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가 천방지축으로 놀아 나더니……

“성기 (成基), 병원에 있답니다.”

   <병원에는 왜? >

“무릎 수술을 했다나 봐요.”

   <무릎은 왜? >

“몰라요, 병원에 한번 가 봐야겠죠? “

성기, 그는 말 안 듣는 개구리 같은 친구다. 하기야 그의 아버지도 한 평생 제 잘난 맛으로 살다 갔다.

성기는 고교시절 여중생 데리고 시골에서 서울 집으로 불쑥 나타 났었다.

자고 갈 양으로 찾아 온 것을 타일러서 돌려 보낸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마치고 시골에서 농사짓기 싫다며 찾아 왔을 때 먹고 잘 수 있는 직장에 취직을 시켜 준 뒤로 서울에서 줄곧 살아왔다.

직장 생활은 잘 했으므로 과장까지 진급했을 때 사업한다며 진로를 바꿨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이혼을 두 번이나 했다.

아들은 2명이 태어났다.

가계(家系)가 그런 모양이었다.

아들 둘 다 대학 못 갔고 변변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 세일즈를 일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자애들은 달고 다닌다.

가까운 친척이라 『성기』 라는 이름부터 바꾸라고 했더니 그의 아버지 자존심 상했는지 “괜한 참견 말라구” 하며 화를 많이 냈었다.

친척들은 『성기가 참 말썽 이네요』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도 했다.

대물림이 판박이로 내려가는 듯 하다.

지난해에 만났을 때 성기는 많이 뚱뚱해져 있었고 배도 많이 튀어나와 있었다.

머리는 벗겨지고 얼굴은 개기름이 흘렀다.

통닭, 멍멍탕, 순대, 피자 등을 맛있다며 많이 먹었다.

“애인이 다섯 명 이었는데 지금은 결혼 할 여자 한 명만 남기고 다 정리했어요.”

묻지도 않은 얘기를 떠벌리며 “서울대학 나왔어요.” 하고 신이 나 있었다.

체격이 아무래도 탈이 나겠다 싶어 <생식 좀 줄 테니 먹어보라>고 했다.

“형님이나 많이 드슈, 그렇게 맛 없는 것 안 먹어요. 그깟 생식 먹고 기운이나 제대로 쓸 수 있겠어요?”

걱정돼서, 그래도 친척이고, 오랜 세월이 인연이 있고 해서 『친절』을 베풀었다가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성기 너는 안하무인 격으로, 제 잘난 멋으로 살다 가겠구나』

평생 『맛』을 밝히며 살아 온 인생. 그 맛 속에 행복이 있는 것으로 여기며 사는 인생, 산다는 게 뭐 그런 것 아니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여자와 돈을 찾아서 허둥지둥, 맛있는 것 남보다 많이 먹으려고 허둥지둥, 재미 있는 밤 일에 집착하며 허둥지둥, 머리 털 다 없어지고 대머리가 되든 말든 천방지축으로 허둥지둥, 동분서주 하던 성기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회복 될 수 있을까?

갑자기 그렇게 된 까닭은?

궁금했으므로 오래된 수첩 속에서 그의 명을 찾아냈다.

성기의 명은 신축(辛丑)년, 갑오(甲午)월, 을미(乙未)일, 정축(丁丑)시, 대운 8

성기는 금수기운이 약하다.

대운의 흐름도 불리하다.

미국으로 갔으면, 그리고 그곳에서 눌러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이 정축월이고, 대운도 축자(丑字)속에 있고, 곧 을미년이 시작되는데 일주가 을미니……

수술 안 해도 될 것을 수술하게 되는 것도 필연이구나.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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