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외국투자자들이 빠져 나갈 때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과 채권을 투매하려고 할 때, 허둥지둥하는 시장안정 대책은 이중삼중으로 국민경제를 멍들게 한다. 먼저, 증시 부양조치는 외국인들이 그들 보유 주식이나 채권을 연기금이나 내국인에게 비싼 값에 파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다. 특히 환율상승 억제는 떠나는 외국인들에게 소중한 외화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일이다. 그리고 시장개입에 따른 비용은 비용대로 국민부담으로 오래 남는다.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FPI)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하면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일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불확실성이 증폭되어 국제금융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지면 주가 폭락, 환율 급등, 채권가격 폭락으로 외국인 보유 금융자산의 가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빼내갈 자산 가치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의 긴급탈출을 시장이 자연스럽게 막는 효과가 있다.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로서는 사실상 부채인) 외국인 보유 증권 평가액이 줄어들어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이 개선된다. 간단하게 계산해보자. 외국인 썰물처럼 빠져나가려고 하여 주가가 20% 하락하고 원화환율이 30% 상승하였다고 가정해보자. 13년 5월 현재, 약 580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는 3,248억(5800억×0.8×0.7)달러로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사실상 대외채무가 줄어든다. 당장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지만, 대외지급능력이 건실해져 불원간에 불안심리가 해소되고 중장기 주가와 환율은 오히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가 상당기간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이룩하고도, 자존심 상하게 하는 통화스왑 협정에 매달릴 필요도 없어진다. 일시적으로 벌어질 신용경색 상황은 채무보증 등 간접금융의 기능을 확장하여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려는 시점에서, 섣부른 시장개입은 외국인들에게 우산을 씌어 주고 안전한 탈출로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인 투매로 추락하는 주가를 떠받치고, 치솟는 환율을 억누르면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힘들이지 않고 빼내 갈 수가 있다. ’97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 당시 환율 방어선을 후퇴하며 환율을 억지로 누르려다 일을 그르쳤던 교훈을 잊지 말자. ’08 국제금융위기에서도 쓸데 없이 힘을 낭비하였다. 누가 누구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는지 정말 의문이 간다.

  우리나라가 외국 투자자들에게 ‘ATM 코리아’라는 평을 들으며 언제든 손쉽게 돈을 빼내갈 수 있는 국가라는 평을 듣는 것은 바로 앞뒤를 가리지 못했던 시장개입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외국투자자들에게 고마운 나라가 되겠지만, 한국경제는 실물경제에서 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를 낭비하게 되고 심심하면 외화부족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그 많은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외화가 다 어디로 갔는지 곰곰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인 주식투자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외국인들이 안절부절 하며 떠나려 할 때에는, 주가하락과 환율상승을 유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시장기능에 맡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이 값싸게 팔아넘긴 금융상품을 사들이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값싼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식의 내재가치 이상으로 회복되는 시장자동조절기능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풍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부족한 외화를 낭비하며 주가나 환율을 조율하려다가는 어느 순간에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대외지급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경제운용은 언제나 묘수보다는 기본원칙을 그리고 단기대책보다는 중장기 효과를 고려하여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응급처방도 기본원칙을 벗어나지 않아야 더 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멀리 보고, 멀리 생각하여야 한다. 투자자들도 시장을 멀리 볼 때 비로소 초과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 글은  머니투데이 이슈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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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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