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정말 나는 투자를 받을 수있을까?

정말 나는 투자를 받을 수있을까?
                                                        (나를 알고 장사하자)



맨발신발을 처음 시작할 때였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자산은 ‘필맥스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발가락양말의 마케팅’에 전체가 소진된 상태였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맨발신발’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신발을 개발하였다.

그래서 신발을 구매하고 마케팅을 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여기 저기 찾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3년동안 거의 한두달에 한번은 누군가에게 투자를 받기위한 사업계획서를 보내고 설명하곤 했지만 여지껏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초기에 신발사업을 크게 하는 어떤 분이 그랬다. 자기도 어려운 때가 있었지만,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자력으로 활로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나에게 결코 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을 했다. 그때만해도 난 맨발신발의 사업성을 확신하였기에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꾸준히 사업계획서를 업데이트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실패하곤 했지만 FEDEX를 설립한 프레드릭 스미스는 투자를 받는 데 20여년 가까이 걸렸고, 미국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하워드 슐츠역시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를 받기 위하여 300명이상의 투자자를 만났던 것을 나의 귀감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 투자를 받지 못하였다.

2009년도에 사업계획서를 돌이켜보면 난 나의 ‘맨발신발’의 현재가치와 필맥스라는 이름을 지나치게 크게 보았다. 그 근거로는 일단 공장에 투자되었던 설비와 재고 그리고 재기가능성, 맨발신발이 시작하면서 뉴욕타임즈에 새로운 신발의 흐름을 이끌어갈 세 가지 신발로 기사화됨을 근거로 ‘필맥스’의 사업가치를 20억원으로 내멋대로 잡았다. 물론 거기에는 나이키의 ‘프리’, 비브람의 ‘다섯발가락 신발의 호조’, 의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맨발 달리기, 걷기’의 유용성, 쿠션이 두툼한 신발이 인체에 주는 역효과등 논문들도 맨발신발의 전망을 밝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20억원의 사업가치를 인정받고 10억원을 투자받아 제대로 물건을 만들어 수입해서 마케팅을 하면 몇 년내에 몇 백억의 매출을 올릴 수있을 것이라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물론 그 매출에는 아시아권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알아왔던 사람들, 신발과 관련하여 만났던 사람들과 언론사에 보내는 A4용지 한 장으로 만든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나름대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가고, 그들에게 맨발신발의 사업성을 설득하는 데 한번에 끝내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면서도 지속되는 투자유치의 실패는 나로하여금 점차 사업가치를 20억원에서 현실적으로 낮추어가는 과정을 겪게 하였다. 그건 내가 사업의 전망에 대하여 비관적이 되었다기 보다는, 거듭되는 투자유치 실패로 인하여 투자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투자유치를 위한 시간을 지내다보니 내가 유치하고자 하는 5-10억원이라는 것이 참 애매한 금액이었다. 더그 데이텀이 지은 ‘5년후 당신의 회사는 건재할 것인가?’에서 그 말이 나온다. “신생 벤처기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을 빌려 줄 수있는 곳은 무척 많다. 또한 성장의 늪을 이미 거친 탄탄한 기업들에 500만달러, 1000만달러, 그 이상의 자본을 대줄 사모 투자회사들도 많다. 하지만 자본시장에는 25만달러에서 50만달러 사이 자본을 대줄 만한 곳은 찾기 힘들다. 중소기업청에서 발행하는 ‘미국 중소기업 대출’에 나오는 자료를 보아도 25만달러에서 100만달러 규모 대출 건수가 가장 적은 것을 알 수있다.”

흔히 말하는 창투사로 가기에는 금액이 너무 작았고, 개인엔젤들이 투자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였던 것이다. 창투사들은 보통 100억원은 넘어야 자기네 사업규모에서 의미있는 이익을 볼 수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 이하의 금액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사업가치를 30억원의 가치로 올려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불발이었다.

그리고 만나본 소규모의 개인엔젤들은 대체로 나의 사업계획서에 대한 회신이 없거나, 금액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5억원은 당치도 않다는 반응이다. 일단 내가 5억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신발을 1억원어치 수입을 하고, 마케팅비용으로 1억원을 설정했다. 나머지 3억원은 차후에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추가로 들여올 신발 수입대금으로 준비하고자 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내가 이 사업을 그동안 경영해왔던 것, 양말에 상당한 액수를 투자한 것은 물론이고 장래 사업가치도 어느 정도는 있다는 것을 제외한 것은 물론이고 일체의 개인적인 프리미엄을 가지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금액은 온전히 새로운 회사의 자본금으로 계산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반응에 나와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던 사람들은 침묵이나 ‘에이, 그게 아닌데’ 혹은 ‘너가 경영을 제대로 할 수있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서 적극적으로 검토를 했던 사람들도 결국은 무소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드물게 나와 몇 시간을 토론했던 사람들은 대부분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면서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말을 하였다. 어떤 경우든 난 나의 지분을 50%를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것이 그들에게는 나의 지나친 욕심으로 보인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당신이 그동안 수고하고 사업성은 어느 정도는 인정하겠지만, 내가 투자를 한다면 자신이 50%이상의 지분은 물론 경영에 대한 일체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나로서는 매우 섭섭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조건이기도 했다.

