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현 온타케산 분화…화산재에 덮힌 산장/연합뉴스



 

9월27일 오전 11시53분, 일본 중부 나가노현 온타케산(御嶽山) 정상에서 굉음이 울렸다. 산정상 분화구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크고 작은 바윗돌이 쏟아졌다. 단풍철을 맞아 정상을 찾았던 수백명의 등산객은 화산재에 묻히고, 돌 파편 등에 맞았다.

온타케산(3067m)은 산악국가인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힌다. 후카다 규야가 쓴 ‘일본 100명산’에도 바위산 가운데 ‘왕’으로 쓰여있다. 등산 애호가들이 선정한 대표적인 ‘영산(靈山)’이다. 산세가 장엄하고 아름답다. 산상호수가 특히 매력적이란 평을 듣는다. 승려 등 수도를 하려는 구도자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100명산 중 30여곳에 올랐던 기자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오르고 싶었다. 해발 3000m가 넘지만 등산하기가 비교적 쉽다. 로프웨이를 이용하면 3시간 반에 산 정상 부근까지 갈 수 있다. 화산 분화가 일어난 지난 27일은 올해 단풍시즌의 첫 번째 주말이어서 등산객들이 많았다.

예상치 못했던 온타케산의 분화로 큰 인명피해가 났다. 심폐정지 상태로 확인된 희생자들은 대부분 산 정상 부근의 등산로 500m를 따라 화산재에 묻힌 채로 화를 당했다. 3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화산 분화 후 29일 수색구조 작업에서 심폐정지 상태의 등산객 5명이 새로 발견됐다. 현재까지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된 사람은 36명. 이중 12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헬기 등을 이용한 이송과 의사에 의한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망 판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육상자위대에 따르면 29일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41명에 달한다. 부상자들도 늘어나 중경상자가 전날의 40명에서 69명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조난 등산객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온타케산 분화 때 목숨을 건진 등산객들이 돌아오면서 폭발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돌비가 쏟아졌다” “죽는 줄 알았다”며 긴박하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로노 도모후미 씨(25) 분화 후 날아온 돌덩이와 열풍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동료 5명과 등산에 나섰던 니시자와 아키히코 씨(56)는 “‘쿵’하는 큰 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화산재가 비처럼 내렸다”며 순식간에 등산복이 시멘트를 덮어쓴 것처럼 회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야마모토 미치오 씨(54)는 “근처에 화산재에 파묻힌 두 명의 다리가 보였다” 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끔찍했던 현장을 전했다.

인근 산장으로 재빨리 피신해 목숨을 건진 등산객들에게도 죽음의 공포는 예외가 아니었다. 생존자들은 산장 안으로 화산재와 열풍이 밀려들어 사우나 실을 방불케 하는 폭염과도 싸워야 했다고 털어놨다.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가족들에게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 유서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온타케산에서 산장을 운영하는 세코 후미오 씨(67)는 “지옥도였다”며 참혹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예상치 못한 화산 폭발로 사상자가 많지만 30일까지도 유독가스가 흘러나와 수색작업은 진척이 없다. 자위대원과 경찰, 소방대원들은 28일 아침부터 헬기 등을 활용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화산폭발로 발생한 가스 때문에 의식불명자 이송에 난항을 겪었다. 수색대는 28일 오후 2시께 철수하고 29일 아침 작업을 재개했으나 황화수소의 농도가 심해지자 오후 1시30분께 수색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온타케산은 일본에 있는 110개의 활화산 중에서 후지산에 이어 가장 높은 산이다. 상시 관측 대상 47개 활화산 가운데 하나다. 온타케산에서는 1979년에도 중간 규모의 분화가 발생해 산기슭의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 2007년 3월 소규모 분화가 있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등산객들도 일본산을 찾는 사례가 빈번하다. 산세가 완만하고 높지 않은 한국산처럼 일본산을 만만하게 보다가 크고 작은 사고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기자도 일본의 많은 산을 오를 때마다 일본산은 한국산과 정말 다르다고 여러차례 실감을 했다. 조난사고를 당할뻔한 적도 있었다.

일본 산은 우선 높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선 2000m를 넘는 높은 산이 없다. 일본엔 2000~3000m급 고산들이 즐비하다. 산세도 매우 험하고 코스도 길어 자칫 길을 잃으면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하루종일 걸어도 등산객을 한 명도 마주치지 못하는 산들도 많다. 온타케산처럼 언제 화산이 분출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산들도 있다.

일본 산들을 보면 ‘일본인’들의 기질이 느껴지기도 한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깊은 산 아래에서 마그마가 부그부글 끓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이 잠재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이건 인생사가 매사 조심하는 게 좋다. 지나친 ‘용기’가 때론 ‘낭패’를 부를 수도 있다. 한일 외교관계에도 해당될 듯하다.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2007년 3월 말까지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 도쿄특파원 근무를 마친 후 2011년 3월부터 한경닷컴 뉴스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선문대 등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양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일본 기업 재발견(중앙경제평론사)' '다시 일어나는 경제대국,일본(미래에셋연구소)' '창업으로 하류사회 탈출하기(중앙경제평론사)' 등이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