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나의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지 10년이다. 사실 구멍가게가 자기 브랜드를 고집하는 것은 둘 중의 하나이다. 남들보다 더 빨리 죽거나, 아주 오래 살아남거나.

 

코트라에 있을 때 중소기업의 제품에 대한 수출상담 주선이나 바이어를 소개하다보면 항상 가격이 문제였다. 그런데 그 가격이 소비자였던 내가 본다면 정말 눈이 확돌아가게 싼 값이었다. ‘이래도 남아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량생산, 대량 판매를 전제로하는 수출가격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적응되지 않는 브랜드의 유무에 따른 가격차이다. 분명히 한국에서 나이키, 아디다스를 만들던 공장에서 바로 그 사람이 와서 더 좋은 신발을 내놓아도 바이어는 요지부동, 나이키.아디다스 값의 절반이하로 깍고 시작한다. 사실 바이어도 제품을 척 보면 어느 제품이 더 나은지 안다. 그래도 가격을 후려친다. 파는 사람도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게 너무 심하다. 브랜드가 없으면 사실 판매자로서의 대접도 받지 못한다. 그저 중국산이나 한국산이나 같은 값이 되버린다. 심지어는 브랜드없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사람보다, 나이키.아디다스 짝퉁이라도 팔겠다는 사람이 오히려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그런 일을 숱하게 보아온 터라 내가 제품을 만들어 팔 기회가 오자, 가장 먼저 만든 것이 ‘브랜드’이다. 사실 누구나 자기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제품에 자기만의 이름을 붙인다. 문제는 ‘그 이름’을 유지하기 위하여 얼마나 애쓰는 가이다. 장사를 하다보면 그 이름을 유지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남에게 알리는 광고는 둘째치고 자기가 만드는 제품에 자기 이름 붙이기가 쉽지 않다. 유통업자든 제조업자든 누구나 자기이름으로 물건을 팔고 싶어한다. 일단 조금만이라도 규모가 있는 바이어라면 자기 이름을 붙이기 원한다. 그러면 제조업체는 당장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두명의 바이어에 목숨을 거는 구멍가게라면 더욱 그렇다. 때로는 그 고민이 생존과 결부될 수도 있다. 게다가 구멍가게의 브랜드는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판매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거의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자기가 만드는 제품에 자기 이름은 넣지 못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거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전자저울 전문업체 : 카스

손목시계 업체 : 로만손

손톱깍기 : 쓰리세븐

콘돔 : 유니더스

 

이 회사들은 내가 93-95년 파나마에 있을 때 수출하기 위하여 만났던 업체들이다. 아직도 그 들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다. 시장점유율이 장난아니게 높다. 출장을 온 사람들의 자부심도 중소기업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과 바이어 상담을 가면 분위기가 매우 좋다. 바이어도 대접한다. 이 업체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OEM제안을 거부했다. 그거 쉽지 않다. OEM이란 상당한 물량을 보장하면서 선금까지 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만한 바이어도 많지 않거니와, 그렇게 믿을 만한 제조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둘 다 쉽지 않은 제안을 하고, 거절을 한 것이다.

 

1999년에 시작한 Feelmax도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살아남으면서, 수많은 OEM의 유혹도 있었지만, 독일과 핀란드 파트너의 힘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그 세월 속에는 우리의 수많은 말다툼과 화해가 있었다. 게다가 발가락양말이라는 ‘단품’판매 업체의 설움도 겪었다. 그래서 고민을 한게 ‘맨발신발’이다. 요즘(2009년 8월)은 그 맨발신발의 내수판매를 새로 시작하고 있다. 그 신발의 족보가 좀 복잡하다. 개발은 핀란드 파트너가 하고, 소재는 독일의 고무연구소에서 하고, 생산은 태국에서 하고, 판매는 한국에서 한다. 하지만 그 신발도 여전히 Feelmax, 우리 브랜드이다.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파는 제품이 Feelmax라는 게 자랑스럽다. 내 이름으로 내 제품을 파는 흔치않은 구멍가게이다. 남들이 나에게 묻는다. ‘그게 어디 브랜드에요?’. 그럼 난 ‘유럽브랜드이기도 하고, 내 브랜드에요’. 그 말을 할 때마다 내 가슴깊이 내 자존심이 죽지 않았음을 느낀다. Feelmax는 필맥스만의 특징이 있고, 그 것은 항상 독특했다. 그 독특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곧 죽어도 그렇게는 못해’라는 오기심이 있다. 그리고 공장이나, 나나 독일.유럽의 파트너들 사이에는 필맥스 이외의 일을 하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이다. 그 오기심 때문에 99%의 제조업체들이 죽어 나갔지만, 살아남은 회사는 자기 회사의 고유성을 간직하면서 전 세계 시장의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오래 살아남고자 자기 브랜드를 포기한 회사는 전부 다 죽는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따져본다면 그래도 자기 브랜드를 갖는 게 0.1%이지만 100년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안다. ‘자기 브랜드’ 그 찬란한 이름을.

