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을 이기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입력 2013-06-02 10:15 수정 2013-06-02 10:32
<일본은 이등국가, 그럼 한국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일본은 ‘2등 국가’다. 일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필자지만 일본은 분명 ‘1등국가’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일본 경제가 쇠퇴하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일본은 경제규모(GDP 기준)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일본을 무시하고 싶어도 글로벌 경제에서 일본의 영향력과 파워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의 경제정책에 따라 국제 환율이 춤을 추고, 글로벌 증시가 출렁인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아직 힘이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 상거래때 결제대금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정도다. 한국 대기업들이 IT(정보기술), 전자 등 일부 산업에서 일본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총체적인 국가 기술력이나 경제력에선 일본이 한 수 위다. 

일본은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경제강국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일본의 정치, 외교력을 ‘1등 국가’로 평가하긴 어렵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자유로운 선거로 여야간 정권이 교체되고, 시민들의 민의가 곧바로 국가정책에 반영되는 한국과 비교해도 그렇다.

필자가 일본을 ‘이등국가’로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올 들어 잇따르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상식 이하 발언을 보면 일본이 정말 선진국인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일본에 대해 ‘애정(?)’을 가진 필자에게도 상당히 실망스런 행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 차세대 정치인의 선두주자로 인기를 모은 하시모토 도루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는 지난달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망언을 희석하려 시도하는 와중에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까지 끌어들였다.

하시모토 대표는 20일 밤 유신회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도 나빴다. 전쟁터의 성 문제로 여성을 이용했던 것은 틀림없다” 고 전제한 뒤 “미국 영국  프랑스, 더 말하자면 제2차 대전 이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든 모두가 전쟁터의 성 문제로 여성을 이용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정치인의 수준은 그나라 국민의 민도다. 물론 하시모토의 잇따른 망언 이후 그가 공동 대표로 맡고 있는 일본유신회의 인기는 수직 추락중이다.

인간성이 말살되는 광란의 시기인 전쟁이 터지면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 참혹한 시기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부끄러운 인간사회의 행태를 예로 들어 일반화하려는 하시모토의 가치관은 매우 실망스럽다.

여성에 앞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인권’을 무시하는 하시모토같은 정치인인 버젓이 시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일본인들의 보편적인 지성을 의심케 한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한국이라면 하시모토같은 정치인은 당장 쫓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는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을 이끌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수반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아무리 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용이라고 해도 ‘상식선’을 한참 넘어섰다.

일본이 진정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사회를 이끌 정치, 외교적 리더십을 가지려면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후진적인 행태는 사실 한국에 좋은 기회다.

아시아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는 한국이 경제력에 이어 정치, 외교면에서 국제사회를 리드할 수 있는 좋은 대안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잇따른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을 보면서 안타깝지만 이런 기대를 접었다.

일본이 한국에 기회를 주고 있으나 한국이 기회를 못살리고 있다. 일본이 ‘이등국가’라면 한국은 과연 몇등 국가일까. 앞으로도 희망을 걸기 어려운 많은 사건들이 넘쳐난다.

최근 발생한 영훈국제중학교의 입시비리나 서울 경복궁의 야간개장 때 보여준 시민의식은 매우 실망스럽다. 거창한 국제 경쟁력에 앞서 사회를 존속시키는 기초인 공정한 경쟁과 공중질서 등 가장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은 선진국을 앞둔 국가가 아니라 후진 개도국보다도 못한 사회 현상들이 빈발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대로는 우리가 비판을 하고 있는 일본과의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일본을 앞서가기 어렵다. 원칙이 무시되고 편법과 술수가 판을 치는 사회, 공정한 경쟁이 작동되지 않는 사회가 절대로 선진강국이 될 순 없다.

이웃나라 일본을 비판하기 전에 과연 한국 사회의 건전성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를 우리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일본이 이등국가라면 한국은 과연 몇등 국가일까. 한국의 ‘국격(국가 품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상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2007년 3월 말까지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 도쿄특파원 근무를 마친 후 2011년 3월부터 한경닷컴 뉴스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선문대 등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양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일본 기업 재발견(중앙경제평론사)' '다시 일어나는 경제대국,일본(미래에셋연구소)' '창업으로 하류사회 탈출하기(중앙경제평론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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