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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런 효과: 소비의 본질은 과시와 모방

그림1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중국 한족 출신의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현재 상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국변호사이죠. 서울에서도 7년 정도 산 적이 있어서 한중간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법률 일을 하고 있답니다.

요즘 중국의 분위기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랜드 이야기로 흘러 갔습니다.

이랜드의 의류 브랜드가 수년째 중국에서 대박을 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사람들은 이랜드 브랜드를 자랑 삼아 입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랜드는 중국에서 중저가 브랜드가 아니라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상해의 유명 백화점 명품 매장에 이랜드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는 것은 이미 중국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하네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살았던 그녀는 이랜드 브랜드를 입고 뽐내는 주변의 중국인에게 한국에서는 이랜드가 중저가 브랜드이며 오히려 폴로나 빈폴이 더 고급 브랜드라고 말해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중국 친구들은 그 사실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이랜드가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부터 고품격, 고가격 정책으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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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제학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뭐 이 말은 어려운 경제학 이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수긍할 듯한 이야기입니다.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누군들 사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중국의 이랜드 사례를 보나, 우리나라의 명품시장 돌아가는 것을 본다면 경제학이 반드시 맞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격이 높을수록 더 잘 팔리는 재화나 용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니까 말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질이 좋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값이 싸면 좀처럼 사려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라? 사람들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과시욕과 모방 본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터무니 없이 가격이 높은 물건을 선호하는 비합리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베블런 효과’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1929)이 이야기한 ‘가격이 높을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는 기존 경제학의 질서를 뒤흔드는 내용입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원제: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in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1899)에서 유한계급과 같은 상류계급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소비행태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행해지는 과시적 소비임을 지적하였습니다.

여기서 유한(有閑)계급이란 한계가 있는 계급이란 뜻이 아니라 여가(閑)시간을 가진 계급이란 뜻입니다. 즉 축적된 자산이나 물려받은 부를 통해 땀을 흘리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유층으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각종 여가(Leisure)를 즐기는 계급을 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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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뿐만 아니라 베블런이 간과하지 않은 소비행태가 바로 모방 본능에 의한 소비입니다.

베블런의 주장은 기존의 경제학에서 말하듯 사람들은 자신의 후생(welfare)을 증진하기 위해 독립적이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사람들은 주변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을 모방하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류계급인 유한계급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쓸모 없고 비싼 상품을 소유하면 할수록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지위의 계급들은 이를 모방하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죠. 즉, 품질이 좋건 나쁘건 관계하지 않고 유한계급이 소비하는 값비싼 재화나 용역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따라서 소비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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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근대사회 이후 이러한 사람들의 욕망을 지탱시켜 주기 위해 탄생한 최고의 발명품이 바로 ‘빚’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빚’이야 말로 ‘신용(credit)’이란 그럴 듯한 이름으로 변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허영과 과시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그 말로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말입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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