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겨울에 핀 무궁화 1 : 청혼

winter

 

품팔이가 찾아왔다. 서영남(徐煐男)을 그렇게 부른다.

“형님, 승규선배 큰 일 났습니다.”

영남이가 느닷없이 나타나 호들갑을 떨었다.

<승규? 장승규(張勝奎)말이냐?>

“예, 검사장 지낸 장승규 선배 말입니다.”

<큰일? 무슨 큰 일?>

“말기 대장암이랍니다.”

<응?>

내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승규에 대한 인연이 딱히 꼬집을 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승규는 대학 동문이고 법대 후배다.

대학 때는 존재감이 없었던 승규에게 전설, 신화, 행운아, 독종 등의 별명이 붙게 된 사연이 있었다.

승규가 대학 3학년 때 2년 후배인, 그러니까 갓 입학한 햇병아리 여대생과의 연애가 시작됐다.

대학 3학년이 될 때까지 공부와는 담 쌓고 지냈던 승규는 주로 당구장, 기원, 볼링장에서 살았다. 학교 근처의 맥주 집과 통닭집 애용도 유별났다.

졸업반이 된 승규가 진로에 대해 고민 하면서도 고시나 취직을 위해 준비 하는 것은 딱히 없었다.

다만 햇병아리와의 연애는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도가 나갔다.

집이 부자였던 탓에 결혼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뚜렷한 직장 없이 결혼해 달라는 얘기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생이 되자 미소가 떠올랐다. 대학교수가 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이젠 됐다. 청혼하자」

청혼은 순조로울 듯 했다.

햇병아리에게 「대학교수 어떠냐?」고 물었을 때 「좋다」 는 답을 들었고 내친 김에 부모님의 승낙을 얻어내기로 했다.

승규는 자신의 부모님은 반대(?) 하지 않으리라 자신했다. 햇병아리의 부모님도 햇병아리의 태도로 봐서 큰 문제 될게 없을 것으로 좋게 생각했다.

승규가 양복 빼 입고 인사 하던 날, 의외의 변수가 일어났다.

“그래, 법대생이라구?”

<예,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햇병아리가 거들었다.

<대학원 마치고 유학한 다음 교수 될 거예요.>

햇병아리는 신이 나 있었다.

 

이 때 아버지는 불쑥 “고시는 포기했나?” 하고 안경 너머로 흘겨보는 듯 한 눈초리를 보냈다.

그 눈초리에는 ‘법대생이면 고시 도전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법대생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 할 고시를 포기한 듯 한 승규의 태도에 대한 불만의 뜻이 담겨 있었다.

결국 이날의 결론은 승규가 고시 합격 후 결혼하는 조건으로 양측 합의가 이뤄졌다.

승규는 낙뢰를 맞은 듯 했다.

「이게 무슨 꼴인가? 그래, 나 법대생이야!」

갑자기 큰 울림이 왔다.

 

그날 이후 승규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표본이 됐다.

고시 공부에 미친 듯이 몰두 했다.

그 결과 대학원을 졸업하기도 전에 고시에 합격한 승규는 당당히 청혼을 했다.

군 법무관 마치고 검사가 된 뒤로 승승장구 했다.

 

내가 승규를 기억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문의 밤」 행사에서 승규의 얘기가 신화나 전설이 돼 흘러 다니는 것을 귀동냥으로 들은 것과 특별 검사로 발탁됐을 때, 검사장으로 승진 됐을 때를 신문이나 동문회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때문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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