 

“할리데이비슨”, 사실 별거 아니다. ‘둥둥둥’거리는그 독특한 엔진음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거다. 한때는 ‘소음’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그 소음을 계속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이 된 거다. 이제는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이름에 사람들이 끌리고, 그래서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자기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하여 노력할 뿐이다.

 

나도 그런 브랜드를 갖고 싶어한다. 굳이 프리미엄가격을 붙이지 않아도 ‘비천’하게 보이지 않고, 굳이 요란하게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나의 제품을 좋아하는, 그래서 그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사를 하고 싶다.

 

그럼 내가 지향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내가 고급스럽지는 않기 때문일까? 그냥 대다수의 사람들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성격이 되겠지. 아르마니는 아르마니의 세계가 있고, 파크랜드는 파크랜드의 세계가 있는거다. 그래서 난 차를 고를 때도 어디가서 긁혀도 아깝지 않은 범위내에서 가장 안전한 차를 선택하는 편이다.

 

포르쉐 보다는 소나타를,

Lui Borrelli 보다는 파크랜드 셔츠를,

Omas 보다는 파이로트만년필을,

고디바보다는 쵸코파이를......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예외는 나의 비단양말이다. 이 양말도 여전히 발가락양말인데, 한 켤레에 무려 ‘3-4’만원한다. 사실 이 비단양말은 내가 신어도 나의 다른 양말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4-5배까지 지불하면서 나보고 내 돈내고 사라면 난 안 산다. 그래도 이 양말이 팔린다. 주로 북구유럽의 스키어들이나, 아웃도어용으로 팔린다. 그 사람들은 그만큼 발이 예민해서 그런 모양이다. 이게 현재까지 내가 만들어 본 유일한 ‘비 서민계’제품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서민계 브랜드를 유지하기가 귀족계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귀족계 브랜드는 까다롭지만, 그리 변덕스럽지 않다. 게다가 유행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만들어가다 보면 유행이 따라온다. 하지만 서민계 브랜드는 사람들이 수시로 변한다. 귀족계 브랜드가 어떻게 바뀌는 지 눈치도 보아야 한다. 자칫하면 개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돈좀 벌었다 싶으면 서민계 브랜드 사용층이 귀족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도 대중의 안전이라든가, 물가상승이라든가 등등하면서 서민계 브랜드에게는 까다롭게 군다. 그래서 자칫하면 순식간에 세상의 지탄을 받는 기업이 되버려, 그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귀족브랜드에는 언론도 부러워한다. 기자들도 그런 그 브랜드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어한다. 그래서 오래동안 살아남은 브랜드중에는 귀족계 브랜드가 훨씬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안 변할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남에게 위압감을 주는 제품보다는 누구나 웃으면서 입을 수있고, 보는 사람도 편할 만한 그런 브랜드로 크고 싶다.
 

그러기 위하여는 독특함과 대중성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난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내가 살고자 하는 바대로 살아갈 수있다. 내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나의 사업을 유지할 만큼만 있으면 된다. 난 사실 욕심이 그리 많지 않다. 아이가 셋이니 삼성같은 회사 세개 만들어 하나씩 만들어 줄 정도면 난 만족한다. 그런 브랜드력 있는 회사가 되면 아수라장 같은 경쟁판에서 시장의 끝없는 가격인하 요구와 개성을 잃은 제품 만들기를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내 가격에 내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 그건 장사꾼의 자존심이다. 난 내 길을 가고 싶어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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