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기로에서

입력 2010-09-27 11:31 수정 2010-09-27 11:31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서

 

음식점의 예를 들자. 어느 집은 냉면만 팔아도 손님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그런데 어느 집은 온갖 음식을 다 취급하여도 그저 현 상황을 유지하는 수준인 식당도 있다. 냉면만 하는 집이 과연 좋은 전략일까? 만일 어느 날 갑자기 앞집에 더 맛있는 냉면전문집이 들어선다면, 또는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에 냉면 모밀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방송된다면, 이 집은 출구가 없이 하루아침에 쪽박을 찰 수도 있다. 반면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그저 그런 식당은 냉면만 메뉴에서 빼면 된다. 냉면대신 라면이나 쫄면을 팔면 그만이다.

 

한 가지 음식만으로 식당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오만가지 음식으로 성패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전문화와 다각화

 

바둑 구급, 훈수 구단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옆에 있는 사람이 판을 더 잘본다는 말이다. 경영도 그렇다. 어느 회사가 망했을 때 신문기사를 보면 대개 너무 한 곳에 치중해서 위험이 닥쳤을 때 대책없이 무너졌다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사업영역을 넓히느라 그 회사만의 강점을 가지지 못해 경쟁에서 뒤졌다는 평가이다.

 

선택과 집중,

 

성공적인 전략은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또 포착하도록 돕는다. 가치를 포착한 기업은 경쟁자가 모방하지 못하도록 강한 저항성을 지닌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경쟁업체가 따라하지 못할 방법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각 자산이나 능력에 맞는 특정한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전략적 집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집중에도 약점은 있다. 잘못된 목표를 맹신했다가는 후에 이를 깨닫고 나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결국 집중과 불확실성이 충돌하면서 전략패러독스가 발생한다. 가장 성공적인 전략의 토대는 ‘미래’환경에 가장 잘 들어맞도록 ‘현재’쏟아붓는 집중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할 수없으므로 미래 환경이 어떻게 변해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못된 추측으로 인해 잘못된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쉽게 바뀔 수있다면 그것은 집중이라 부를 수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성공이란 나중에 보니 올바른 집중이었던 선택을 했던 결과(행운)다. 반면에 실패는 여러 면에서 성공적인 집중과 비슷하나 시간이 지난 뒤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선택(불운)이다. 즉, 전략패러독스는 집중해야 할 전략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 전략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나온다. 이를 전략적 불확실성이라고 하겠다.

 

필맥스도 발가락양말만 고집하다가 4-5년을 어렵게 지냈다. 사람들은 나보고 발가락양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품목을 개발해보라고 했다. 아주 미미하게 존재하던 유럽의 발가락양말 시장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거의 독보적인 선두주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장 많이 수출할 때가 고작 120만불정도였다. 기계 6대로 시작해서 겨우 40대로 늘린 구멍가게 수준에서 이것저것 해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한계 바깥이었다. 그 것도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빠른 성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기계를 사들여 우리만의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양말 생산공정의 일관화를 이루었다. 생산부터 포장까지 자체 공장내에서 일관 생산하는 곳은 지금도 한국에서는 우리밖에 없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우리만의 생산방식을 만들어 내었고, 전 세계에서 우리만 만드는 특별한 제품 몇가지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도에 들어와 새로운 제품 그리고 투자를 잠시 멈추고 내실을 기한 다음 다시 성장전략을 하자고 하던 시점에서 유럽의 대중국 섬유쿼터가 풀리면서, 유럽시장에 중국산이 시장수요의 10배이상이 들어왔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시장선도자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점자로서의 어떤 잇점도 맛보지 못하고 시장이 무너져가는 것을 속절없이 보아야 했다. 워낙에 미미했던 발가락양말시장이었던 지라, 우리는 차라리 경쟁자도 들어와서 시장을 같이 키워가기를 기대했었다. 그리고 그게 교과서적인 시장의 흐름이었지만, 상황은 교과서와는 전혀 달랐다.

 

그렇다면 다시 2002년 쯤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일단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는 투자뿐이 다른 길이 없었다. 외주생산하기에는 우리의 제품이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관생산하면서 외주생산에서는 얻지 못할 만한 품질수준을 이루었다.

 

그 사이에 여러 제품이 우리의 눈앞에 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유럽에서 잘 팔리는 노르딕워킹용 폴대, 독특하게 생긴 빨래걸이, 발에 바르는 크림, 핀란드파트너의 경작지에서 나오는 블루베리, ...... 여러 가지 제품중에서 딱히나 자신이 있는 품목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분야로 들어가봐야 쉽게 성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발이다. 양말과 신발은 사실 상 같은 시장이다. Footwear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우리가 그렇게 키우려고 애쓰는 Feelmax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와도 전혀 충돌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의 브랜드로 새로운 신발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필맥스는 이미 한 번의 집중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새로운 전략적 옵션은 ‘Feelmax라는 브랜드에 집중하면서, 제품의 연결고리를 Footwear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가 ‘맨발신발’이라는 독특한 개념의 신발이다. ‘발’에 관한 것에 집중하다 보니 그 안에서 시장을 심화시킬 방도를 찾아낸 것이다. 만일 우리가 Feelmax라는 브랜드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모든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이미 소멸되었을 게 분명하다.

 

Feelmax에의 집중, 그게 우리의 위험하지만 위대해질 전략이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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