투자자와 사업자 간에 사업을 보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면, 사업자로서도 상대의 입장도 수긍할 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자는 사업이 잘 진행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투자를 받고, 장기적인 전략까지 고민하면서 투자유치를 하고자 하지만, 투자자는 일단 ‘사업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되, 망할 경우에 어떻게 할까?’를 우선적으로 고민한다. 창업투자사들은 보통 수익률을 연간 최소 50%이상을 바라보고 한다. 심지어는 몇 년내 몇 100%의 수익이 기대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것도 금융과 마케팅에 빠삭하다는 전문 직원들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고르고 고른 회사에 투자를 하지만, 창투사들의 생존율이란 일반 기업보다도 오히려 낮고, 수익을 내서 대박을 치는 경우란 그야말로 흔히 말하는 로또 수준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계획서를 만들 때 가장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망했을 때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출구전략’이다. 하물며 자기 자산이 몇 억원을 굴리는 개인투자자의 경우는 그 출구전략이 더없이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없다. 자칫 한번의 잘못된 투자로 개인투자자는 자기 재산의 상당부분을 한 방에 날려 보낼 수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의 경우를 보면 이미 사업의 밑바탕을 충분히 다져놓았지만, 마지막 몇 푼이 부족해서 투자를 받고자 하는 것인데, 자신이 이루어놓았던 많은 부분과 실제로 손으로 만질 수있는 재고와 경영 현황을 눈으로 보면서도 거의 모든 것을 자신이 가져가겠다는 투자자가가 야속할 수밖에 없다. 나같은 경우도 신제품 재고가 1억이 넘는 데 1억을 투자하면서 경영권의 50%이상을 갖겠다고 한 사람도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그의 투자를 받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보지만, 그의 입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요구할 수있는 최대의 권한은 무엇일까?

마이클 젠슨이 지은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보면 ‘잔여청구권’이라는 말이 나온다. “잔여청구권은 현금의 유입과 기타 청구권 보유자들에게 약정한 지급액 사이의 차이로부터 얻어지는 순현금 흐름에 대한 청구권이다. 잔여청구권의 위험은 유한책임 조항에 의해서만 제한을 받는 데, 이 조항들조차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현금이익으로 회사의 비용을 제한 나머지 현금에 대하여 나에게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최악이 상태에서 회사가 망해도, 투자자는 최대한을 되찾아갈 수있는 방법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위험을 나누고 수익도 나누어 갖는 동업적 성격의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담보를 요구하거나, 제3자의 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는 위험이 거의 없는 사업에 투자를 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투자유치를 하면서 듣는 말중에 ‘일단 사업을 한 바퀴 돌려서 성공한 것을 보여주세요. 그럼 투자하겠습니다’이다. 그럼 성공한 마당에 뭣하러 온갖 부담과 불편함을 지고 투자를 받겠는가? 한번은 ‘그래, 당신이 이 사업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시장성을 보여주세요’라고 했다. 실제로 난 그 사람이 투자를 할 의도가 있다고 믿었고, 본인도 그렇게 믿게 하고 여러 번 만나기도 하였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재고의 거의 대부분을 한번에 팔았다. 이전에도 이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만일 소비자에게 팔 만한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받을 불신이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한 마디에 난 실제로 내 맨발신발의 거의 대부분을 팔았고, 그에게 ‘이 정도로 시장성이 있읍니다’라고 자신있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했다. ‘나도 신발에 대하여 꽤 아는 데, 왜 당신한테 투자해야되!’. 결국 난 투자도 못받고, 소비자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재고가 떨어졌습니다. 조속히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여러 달동안 해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에 대한 사업성을 확신하고 추진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에 대하여 확신하면서 돈을 댔지만 양 쪽 모두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보다도 더 많은 경우는 돈이 필요하는 사람과 사업거리가 필요한 사람이 만났으면서도, 서로 간에 마음이 맞지 않아 일을 시작도 못해본다. 나 역시도 그 과정을 오래 겪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겪어야 할 지 모르지만, 서로 간에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맟춘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몇 년거치면서 나도 투자유치 희망을 금액을 많이 낮추었다. 돌이켜보건대 사업자는 투자를 유치하려면 1) 사업의 장래가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2) 기존의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잊어야 할 비용으로 하고, 3) 투자를 유치해야 할 최소 금액으로는 사업을 정상궤도로 돌아 갈 수있는 최소비용으로 잡아야 한다. 나같은 경우는 1회 물건을 나의 의도대로 수입할 수있는 물량과 최소한의 마케팅 비용으로 잡았다.

사진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14111752@N07/4865331513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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