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디플레이션 우려와 구매력평가이론(PPP)

KRW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밖에 몰랐던 우리에게 디플레이션이라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하지만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인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 2012년 10월 전년동월비 2.1%를 기록한 이후, 2014년 8월까지 줄곧 1%대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디플레이션은 무슨 바겐세일 하듯이 물건 가격이 내려가는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것입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선 자산가격이 하락하게 되죠. 물론, 그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생산과 고용을 줄이게 되죠. 지루하고 고통스런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겁니다. 일본이 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답니다.

 

 

구매력평가이론(PPP), 한 상품의 가격은 모든 나라에서 같아야 한다”

 

특히, 최근 ‘100엔에 993원’, ‘1달러에 1,073원’ 하는 식으로 계속되는 환율하락(원화 강세)현상 역시 우리경제의 디플레이션 조짐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지난 번에 설명했던 ‘국제피셔효과’와 같은 ‘평가이론(平價理論, Parity Conditions)’ 계열의 하나인 ‘구매력평가이론’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매력평가이론(Purchasing Power Parity)」이란 두 나라 사이의 환율의 변화율과 두 나라의 물가차이는 같다는 이론인데요. 이는 이론적으로 거래비용이 없다면 개방된 국제무역에서는 한 상품의 가격은 모든 나라에서 같아야 한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구매력평가이론: 환율변화율 ≒ 국내물가 – 외국물가

 

여기서 환율변화율이란 현재 환율(e0)과 미래 t시점의 환율(et)의 비율을 나타내죠. 즉, 지금 1달러에 1,000원인데 t시점에 1,100원이 된다면, 변화율은 10%가 되겠죠.

 

자 그럼 이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 보죠.

 

만약 ‘한국 빵값 = 1,000원 / 미국 빵값 = 1달러’이고 ‘원·달러 환율은 $1=\1,000’이라고 해보죠.

 

그런데 한국의 물가가 10% 올라 빵이 1,100원이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에서 100달러로 빵을 100개 사서 한국에 가져가서 그 빵을 팔면 110,000원을 받을 수 있겠죠. 이렇게 번 돈 110,000원을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꿉니다. 앞서 환율이 ‘$1=\1,000’라고 했으니 110,000원을 팔면 총 110달러를 살 수 있게 되겠죠. 결국, 이 사람은 10달러를 벌게 됩니다. (물론, 각종 비용이나 세금 등이 없다고 가정해야겠죠)

 

그럼 이런 거래가 자꾸 일어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외환시장에선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원화 가치는 떨어져서(환율인상) $1=\1,100으로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균형이 이루어지고 나면 더 이상 이런 거래는 일어 나지 않겠죠. 결론적으로 자국(우리나라) 물가가 10%(1,000원→1,100원)올라가면 환율도 따라서 10% 변화하게 되죠. 그래서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에는 환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거라 예상된다면 과연 두 나라 물가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미국 빵값은 여전히 1달러라고 가정한다면 한국 빵값이 900원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환율이 여전히 ‘$1=\1,000’라면, 이번엔 반대로 한국에서 90,000원으로 빵을 100개 사서 미국으로 가져가 빵을 팔겠죠. 빵을 판 돈 100달러(미국 빵값 1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100,000원을 받게 되고 10,000원을 벌 수가 있죠.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달러 팔자, 원화 사자가 늘어나니 원화의 가치는 올라가고 환율은 더욱 떨어지는 것입니다. 즉, 환율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음의 방증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우리경제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왔죠. 따라서 최근의 원화 강세는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리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다 가계부채부담, 인구고령화 등이 우리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지 오래되었습니다.

 

여기에 만약 미국의 본격적 출구전략, 중국의 버블붕괴, 일본의 아베노믹스 실패 등 굵직한 대외변수가 발발하면 이게 뇌관이 되어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많은 경제학자들의 시각입니다.

 

“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뜻하지 않았던 엉뚱한 일을 겪게 될 때, 우리는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인플레이션 환경에만 익숙해진 우리가 이제는 디플레이션에 반응하고 적응해야 할 때가 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산가격이 떨어진다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할까요?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