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학에 대하여

입력 2012-04-25 08:55 수정 2012-04-25 08:56


통일의 경제학에 대하여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서울과 평양측의 숙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현실주의에 입각한 남북문제의 냉철한 조망이고, 두 번째가 구태와 구습을 떨쳐버린 새로운 남북관계다. 내가 추구한 목표는, 남북한이 지금껏 협상하고 협력해온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화장질’을 벗겨내자는 것이었다. 화장질이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정치적으로 현안과 물자를 주고받는 행위를 말한다. 나는 그런 식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상생이 가능한 경협 프로젝트를 기본으로 대화의 폭을 넓혀가고자 했다. 특사교환과 남북 정상회담도 당연히 그 내용에 포함시켜 추진됐다. ...... 남북한 문제는 상식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갖가지 복잡한 변수들이 항상 내재돼있다. 낙관론이 지배할 상황은 아니다.” (권오홍의 ‘나는 통일정치쇼의 들러리였다’ 중에서)



우리 식구가 파나마에서 살 때였어. 그 때가 1994년이었는 데, ‘김일성이 죽었다’는 현지 신문기사를 보았지. 그리고 나는 걱정하기 시작했어. 혹시나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날까봐. 실제로 외국의 언론에서는 며칠동안 대서특필해대고, 한국의 주가도 마구 떨어졌지. 그러다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은 거의 한달이 지난 후에나였을 거야. 그런데 2011년에 김정일이 죽었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 우선 그 기사 자체가 특종이기는 했지만, 아무도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날거라고 걱정을 했다거나, 주식이 떨어졌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 그건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한국 군함이 북한에 의하여 침몰되었는 데도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아. ‘또 북한에서 뭔일을 벌렸다보다’라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을 뿐이지.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뎅이가 배밖으로 나왔다고 할 수밖에 없지. 오히려 외국에서 연락이 와. ‘야! 한국에서 전쟁이 났다메!’ 그 사람들이야 가끔 이런 말을 들으니까 한국 친구를 걱정한다고 특별히 전화까지 하고 야단이지만, 정작 한국사람들은 무사태평. 이런 위험한 사태가 너무 오래되다보니 이제는 무감각해졌다고나 할까.



남북한이 이렇게 대치되는 것은 한국경제로서는 참 큰 일이야! 거기에 소요되는 국방비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전쟁국가로 분류되면서 항상 신용등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기업으로서는 브랜드이미지에 악영향을 받고. 그래서 항상 사람들은 통일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둘로 나뉘어지지. ‘천천히 하자’와 ‘지금 당장이라도 하자’. 하지만 ‘하지말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아고, 또 못하고 있지. 남북한은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야. 그런 면에서 우리 민족은 매우 특이해.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와 같이 지역적 특성이 매우 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 동네만 따로 나가서 독립하겠다‘고 하는 지역은 없지. 스페인의 ‘바스크’와 ‘카탈루냐’, 영국의 ‘스코틀란드’등 외국에서는 좀 다르다 싶으면 독립을 하려고 하는 데 말이야. 아마도 남북한이 통일되면 이런 지역적인 문제가 한동안은 심각할거야. 이미 통일독일에서 경험을 했으니까,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지. ‘공산-사회주의’와 ‘자본-민주주의’라는 매우 다른 이념적 틀안에서 이미 1945년 이래로 거의 70여년이나 분리되어서 살아왔으니, 같은 말을 쓰지만 생각방식은 전혀 다르게 되었으니까.



우선 ‘왜 통일을 해야하는 지’를 생각해볼까?

물론 같은 ‘한민족’이니까 라는 당위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이념적인 것이고 지금은 주제가 경제편지이니, 경제적으로 보자. 우선 국방비가 절감되겠지!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 약 250킬로에 대치하고 있는 병력이 남북한을 합치면 거의 150만명이 되는 데, 그 150만명의 군인이 가지고 있는 화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무기들이야. 그런데 통일이 되었을 때는 약 20만명정도는 충분하다는 연구결과도 있거든. 그럼 거기서 절약되는 비용만해도 엄청나지. 그리고 한창 일해야 할 젊은 인력들이 좀 더 생산적인 분야에서 그 열정을 쏟는다고 생각해봐. 그건 금전으로 환산이 안되지. 그 다음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있는 장점이 있지. 어느 나라든지 인구가 1억정도되면 외부 경제의 영향을 덜 받고 자체적으로 경제를 발전시켜갈 수있다고 하거든. 왜냐하면 그정도는 되어야 무엇을 개발하고, 국내에서 소비되었을 때 손해를 보지 않고 팔릴 수있는 규모가 된다는 거지. 그런데 남북한을 합치면 남한 5천만명, 북한 2500만명 합치면 7500만명. 국내 시장규모가 훨씬 커지는 거지.



