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과 탈출구

   
   2013년 현재, 한국경제에 대한 상황 인식은 시각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난다. 한쪽에서는 경기회복의 기미가 언뜻 보인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민간 소비부진과 맞물린 투자 감소에 따른 무기력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표경제와 가계와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겉으로 나타난 성장, 물가, 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총량지표를 얼핏 보고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 이면에는 상환능력이 의심되어가는 가계부채, 거래가 실종된지 오래된 부동산시장,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 문제가 예사롭지 않아, 한국경제의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극심한 돈의 홍수와 가뭄 현상의 혼재 즉 돈이 돌지 않은 까닭으로 말미암은 병리현상이다. 한국경제가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 글자 그대로, 돌아야 할 돈을 돌게 하는 데서 비상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돈을 돌게 하여야 내수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겨 빚 갚을 능력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점진적 인플레이션은 가계부채의 비중을 가볍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이 기나긴 대공황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게 된 계기는 1930년대 중반 (당시 금본위제도 아래) 금값을 크게 올려 물가상승을 촉발시키면서 마련되었다. 돈의 주인이 바뀌면서 돈이 돌아야 비로소 소비수요도 생기고 투자의욕도 북돋을 수 있다. 말 많은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이 화폐유통속도를 높이고 인플레이션 기미를 보이며 일본경제에 차츰 활기를 차츰 불어 넣고 있는 모습은 타산지석이 될지 모르겠다.

    # 한국인 보유 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부동산 거래활성화는 돈을 돌게 하는 융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경제성장률만큼 상승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지금처럼 높은 부동산 거래세와 왕복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면, 최소한 3~4년 이상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야 거래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게 된다. 2% 성장시대에, 과거 8~9% 고성장 시대의 관련세제를 그대로 방치하고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바라는 것은 도저히 정상적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필요악이기도 한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심화되면 대공황 같은 위기가 도래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승자독식의 세계에서는 세제 개선 없이는 깊어지기만 하는 경제력 집중 현상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1930년대 중반 루즈벨트 대통령이 거부들의 끈질긴 압력을 뿌리치고 소득세 누진율을 80%까지 올리고 상속세율도 70%까지 올려 돈을 돌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를 대공황에서 탈출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후 세율이 차츰 낮아지다가, 80년대 후반 레이건 행정부에서 소득세 최고 세율을 26%까지 내리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미국경제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은, 튼튼한 가계가 있으면 소비수요 안정으로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풀이 잘 자라야 사자의 먹잇감이 풍부해지는 이치와 같다.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일은 숲을 울창하게 가꾸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다시 말해, 넘치거나 새지 않는 조화로운 복지정책이 결국, 기업을 튼튼하게 하는 방안으로 진화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이전소득이 6% 수준으로 OECD 평균 18%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보도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경제는 심리요인이 크게 작용하므로 근거 없는 비관론을 경계하여야 한다. 그러나 막연한 낙관론은 재앙을 초래하기 쉽다. 속병이 깊어지고 있는데 성장률이 잠시 꿈틀하였다고 해서 경기회복을 말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외부의 충격으로 날벼락처럼 불시에 오는 충격은 회복도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자각증상이 느린 속병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어 만사를 망치게 된다. 어쩌면 가래로 막을 것을 미리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그리 많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이글은 비지지니스 워치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bizwatch.co.kr/pages/view.php?uid=2485&datatype=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