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난 너무 착한게 아닐까?

 

스티브 잡스가 죽었을 때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누구는 삼성에서 이런 정도의 천재가 나올 수있겠는 가 하고 비꼬는 글이었고, 나는 그래도 1명이 100만명을 먹여 살릴 수있음을 보여주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로 인하여 세계의 IT산업 흐름이 어느 날 갑자기 확 바뀌었고, 수백만명의 삶이 달라졌다. 그는 확실히 100만명을 먹여살리는 천재였다.

 

내가 스티브 잡스에 관심이 있는 것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선하게 잘생겼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나도 이게 칭찬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그 말에는 ‘당신, 그렇게 착해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있겠어!’하는 의심도 같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맞다. 비즈니스란 착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남들과 협상을 하면서 해야하는 것이라, 그 사람의 심성과는 별 관련이 없고, 남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비전을 세우고 일을 추진해가는 험난한 과정이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어쩔 수 없는 마찰과 오해들이 벌어진다.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풀어가야 뭔가를 이루어낸다. 그런 면에서는 나에게 그런 칭찬이 오히려 그 반대로 들리기 시작한 것은, 너무 늦었다. 진작에 그런 말의 의미를 알았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더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인간성은 누구에게도 호감을 주지 못하는 그야말로 괴팍하고 못된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

다케우치 가즈마사가 쓴 ‘스티브 잡스의 신의 교섭력’을 보면 참 성질괴팍한 그가 많은 사람의 영웅이 되는 이유를 알 수있다. “우리는 어쨌든 ‘득(공로)과 덕(인격)’ 양쪽 모두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것은 바람일 뿐이다. 공로를 세우지 못한 호인(好人)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에서는 공로가 최우선이다. 또 자신의 공로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공로를 세운 과정을 아는 사람은 가까운 관계자일 뿐, 세상은 전혀 모른다. 눈부시고 화려한 공로만이 세상 사람들의 평가 기준이다. …… 훌륭한 일을 하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고, 나머지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준다.” 그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여러 번 자기 것인양하여 일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에게 “처음에 누가 생각했는 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 아이디어가 좋다는 걸 알아 본 사람은 ‘나’다. ‘그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스티브 잡스는 ‘돌파력과 끈기’를 모두 갖고 있다. 애플에서 쫒겨나고 픽사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9년의 시간이 그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보면서 그의 ‘이기적인 파괴력’이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내 우유부단함을 고쳐서 ‘스티브 잡스처럼 남을 몰아세우며 일을 할 수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난 역시 ‘글쎄’라는 대답이 나올 것같다.

 

난 나 스스로도 삼국지의 ‘조조’보다는 ‘유비’같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해한 적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도 받으면서 좋은 일만하니까. 그런데 막상 돌이켜보면 유비가 이루어 놓은 것은 별로 없다. 물론 대혼란의 시대에 그래도 삼국이라는 세 축중의 하나를 이루었으니 대단하기는 하지만, 제갈공명과 휘하의 천하 명장들을 데리고도 통일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우유부단함, 착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갈공명도 그와 함께하기로 하면서 천운을 보니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하는 구나!’하면서 탄식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비의 인간됨에 끌려 평생을 같이했다. 물론 삼국지에서는 유비가 악하게 행동해야 할만한 기회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유비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조조’이고 싶다. 유비는 스스로는 성인군자였지만, 그 때문에 유비대신에 악역을 해야하는 ‘장비’같은 사람들이 필요했다. 나도 그렇다. 내가 뭔가를 하려면 ‘야야, 됬어, 네가 그런 말을 할 수나 있기는 해!’하면서 내대신 나서주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나도 할 수있는데 ….’하고 섭섭했지만, 돌이켜보면 사실이 그랬다. 대신에 조조 주변에는 조조를 대신하여 악역을 하는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 스스로는 악역이지만, 주위사람까지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국은 조조를 기반으로 한 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였다. 그런 우유부단한 착함은 주변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업무적으로도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파나마에 있을 때 현지 직원의 행실이 무척 나빠 해고를 해야 했는 데, 마침 상관이 귀국을 할 때여서 ‘떠나는 마당에 언짢은 일은 하지 마세요. 제가 하겠읍니다’했다. 그러고 그 녀석의 어려운 사정을 봐주며 차일피일하다가 결국은 된통당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 녀석이 고마워하지 않았다.

 

황희정승의 일화, 하인 둘이 싸우는 데 양쪽의 말을 들어보고 이놈도 옳다, 저놈도 옳다 하니, 옆에서 보던 다른 종놈이 아니 어르신은 줏대도 없으신가요? 했다한다. 그말을 듣고는 황희정승은 그래 네놈도 옳다고 했다. 분명 그분은 세 명의 사정을 꿰뚫어보는 이해력이 참 높으신 분이다. 그런데 만일 스티브 잡스가 황희정승처럼 했다면, 우리가 그의 애플에 열광하고, 그의 죽음을 아쉬워할까?

 

“사람들은 왜 잡스와 일하고 싶어할까? 잡스와 일하면 ‘세상에 없는 멋진 물건’을 만들어 낼 수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멋진 물건을 세상에 내놓은 경험은 그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에 자신있는 사람일수록 잡스의 포로가 된다. …… 잡스가 60세가 되어도 지금처럼 예리한 칼 그대로 일까? 아니면 이해심많은 노인이 되어있을까?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가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스캔들 메이커로 이름을 날리는 것처럼 잡스도 언제까지나 날카로운 경영자이기를 바란다. 둥글고 온화해진 잡스는 더는 잡스가 아니다.”

 

난 아직도 등산을 하면서 나에게 ‘홍사장님, 그렇게 착해서 일을 제대로 하실 수있나요?’라고 말해준 거래처 사장님께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 그건 나에게 나쁜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일을 이끌어 갈 때는 물불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모든 일을 헤쳐나가고, 내 생각을 거래처, 나의 직원이나 후배에게 어려워하더라도 강요할 수 있는 독함을 나도 할 수있음을 보여달라는 뜻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처럼 전혀 불가능해보이는 것도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면 당하는 직원도 이를 악물고 해내고야 만다. 그런데 그런 치열함이 나에게는 부족했고, 그게 남의 눈에도 보였던 거다. 그런 착함이 술먹기에는 좋지만, 같이 일하기에는 불안하다는 그의 말뜻을 요즘은 두고두고 되새기도 있다.

 

사업가의 평판은 결과로 보여주어야 하지, 인격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인격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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