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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QE)의 오해와 진실

   통화전쟁 또는 환율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금융완화 조치의 기대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언제나 엇갈린다. 양적완화 즉 통화증발은 “막걸리에 물을 타면 탈수록 싱거운 맹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폐가치를 떨어트려 채권시장, 주식시장, 외환시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어쨌든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는 시차를 두고 물가불안을 초래하게 마련이어서 정부나 중앙은행 마음 내키는 대로 쓸 수 있는 묘약은 아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디플레이션과 자산 가격하락 현상에 재정적자까지 심화되어 경제 일본 경제의 노쇠화 현상이 상당기간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한 내수 진작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소비 진작으로 세수가 증대되면 재정적자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재정적자의 상대적 크기를 축소시키는 부대효과가 발생한다.

  # 일본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은 큰 폭으로 풀린 통화가 산업자금 내지 실물부분으로 유입되기 이전에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소위 유동성장세(liquidity market)가 지나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닛케이 주가지수가 2012년 12월 9,000선을 밑돌다가 2013년 4월에는 무려 16,000선에 육박하였다가 커다란 조정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팽창으로 많이 오른 주가가 다시 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주식시장은 얼떨결에 오르기도 하고 까닭 없이 내리기도 한다.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상할 것이 없고 세계경제의 재앙은 더구나 아니다.

  # 통화량이 큰 폭으로 증가되고 그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이 예상되면서 “엔저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웬만큼 돈을 풀어도 물가불안 염려가 없기에 상당 폭의 통화증발이 가능하다. 물가안정을 무엇보다 중시해 온 미국의 금융완화 조치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중국처럼 물가불안이 우려되는 환경에서는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려고 해도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 물론, 막무가내 수출기업을 지원하겠다며, 물가안정목표를 무시하고 가계를 희생시키면서 자국 통화가치를 사정없이 떨어트릴 수는 있다. 그러나 불균형 성장, 빈부격차 같은 후유증이 커지게 되어 중장기 국가경쟁력은 추락하게 된다.

  #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은 엔저에 따라 원자재 같은 수입물가에 영향을 받는데다 기대 전례 없는 금융완화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싹트고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완화하면 일시적으로 자금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금리가 내리지만, 유동성 팽창이 물가를 압박하여 금리가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오히려 더 높게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만연한 상황에서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이를 「깁슨의 역설」(Gibson’s paradox)이라 부른다.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이 높아져 중장기 물가 상승을 예고하는 지표라고 가정한다면, 일반의 염려와 달리, 일본 경제로서는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종전까지 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내려가도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아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는 유동성함정에서 벗어날 조짐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10년물 국채 금리가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은 금리가 상승한 것이 아니고,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금융부분은 어디까지나 실물부분의 순환을 원활하도록 지원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실물부분의 체질개선이 뒷받침되어야 금융완화 조치가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유동성 팽창에 따른 금융시장 활력은 실물부분의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경제 활력에 이바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케인즈가 주장하는 유효수요 촉진과 슘페터가 중시하는 (실물)혁신이 어우러져야 경제적 성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위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치유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완화 축소 조치는 실물경제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조그만 상황 변화를 확대 해석하거나 유력인사들의 의도적 발언 즉 선언효과(announcement effect)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한 시장정보를 임의로 해석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투자자들 특히 소액투자자들은 초과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경계하여야 한다. 반대로 현상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초과이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머니투데이 이슈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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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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