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三上) 과 3B(Bath, Bed, Bus)

옛날 중국 송나라 유학자 구양수는 삼상지학(三上之學)이라고 했다. 삼상이란, 마상(馬上), 침상(枕上), 측상(厠上)을 말하는데, 말 위에서도, 잠잘 때 머리맡에서도,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구양수의 삼상지학을 통하여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잘 만들어지는 장소 역시 삼상 즉, ‘말 위에서 잠자리에서 그리고 화장실에서’라고 말한다. 최근의 경영컨설턴트들은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장소에 대하여 3B(bathㆍbedㆍbus)의 법칙을 말한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장소가 욕실(Bath)에서, 침대(Bed)에서, 그리고 버스(Bus)에서라는 것이다. 3B는 구양수가 말한 삼상과 일치한다.

 

이것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하’하고 떠오르는 것을 가정하며 말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사색을 할 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잠재되어있던 아이디어들이 어느 순간 스파크를 일으키며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가령, 나의 상황과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사람의 일을 나의 상황에 약간 변형하여 적용할 때 만들어진다. 탁월한 아이디어에 대해 사람들은 “유레카”와 같은 번뜩이는 순간의 통찰로 자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런 통찰은 일반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생각들이 연결되며 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진다.

 



 



(17세기 천재의 이미지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천재의 이미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천재의 이미지는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 그림처럼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뒤섞일 때 만들어진다.)

 

현미경과 회의 테이블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케빈 던바(Kevin Dunbar)의 실험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에 케빈 던바 맥길대 교수는 4곳의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카메라를 설치하여 연구원들을 관찰했다. 분자생물학 같은 첨단 과학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은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혼자 고개를 숙이고 현미경을 한참 들여다보며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던바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실제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얻어지는 것은 몇 명의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을 던바 교수는 탁월한 아이디어는 현미경이 아닌 회의 테이블에서 얻어진다고 표현했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사색에 잠길 때, ‘유레카’와 같이 얻어진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멋진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과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며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연결될 때 가장 폭발적으로 만들어진다. 핵심은 연결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연결될 때 새롭고 탁월한 무엇인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사색과 소통

우리는 가끔 잘못된 천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고독하고 우울하게 또는 세상과 단절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연구를 하거나 작품을 만드는 사람. 남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고집으로 사업을 하는 괴팍한 사람. 이렇게 남들과 단절되어 자신만의 세상에서 깜짝 놀랄만한 획기적인 연구나 작품을 만드는 천재의 모습을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17세기 18세기의 천재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지식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과거에는 그런 천재가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다. 21세기의 천재의 모습은 17세기 18세기 천재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지금은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또는 혼자만의 고집으로 어떤 획기적인 작품을 만들거나 연구를 진행할 수 없는 세상이다. 비즈니스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나 혼자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더구나 나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노벨상을 받는 사람들을 한번 검색해보라. 과거 노벨상은 대부분 한 명이 받았다. 그러나, 최근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3명씩 또는 4명씩 공동수상 한다. 혼자만의 연구로는 세계적인 성과를 올릴 수 없다.

 

결론은 사색과 소통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색이 깊어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나의 이야기 거리가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다양하게 소통해야 나의 사색이 성숙되는 것이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사색과 소통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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