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강사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초로(初老)의 중년남성 20명을 앞에 두고, 친근감 형성을 위해 어린 시절 별명을 말해달라고 했지요. ‘땡칠이’부터 ‘문어대가리’ ‘조가이버’ 까지 다양한 별명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누더기’라는 별명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이름의 마지막이 ‘기’자로 끝나기도 하지만, 어려서 낡은 옷을 기워 입고 다녀서 생긴 별명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인생얘기를 청했더니, 어찌나 맛깔스럽게 얘기하시는지 강사인 저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은 그 분은, 세끼 밥을 풍족히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중국집에 취직해 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야간 상고에 진학했답니다. 중간에 병을 얻어 1년을 집에서 쉬고, 어렵게 졸업한 후에 중견기업에 취업해서 회사일하는 보람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3년 연상의 여인을 3년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셨구요. 이제는 은퇴자로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다고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을 마쳤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했지만 중간 중간 극적인 이야기들로 청중의 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한 입담이라고 만 말하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분의 인생역정이 드라마틱해서 그랬겠지요. 덕분에 20분 가까이 청중들과 더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열심히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제 책 한 권을 드렸더니 너무나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점점 찬물이 싫어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스펙이 좋은 사람보다 스토리가 있는 사람에게 끌립니다. 힘든 경험과 아픔, 도전, 극복, 사랑 들이 스토리가 되어 인생자산(人生資産)으로 쌓이는 걸 봅니다. 태풍 속에서 과실이 단단하게 익어가는 이치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 상황에서는 한없이 힘들어 보이지만, 잘 견디고 나면 단단하고 맛있는 열매가 생깁니다. 값진 진주도 조개의 아픔 속에서 생기잖아요.

 

혹여, 지금 힘든 상황 속에 있으신가요? 크게 도전할 일이 있으신가요? 잘 견뎌내셔서 여러분만의 스토리로 만들어 내시길 바랍니다. 세상은 여러분의 스토리에 귀 기울이고 박수로 답 할 겁니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힘 내세요~

 

“매일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된다”는 말로, 지금 힘겹게 스토리를 쓰고 계신 여러분을 위로 합니다!


<김윤숙 yskim6605@hanmail.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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