한 게 아니라,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소기업에서 회사의 전략을 파악하고 방향성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시스템을 원활히 운영하도록 해외에서 수출 주문을 받는 것을 넘어서, 시스템이 더 나아지도록 개선을 할 수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화장품 기계회사에 다닐 때였다. 한 1년정도 다니다보니 회사의 사내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은 물론이고 왠만한 기계의 도면까지 읽을 수있게되었다. 그러다보니 문과를 나오고 무역을 전공한 나이지만, 기계에 대한 인콰이어리가 오면 기존의 기계에서 어느 정도 수정을 해서 가격은 얼마정도 내야할지 할 수있게 되었다. 이 때 대만에서 연간 50대 주문을 기본으로 하겠다면서 북경의 기계박람회에 같이 나가자고 한 적이 있다. 회사의 연간 매출액 전체를 넘어서는 제안이었고, 실제로 북경의 기계박람회에 바이어가 전액 참가비를 부담하면서 같이 나갔다. 그 곳에서 기계상의 문제로 전체 오더가 틀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예측이 가능했던 문제이고 끊임없이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지만 결국 터지고 말았다. 예정되었던 50대의 주문은 당연히 취소되었다. 이 일은 내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중의 하나이다. 회사 전체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을 크게 도모할 수 있는 일이었고 분명히 회사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그 기회의 중요성을 경영진과 모든 직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한 채, 그저 다른 기회들처럼 가볍게 넘겼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면 나의 인생은 아마 다른 방향으로 풀렸을 지도 모른다. 그 때 내가 좀더 전략적이었다면 사내정치에 대한 신경을 더 써야 했었다. 그 미묘하게 흘러가는 인간관계, 누구의 일이 사내에서 더 먼저, 더 신경을 써가면서 해야 할 일인지를 분명하게 현장직원들에게 알려주었어야 한다. 그 때는 사내정치의 중요성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몇몇은 이미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떠날 줄은 몰랐다. 그런 그들이 기계에 이전만큼 신경을 쓸 리가 없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기계제작을 맡겼을 것이다.

 

이처럼 해외영업직원은 영어실력,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등도 필요하지만, 회사의 내외적인 상황전체를 돌아보고 향상시켜갈 전략적인 마인드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언제나 매우 다른 상황을 접하지는 않는다. 지난 번과 뭔가 다르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가 아주 깜깜하지는 않다. 그 결정은 결국 당사자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한 ‘제한적 합리성’에 따른다. 해외 영업사원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한계를 넓혀야 할 이유가 있다. 누구보다도 더 불확실한 상황에서 회사 전체의 운명을 걸고 내려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할테니까.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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