물론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어. 그건 바로 ‘통일비용’이야. 통일비용이란 그 오랜 세월 분리되어 있던 민족을 다시 합치는 데 필요한 비용이야. 통일부의 정의를 인용하께. “통일비용은 남북한 체제통합 비용을 의미한다. 통일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은 경제적 측면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정치·사회·문화적 통합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소 비용을 포함한다. 통일비용은 통일로 인하여 부담하여야 하는 모든 경제적·비경제적 비용이다. 이러한 통일비용은 통일과정에서의 위기관리 비용·경제재건 비용·제도통합 비용·사회보장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통일비용은 단순 소모성 비용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투자적 성격의 비용이다. 통일비용은 미래를 위한 생산적 투자라고 할 수 있으며, 북한지역 건설을 위한 투자와 같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남북한에 모두 미치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독일은 이 '통일비용'으로 처음에 1조 마르크 정도를 예상했지만, 막상 쓰고보니 나중에 민간부분과 공공부문을 포함하여 2조 마르크, 우리 돈으로 따져서 무려 95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 셈이지. 한국은 어떨까? 여러 신문기사나 연구 자료를 취합해보면 기본적으로 1000조원이상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어.



어때? 정말로 막대한 돈이지? 그럼 사람들은 어떨까? 북한사람들은 물론 좋다고 하겠지만, 남한 사람들은 좀 달라졌어! 왜냐하면 그 최소 천조원이상되는 돈을 낼 사람은 당연히 남한에서 살던 사람들이 될테니까. 그래서 대체로 정치적이고 이상을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하거나 대체로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하자는 쪽이고,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하거나 대체로 우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사정을 봐가면서 천천히 하자는 것이지. 그렇지만 둘다 통일비용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 그럼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하자는 것인데, 그게 아까 맨 처음에 권오홍이 말한대로 좀 실질적으로 하자는 거지. ‘양쪽의 정치인들’, 그 중에서도 항상 선거를 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북한의 권력자들은 단물만 빼먹을라고 한다는 거야. 맞아. 권오홍은 아빠 친구야! 그래서 오랫동안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지도 조금 알고 있지.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바는 ‘자, 정치도 좋지만, 일단은 양국 국민의 생활수준을 비슷하게 올려놓자. 서로 먹고사는 문제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자’는 거지. 그게 맞는 말이야. 독일이 통일하는 데, 꽤 많이 들어간 것같지. 그래도 그 당시 공산주의였던 동독은 전체 공산주의 국가중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어. 그런데도 저 정도 들어갔거든. 그런데 지금의 북한을 봐봐.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니 한국에서 들어갈 비용은 독일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 그래서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라도, 서로 잘살기 위한 방법을 차근차근 만들어가자는 거지. 돌이켜보면 남북한이 김대중정부때부터 햇볕정책이다 뭐다 했지만, 그 성과라고는 ‘개성공단’뿐이야. 나머지는 남북간의 무역이지만, 규모가 별로 되지 않지. 물론 북한에서 보면 적지 않아서, 북한 최대의 수출국가가 남한이 되었지. 실제로 북한의 경제는 남한의 경제에 상당히 연결되어 있어서 북한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최대 수출국은 2007년을 이후로는 중국에서 남한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북한 전체 수출에서 개성공단의 20%가 넘고, 남한으로의 수출에서 개성공단의 비중은 거의 절반이야. 이게 다야! 거의 70년동안. 좀 한심하지! 2011년 11월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2010년 북한의 총수출은 25억5000만달러인데, 그중 대중수출이 11억9000만달러로 47%를 점하고 있고, 대남수출(반출)은 10억4000만달러로 41%에 이른다. 비록 2010년 들어와 역전되기는 했으나, 2006~2009년 동안 남한은 북한의 제1위 수출 대상국이었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어. 아마도 남북한 정치군사적인 긴장관계만 없어도, 남한의 기업인들은 좀더 북한에 많은 투자를 했을거야. 아다시피 한민족의 영민함과 손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잖아. 그래서 중국이나 베트남보다는 나은 데, 툭하면 뭔가가 터져서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그럼 또 북한은 개성공단을 닫겠다고 하지 않나, 남한에서는 개성공단에 있는 남한 기업인의 상주인 숫자를 줄이겠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마음놓고 갈 수가 없으니, 현재 이상의 규모를 늘릴 수가 없지. 그런면에서 보면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본받을 필요가 있어. 거긴 아무리 긴장관계가 높아져도 사람하고 돈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막지 않거든.


언제나 그랬지만, 이념은 일반 국민들과는 거리가 멀어. 그들은 단지 얼마나 잘먹고 잘살느냐가 문제일 뿐이야. 그런 면에서 남북한의 관계도 좀 더 합리적인 정치인들이 나와야 하고,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하는 거야. 전쟁이라는 것도 돌이켜 보면 언제나 정치인들간의 갈등으로 인한 거였지, 국민의 갈등은 아니었거든. 지금은 그게 무서운 거야. 과연 남북한의 정치인들이 합리적인지, 정말로 자신의 자존감보다 전쟁을 무서워하는 지. 그런 면에서 극좌는 남한사람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오판을 하게 하고, 극우는 지나치게 북한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 그래서 아빠는 이런 사람들을 싫어하지. 뭐든지, 중용이 필요해!



사진출처 : http://hooney.net/2005/06/16/117/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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