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하의 비리를 저질러라

입력 2009-06-29 10:21 수정 2009-06-29 10:21


 제법 친한 강사 한명이 필자에게 와서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해 동안 모 대기업과 교육을 진행하면서 고마운 마음에 기념품 볼펜 몇 개를 챙겨 보냈더니 담당자는 “우리는 사소한 선물이라도 절대 받지 않습니다”라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좋은 일 하려다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맞은 것인지 설상가상, 그 뒤로 그 회사는 더 이상 그 강사에게 강의를 의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들은 초우량 회사이기에 회사에는 일체의 작은 비리가 없다고 자랑하면서...... 한마디로 ‘이거 웬지 씁쓸한 걸!’이다.

원칙과 규정을 지키고 비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그러나 위의 인간적인 작은 정성마저 부정과 비리로 몰아 붙이는 것은 좀 심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가공할 만한 부정부패, 거액의 불법 비자금 조성, 사과상자에 건네는 검든 돈 등은 정말 불쾌한 비리이지만 가볍게 몇천원 짜리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책갈피에 슬쩍 도서상품권 한 두장을 끼워 넣는 것은 들켜도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유쾌한 비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불쾌감을 갖지 않을 비리의 숫자는 얼마인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요즘 식사 값이건 웬만한 상품 가격이건, 축의금이건 5만원 정도 넘으면 좀 과하다고 하고 수표를 동원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보았을 때, 또 마침 최근에 5만원 짜리 지폐가 나왔으니 5만원 이하의 비리는 눈감아 주는 것이 어떨까? 지나쳐서 부담되지 않을 비리의 계량적 한계를 5만원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털면 털끝 먼지 하나 안 나올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터럭 같이 작은 비리임에도 단호하게 단죄하는 것은 너무 팍팍한 삶을 강요하는 것이다. 게다가 회사 또는 조직생활 내내 비리 통제구역에서 산다면 그 누가 더 좋은 위치,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 하겠는가? .

벼를 잘 제거 하려면 근본적으로 잡초를 제거 해야 하지만 잡초를 뿌리 뽑았을 때 벼가 더 자라지 못하고 심한 병충해가 올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수십년을 성실하게 일한 어느 기술자는 가끔 회사 부품 한두개를 빼 내어 자신의 차를 정비하는 데 썼는데 이를 적발한 회사는 신상필벌을 명분으로 중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이후 그 기술자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지고 어느날 회사의 핵심기술을 가지고 경쟁사로 옮겨 갔다고 한다. 이처럼 작은 비리를 처벌하면 어차피 똑같이 처벌받을 것이니 큰 비리를 저지르는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한다. 지나치지 않을 5만원 이하의 비리에는 관대해 지자.
이제껏 가벼운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괜히 가슴 한켠이 찔리고 찜찜해 하였으니
5만원 이하로 비리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유쾌한 비리를 흐뭇하게 저질러 보자.
그렇다고 설마 5만원씩 나눠서 수십번 비리를 저지르는 나쁜 사람은 없을 테지.

한편 비리 중에는 아름다운 비리도 있다. 이는 거꾸로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
학교 선생님이 결식아동에게 슬쩍 식사 값을 챙겨주는 비리, 맘 좋은 상인이 정말 갖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반값에 물건을 건네주는 비리, 호프집 알바가 친구들이 왔을 때 맥주잔 꽉 채워 술을 따라가는 비리, 사무실에서 청소하는 가난한 아주머니가 안쓰러워 안 쓰는 회사 집기와 문구류를 가져다 쓰시라고 하는 비리, 만두집 종업원이 팔다 남은 만두를 포장해서 고아원에 달려가는 비리는 권장해야 한다.

5만원이하의 비리가 그로인하여 조직의 성과를 촉진하고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정도의 비리는 장려하도록 하자.
아마 5만원 지폐에 안착하신 사임당도 모른 척 눈감아 주실게다
롯데인재개발원 자문교수
한양여자대학 외래교수
관세청 교육개편 실무위원회 자문위원
소상공인진흥공단 컨설턴트, 한국교통대학교 외래교수
자치발전연구원 칼럼니스트
아하러닝 연구소 대표 컨설턴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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