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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로 천민 자본주의를 본다 ... 일본에서 부는 산촌 자본주의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의 침몰로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피해 규모도 엄청나지만 엉망인 대한민국 사회 구조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형사고가 되풀이 될 때마다 지적됐던 우리의 단점들이 고스란히 밝혀졌다.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 시설점검 미비, 무리한 운항, 선장의 도주 그리고 무능한 정부 등 다양한 사고 원인을 전문가들은 찾아냈다. 원인이 어디 이것뿐일까. 부끄럽지만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수백명 목숨을 앗아갔던 1970년 남영호,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을 겪고도 대한민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93년 구포역 열차 전복, 아시아나기 목포공항 추락과 서해 훼리호 침몰에 이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과 삼풍백화점 붕괴 등등…

세월호 참사는 대형 인명 사고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후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했다. ‘안전 대한민국’의 정부 구호가 거짓임을 알렸다.
 
대형 사고의 원인을 찾아가 보면 뿌리는 같다. 짧은 기간에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퍼진 ‘천민 자본주의’에 기본 원인이 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성과’만 내면 되고, ‘결과’만 좋으면 ‘변칙’을 인정하는 사회에선 또 다른 참혹한 사고가 터질 수 있다.

먼저 철저하게 책임 소재를 밝혀내 당사자와 관리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대형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전국민의 의식개혁도 필요하다. 몇 사람의 처벌만으로 한국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긴 어렵다.

‘돈’이 최고이고, ‘돈’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에서 원칙이 뿌리내리지 못한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미국식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배경에는 리더들의 ‘책임’과 ‘희생’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사고를 보면서 3년1개월 전 일본에서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동일본대지진 현장이 떠오른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일주일 취재하면서 일본의 저력을 새삼 실감했다. 일본인들이 가진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선진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철저함’에 있다.

0.001%의 가능성에 대비해 사회 안전 시스템을 갖추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선 때론 답답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래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지진 발생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매일 8시55분부터 9시까지 지진 현장을 찾아 피해 당사자들을 인터뷰해 내보내고 있다. 사고 당시를 되돌아보고 피해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사고 발생 며칠 동안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한달도 안돼 잊어버리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언론사에 몸을 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한국 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일조해온 책임을 통감한다. 이 자리를 빌어 독자들에게 사죄를 드린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선 새로운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도로망이 끊기고, 식수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량 소비를 장려하고, 머니(돈)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서구식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보려는 움직임도 확산 추세다.

모타니 고스케 일본종합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 대표적 인물이다. 지난해 하반기 그가 쓴 ‘산촌 자본주의(원제 里山 資本主義)’는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산촌 자본주의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물, 식량, 연료 등도 생존 필수품으로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악 국가인 일본 각지의 산촌 마을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연료를 만들고,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해 안정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오카야마현 마니와 시처럼 지역에서 생산되는 나무를 철저히 활용해 경제 자립을 추구하고 있는 곳도 있다.

산촌자본주의는 화폐(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제에서 구축된 서구식 ‘머니(금융) 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 옆에 돈에 의존하지 않은 ‘서브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돈이 부족해도 물, 식료품, 연료를 지속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안전, 안심의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예전의 농촌처럼 자급자족의 삶에 현대인의 생활을 맞춰가자는 억지 주장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숲, 인간 관계 등을 구축하기 위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자는 방안이다.

모타니 연구원은 “산촌자본주의는 머니 자본주의의 서브 시스템으로, 그리고 비상시엔 머니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으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열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경제 저성장기엔 현금 지출을 줄여 사는 게 좋은 노후 생활” 이라며 “돈을 많이 벌어 노후를 대비하려는 ‘방식’ 대신 산촌으로 돌아가 ‘돈의 사용을 줄이는 ‘방식’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월호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후진적인 시스템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고다. 많은 원인이 거론되고, 대책이 나올 것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획일적인 물질 만능주의 가치관이 원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구조를 끝까지 기대합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큽니다.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2007년 3월 말까지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 도쿄특파원 근무를 마친 후 2011년 3월부터 한경닷컴 뉴스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선문대 등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양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일본 기업 재발견(중앙경제평론사)' '다시 일어나는 경제대국,일본(미래에셋연구소)' '창업으로 하류사회 탈출하기(중앙경제평론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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