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금리를 내리면 돈이 돌까?

입력 2014-09-01 09:35 수정 2014-09-01 09:45

한국은행은 무려 15개월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14일 드디어 기준금리를 2.25%로 낮추었습니다.

그 동안의 기준금리도 2.5%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금리를 더 낮출지 아니면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설왕설래했었습니다. 따라서 금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적지 않게 고민한 후의 결정이 있었을 거라 보입니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이자도 거의 붙지 않은 돈을 은행에서 찾아 그걸로 물건 사재기 할 것입니다. 물가란 ‘물건의 가격’이니 사재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물가는 오르겠죠. 반대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사람들은 저축을 할 것이고 ‘사재기’도 줄어들어 물가는 안정을 유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항상 동전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금리를 계속 올리면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런데 돈 빌리는데 비용부담이 크다면 이런 활동을 꺼리게 될 것이고 경제도 침체하게 됩니다.

 

금리는 ‘돈의 가격’입니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면 돈 가격이 싸지므로 쉽게 돈이 돕니다. 돈이 돌아서 기업으로 흘러가고 그게 다시 종업원(노동자)이나 협력업체로 흘러 들어갑니다.

노동자는 소비자입니다.노동자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는 것은 소비가 살아난다는 것이고 당연히 경제가 살아나게 됩니다.

 

 

♠ 유동성 함정의 원인: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


 

하지만 정부가 금리를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기업과 노동자에게로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를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라고 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정부가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시장에 돈이 돌지 않자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이는 마치 함정에 빠진 것과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시장의 금리는 줄기차게 내려왔습니다. 지난 2012년 7월 3%로 내린 이후 기준금리는 줄기차게 인하되어 급기야 2.25%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제 1년짜리 정기예금이 2%대 아니 세금까지 고려하면 1%대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장에는 돈이 안돕니다.

 

유동성 함정에서 빠지는 이유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앞서 언급했듯이 금리를 낮추면 싼 가격의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기업은 미래가 불안하니 선뜻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돈 값이 싸더라도 투자 잘못해서 차입금을 날려버리면 기업은 치명타니 말입니다.

 

가계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낮아졌다고 해도 미래의 집값이 불안한데 빚내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듯이 말입니다.

 

 

♠ 사람들은 더 똑똑해졌다: 리카도 이퀴밸런스(Ricardian equivalence)


 

모름지기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 나오려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1930년대의 대공황시절 미국정부가 공공사업지출을 확대하면서 돈을 돌게 만들어 경기를 살린 뉴딜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벌써 거의 100년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동안 사람들은 더 예민해졌고 더 똑똑해졌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편다고 하면 ‘그 재원을 어떻게 할거냐?’에 대해 의아해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게 되면 엄청난 재원을 조달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정부가 지금 당장은 조세저항 때문에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증세 대신에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결국 이를 갚기 위해 언젠가는 세금을 올릴 것이라 생각할 것이니까요.

 

결국 사람들은(여기엔 기업도 포함됩니다.) 장래에 늘어날 엄청난 세금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투자나 소비를 늘리지 않아 시장에 돈은 여전히 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리카도 이퀴밸런스(Ricardian equivalence)’라고 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믿음을 주지 않는 이상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유동성 함정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경제 역시 심리적인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나요? 정부가 이에 대한 믿음을 주고 있나요? 금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 대한 답변에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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