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기준금리 왜 더 내려야 하나?

  2013년 4월 예상을 뒤엎은 금통위의 금리동결 조치는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중앙은행의 역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금리인하를 예측하고 미리 채권가격을 상승시킨 시장에 대하여 “중앙은행에게 도전하면 안 된다”며 꾸짖는 것 같기도 하다. 경기회복을 위하여 금리인하가 절실하다고 채근하는 정치권에 대하여 중앙은행 독립성을 침해하지 말라는 경고로 느껴지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하반기에는 물가 불안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이와 정반대로 금리인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시장의 논리를 살펴보자.

  ① 먼저 금리수준에 대한 시각차이다. 고성장 고물가시대의 경제상황에 견주어 보면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현행 기준금리는 저금리가 아니라 상당한 고금리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성장률 8~9%, 물가상승률 3~4%인 환경에서 기준금리 3%대는 저금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률 2~3% 물가상승률 1%대에서 기준금리 2.75%는 아무래도 초고금리라는 판단이다. 모든 경제지표는 상황에 따른 상대적 균형을 생각해야지 과거와 같은 절대적 잣대만을 들이대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②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지나치다. 폐쇄 경제 시스템에서는 금리 수준이 달라도 나름대로 경제운용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채권시장을 24시간 넘나드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내외금리차가 크게 되면 외국인들에게 이래저래 초과수익을 제공하기 쉽다. 생각건대, 토빈세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들이 거시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한국경제는 상당기간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이룩하고도 국제투자수지(International Invest Payment)는 더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영에 가까운 초저금리로 엔저를 유도하는 일본에 대응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와 경쟁국의 기준금리 추이

 

  ③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있다. 장기금리는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다. ’12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가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높게 나타나는 비정상적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다. 금리에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되는데,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다면 시장이 중장기 경기를 매우 어둡게 보고 이야기다. 기준금리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장기금리(3년물 국고채)가 초단기금리인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을 허용하면 아니 된다. 총체적 거시경제상황이 금리, 주가, 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기준금리와 국고채(3년) 금리 추이

    ④ 한국은행은 2013년 물가안정목표를 종전 3.0±1%에서 2.5%~3.5%까지 미조정하였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1%대라고 하는데 물가허용 한계치에는 상당한 여유가 있다. 지금 전 세계적 공급과잉현상과 반대로 빈부격차로 인한 수요부족 상황을 감안할 때 물가오름세를 예단하는 일은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경제 활력을 위해서는 한쪽으로 몰려 있는 돈이 돌게 하여야 한다. 돈이 돌게 하려면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허용하여야 한다. 비상 상황에서 대가를 치룰 것은 치러야 한다. 경제가 더 가라앉게 되면 할 수 없이 밤을 새워 고액권을 찍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자유당 시절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⑤ 경제지표에 대한 착시 현상을 경계하여야 한다. 오늘날 한국경제는 아랫목은 델 정도로 뜨겁지만 윗목에서는 고드름이 열리고 있다. 지표만 보고 있으면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오판할 수 있다. 정책의 금기는 부분을 보고 전체를 오판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2~3%라고 하지만 대다수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깝다. 지난 1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기업의 순이익이 전체 상장기업의 80%에 이른다고 한다.

  ⑥ 지금 한쪽에서는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금성 자산이 넘쳐나고 이와 반대로 가계부채가 점점 높이 쌓여가고 있다. 자영업 대출을 포함하면 무려 1,2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금리 상승을 원하는 사람들은 돈을 많은 부자들이고 금리 인하의 수혜자들은 빚이 많은 중소기업 내지 서민들로 추정된다.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 고금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모든 정책은 시장을 보고 결정하여야 한다. 온갖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시장을 외면하고 시장을 엘리트 마음대로 이끌다가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잉태시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교훈을 수없이 경험하였다. 한국경제를 우울하게 만든 IMF구제금융, 코스닥 붐과 파장, 부동산 폭등과 추락, 카드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은 시장을 무시하고 절묘한 아이디어에 집착하였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어느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지난 금리동결 직전 있었던 채권금리 하락은 누군가의 독단적인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아니라 시장의 집합적 의사 결정 즉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한 것이다. 어쩌면 시장이 금리인하가, 늪에 빠지고 있는, 서민경제를 살리는 방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2차 대전이후 중앙은행 성공사례의 표본이라는 독일연방은행의 통화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분데스방크」가 독일국민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정부로 독립된 “중앙은행의 정책목표가 건강하고 개방된 사회에 잘 설명되고 논의되면 될수록 그 목표는 더 잘 달성될 것이다”라고 마쉬(D. Marsh)는 지적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통화정책이 시장과 화합하며 펼쳐졌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에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금융시장을 통해 그 효과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통화신용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고매한 이론보다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심리적 요인이 현실경제에 더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준금리는 자본가격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경제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문제는 그 게임의 결과를 엘리트들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짐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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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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