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에 발을 딛고 삶을 시작했을 때는 돈이 없었다. 아니 필요하지 않았다. 내게 좀 덜 필요한 것, 나한테 남는 것을 상대와 바꾸어 쓰면 그것으로 되었다. 그리고 욕심도 없었다. 그저 오늘 먹을 것을 구하고 그러다가 남으면 묻어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으면 됐다. 손님이 오면 가진 것들을 내어 놓고 잔치를 벌이고 오늘이 자신들에게 주어졌음에 신께 감사하며 그렇게 살았다. 과학의 발달은 결코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은 인류를 편리한 삶으로 만들었지만 과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욕심이 생겨났다.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고 그 욕심은 종국에는 생명까지 경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사실 자신을 한 번만 돌아보면 한 인간이 사는데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말 자기 혼자 무인도에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면 뭐 그렇게 필요한 것이 없다. 그저 비를 피 할 수 있는 토굴과, 추위와 위험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두꺼운 옷과, 허기져서 쓰러지지만 않을 약간의 음식이 있으면 인간은 살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과학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욕망을 키웠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보다 좀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지금보다 좀 더 편리한 삶을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애쓰며, 또 그러한 노력을 칭찬하고, 더 노력해서 업적을 세우고,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까지 연장하는 데에 이르렀다.

과연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말을 우리는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을까? 감히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자연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설령 그 환경이 변하여 자신에게 해악을 끼친다 해도 자연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척박한 현실에서 싹을 내고, 혹독한 한파에서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거센 비바람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수 미터의 울창한 숲을 이루어 낸다. 하지만 한 번도 자연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위해서 분노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 그 위치에서 그저 자신의 몫을 다 한다.

이런 자연을 우리 인간이 과연 그들과 같은 일부라고 감히 말해도 되는 것일까? 혹자들은 말한다.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인간’이라고.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위대함의 기준’은 인간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닌지, 과연 자연의 입장에서 볼 때도 정말 인간이 모든 생명들 중에 가장 위대하다고 말할까? 인간이 아무리 과학을 발전시키고, 우주를 비행하고 별나라를 가고, 달나라를 간다 해도, 인간은 겨우 자연의 억만 분의 일도 안 되는 그 어떤 조그만 곳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너무나 간사해서 자신에게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배척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고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 인간은 과학을 발전시키지만 자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겨우 인간 자신을 위해서 조금 노력할 뿐이다.

그런 과학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고 종국에는 인간조차도 파멸로 이끌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결코 자연의 이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며, 눈앞에 보이는 이기 외에 더 큰 우주를 위한 공생의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주이고 인간은 소우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 하찮은 인간이 목숨을 부여 받았음에 감사하고 겸허하게 살지 못하고 세계의 주인인양 활개를 치고 사는 모습을 자연은 어떻게 생각할까? ‘세월 호’ 유병언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얼마나 살겠다고, 죽어 썩어지면 한 줌의 재밖에 안 되는 미물인 인간의 욕망이, 끝을 모르고 치달은 모습이 가히 불쌍하다 못해 가련하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의 욕망이 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오게 될 줄을. 어쩌면 그는 욕망의 끝은 파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자신도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그 어떤 것들에 밀려 스스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수렁으로 빠졌을지 모른다. 자신이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엄청난 죄를 저 질렀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아마 진정으로 ‘자신의 욕망의 끝을 인지한다면’ 그는 제 정신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돈은 인류가 만들어 낸 최악의 물질이다.’ 돈과 인간은 결코 함께 공존할 수 없다. 돈을 사랑하면 인간은 멀어지며, 인간을 사랑하면 돈은 그 자리를 떠난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에게 말한다. 마음을 비우라고. ‘선택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선택하라고 말한다. 돈을 선택할 것인지, 사람을 선택할 것인지, 그러니 돈이 있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그저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최선일 것이라고 믿는 그 믿음으로 행복을 만들어가며 사는 것만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가장 행복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자연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자연의 호흡을 느끼려고 애쓰는 삶이야말로 산소 같은 삶이리라~

 
오미경사람연구소(구.정신분석연구소.사람과삶) 대표로 집단상담 및 개인심리상담치료가 및 작가로 노인문제, 가정폭력문제,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과 교육. 인성교육 및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자요리99]의 작가로 남자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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