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종목을 골라서 투자를 했습니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서 투자를 했던 거죠.

 

한 달이 넘게 지지부진하더니 그제야 분석이 맞았는지 정성이 동했는지 주가가 치고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거래량이 폭주하더니 주당 12,000원에 샀던 주식이 13,500원까지 오릅니다. 눈이 휘둥그레해 집니다. 그런데 어라 이게 웬일입니까?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 치더니 12,100원까지 내려갑니다.

 

이거 이 추세로 가다간 이익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볼 것 같은데!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결국 12,050원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매도를 해버립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입니까? 주가가 12,050원을 찍고 다시 반등을 하더니 13,400원에 종가를 찍고 장이 끝나는 게 아닙니까?

 

비록 손실을 보지는 않았지만 한 달을 기다려 왔던 인내심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주식 투자에서 매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어렵게 뛰어든 주식 투자인데 그 결과는 영 시원치 않습니다.

 

이것도 어디냐? 투자했다가 돈 잃은 경험에 비하면 그래도 본전에 빠져 나온 경험은 그나마 다행 아니냐? 라고 반문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죠.

 

금전적 손실이야 사자마자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더 크겠지만 정신적 손실은 쫄아서 팔아 버렸는데 그것을 밟고 주가가 올라버리는 경우에 더 큽니다. 억울해서 잠이 오지 않죠.

 

 

♠ 위험보다 손실을 더 싫어함

 

하지만 매번 우리는 다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불안감에 휩싸여 그런 실수를 또 저질러 버립니다.

 

그 이유는 인간은 위험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손실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바 있는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그의 오랜 파트너였던 ‘아모스 트베르스키(Amos Tversky)’ 교수와 함께 했던 실험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여기에 A와 B, 두 가지 선택 안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선택해 보세요.

 

A를 택하면 확실히 3,000달러를 받을 수 있고, (도박성 없음)

B를 선택하면 4,0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80%이고,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가능성이 20%라고 합니다. (도박성이 있음)

 

여러분은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카너먼과 트베르스키의 실험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의 80%가 도박성이 없는 ‘확실히’ 3,0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A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실 확률적으로 ‘기대이익’을 따져보면 A보다 B의 기대이익이 더 큽니다. A(3,000달러=3,000달러×100%), B(3,200달러=4,000달러×80%+0달러×20%) 이렇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나 되는 사람들이 A를 택했던 것이죠. ‘이익’이 생길 경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죠.

 

그런데 ‘손실’에 대한 태도는 다릅니다.

 

이번엔 또 다른 선택 안인 C와 D를 한번 살펴봅시다.

 

당신이 C를 선택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던 돈 중에서 3,000달러를 무조건 잃게 됩니다. (도박성 없음)

반면, D를 선택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던 4,000달러를 잃게 될 가능성이 80%이고, 한 푼도 잃지 않을 가능성이 20%입니다. (도박성이 있음)

 

카너먼과 트베르스키의 실험결과 이번에는 참가자의 무려 92%가 도박성이 있는 D를 선택하더라는 것입니다. 무조건 돈을 잃는 C보다도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는 20%의 가능성이 있는 D에 베팅을 하겠다는 것이죠.

 

이 역시 확률적인 ‘기대손실’로는 C(-3,000달러=-3,000달러×100%)보다 D(-3,200달러=-4,000달러×80%+0달러×20%)가 더 큰데도 말입니다.

 

이상의 실험을 통해 볼 때, 사람들은 도박성이 있는 위험 자체를 싫어한다기 보다 ‘손실’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손실을 원래의 크기보다 더 크고 더 무섭게 느끼는 것이죠.

 

 

♠ 우리는 주식투자에 적합하지 않는 유전자로 설계되어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처럼 위험 자체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과거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죠. 당시엔 수렵생활이 전부였을 겁니다. 그런데 사냥을 하다가 신체적으로 조금이라도 손실을 보게 되면 – 즉, 팔에 상처를 입거나 발목을 접질리거나 하게 되면 – 의료시설이 거의 없던 그 시절에 이것은 처음엔 경미한 손실이었을지라도 나중에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확실성 여부를 떠나 손실에 더 민감한 선택을 했던 인간들이 더 많이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겼을 거고, 오늘날 우리는 그런 비합리적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인류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을 테니 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민감하게 진화되었고, 따라서 손실에 대한 조그마한 시그널이 보여도 우리의 뇌는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호르몬을 분사해서 우리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여 ‘매도’ 버튼을 클릭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멋진(?)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유전적으로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벌기가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는 준엄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뛰어난 자기조절 능력으로 이를 제어하는 몇몇 소수의 돌연변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만요.

 

각종 그래프와 차트가 난무하는 주식투자에 재무적 숫자와 수학공식이 아니라 무슨 유전자 이야기냐구요? 하지만 그래프와 차트는 주식시장의 껍데기일 뿐이고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의 유전자의 치명적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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