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빛 바랜 성장시대 경제학

입력 2015-02-01 12:41 수정 2015-02-04 17:26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성공은 최근 우리나라 영화의 주된 소비층이 40∙50대라는 것을 여실히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겠죠.

 

한국전쟁 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을 만든 장본인들의 치열했던 삶을 ‘덕수’라는 한 개인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냈던 영화라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저의 부모님, 삼촌 세대들의 이야기로써 그 분들의 희생과 땀의 결실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이만큼이나마 살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를 넘어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셨던 일부 부모님, 삼촌 세대들께서 ‘우리는 그렇게 고생을 해서 경제를 발전시켰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열정도 노력도 없다’ 며 젊은 세대들을 비판하시는 데는 심히 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말하는 요즘 젊은이들보다는 나이가 조금은 더 많은 선배 세대인 저로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을 위한 변명을 하고 싶어집니다.

 

 

♠ “그래도 그때는 성장의 시대였다!”

 

「국제시장」의 배경이 되었던 60년대, 70년대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였습니다. 196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8%였고, 1970년대는 무려 10.5%였습니다.

 

당시 우리 부모님, 삼촌 세대들은 당신들이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강물이 흘러줬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헤엄을 쳤던 것입니다. 물론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팔다리를 움직여가며 헤엄을 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힘이 들어 잠시 쉬더라도 강물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 전진을 했습니다.

 

당시가 성장의 시대였던 것은 비단 한국 국민만의 노력이나 의지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냉전시대의 정치논리나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일본의 원조 등 그 이유는 실로 다양한 것이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그때는 발전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있었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하고 팽창하던 시대였습니다. 제가 속한 세대가 사회 첫발을 디딜 때까지만 해도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머지 않아 강물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굳이 그 시기를 나누자면 90년대 말 IMF 구제금융을 기점으로 말입니다.

 

 

♠ “지금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시대”

 

2000년대부터 우리 경제성장률은 급속히 하락했습니다. 급기야 2012년에는 2.3%까지 떨어졌습니다. 성장의 시대와 셈법이 달라진 것이죠. 이제 강물은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강물이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헤엄을 쳐서 전진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현재 젊은 세대인 20대 후반 30대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그나마 호시절을 약간 맛본 저희 40대 세대보다 더 열악한 상황인 거죠.

 

아무리 팔다리를 움직여 가며 헤엄을 쳐도 거의 제자리입니다. 그러다 힘이 빠져 잠시 쉬기라도 하면 바로 강물에 떠내려가 뒤로 밀려납니다.

 



 

2014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3%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자랑스런 우리 부모님, 삼촌 세대들이 열심히 헤엄을 쳤던 경제성장률 10%대와 환경이 달라도 너무 달라진 것입니다.

 

 

♠ “게다가 성장률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경제 이면의 문제도 있다”

 

‘그래도 경제성장률 3%대가 어디냐?’라고 역정을 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선진국도 대부분 성장률이 2~3%대이고 심지어 일본의 경우는 1%대 아니었냐며 환경 핑계를 대지 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성장은 쥐꼬리만큼 하는데 그나마 그 쥐꼬리만큼인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이나 일부 부유층에만 편중이 됩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 대비한, 일반가계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의 비율을 보면 그 비중이 점점 줄어 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반 해도 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이 7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비록 파이는 적었으나 「국제시장」의 ‘덕수네’ 가족과 같은 일반가계가 거기서 70%를 가져갔다는 겁니다.

 

하지만 2013년 그 비율은 56%밖에 되지 않습니다. 비록 그 동안 파이는 커졌으나 ‘덕수’ 자녀들의 가족이 가져가는 몫의 비중은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나라 전체는 많이 벌었는데 정작 가계는 그만큼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그런데도, 계속 옛날 방식을 고수하려고?”

 

더욱더 문제인 것은 강물의 흐름은 이미 바뀌었는데 정책을 펴는 분들은 과거 성장시대의 성공경험을 저성장의 시대에도 여전히 접목시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성장시대의 성공경험을 가지신 나이 많고 높으신 분들은 아직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서 외화를 많이 벌어 들이면 경제가 좋아지고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고 계신 듯 합니다.

 

강물의 흐름이 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바뀌었으면 헤엄을 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헤엄을 치는 목적 자체가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힘을 쓴다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에서 자꾸 빨리 빨리 전진하라고 윽박지르면 성과도 없고 금새 지쳐서 낙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지금은 전진하는 수영보다는 즐기는 수영을 하는 게 더 행복할지 모릅니다. 성공이 삶의 목표가 아닌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아버지 약속 지켰어예. 하지만 너무 힘들었어예.’

 

「국제시장」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평생을 아버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덕수’의 독백과 거실에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웃는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대비됩니다.

 

그분들의 피땀과 눈물로 손주들의 재롱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손주들이 10년 후, 20년 후 성인이 되었을 때도 그렇게 행복하고 풍요로울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우리가 아직도 성장신화에만 빠져 60년대, 70년대 사고방식을 계속 강요하는 한, 과거 그 분들의 성공신화가 이제는 실패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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