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험과 불확실성의 하나는 경제의 혈액과 같은 돈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돈의 홍수와 가뭄 현상이 맞물려 있다. 한편에서는 갈 곳을 잃은 돈이 이리저리 넘쳐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돈이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있다. 이처럼 돌아야 할 돈이 돌지 않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가? 

  # 고혈압과 저혈압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경제활동의 기회비용 기능을 하는 금리가 비정상적 구조를 나타낸다. 돈이 돌지 않으니 경제의 혈압과 같은 금리가 한 쪽은 지나치게 낮고, 다른 한 쪽은 지나치게 높아서 저혈압과 고혈압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있다. 2013년 4월 현재, 3년 물 국고채 금리는 2.67%에 불과하여 적정금리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데 반하여, 3년 만기 회사채 BBB- 금리는 8.65%에 달한다. 돈의 가격인 금리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상장법인이 발행한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8.65 - 2.67 = 5.98%)이 경제의 본질가치를 반영하는 적정금리 수준(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보다 더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차이가 도를 넘어섰다.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는 기업은 높은 금리로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신용경색(credit crunch)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부담비용(risk premium)이 높을 대로 높아진 까닭이다. 금융시장이 기업의 채무불이행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각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경제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돌기 어려운 환경이다.

국고채(3년)와 회사채(BBB-) 금리 추이

 

자료,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

  # 경제사회의 혈액인 돈이 한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많이 풀린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하여 부유하는 대기성자금이 자꾸 불어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부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낮은 이자로 예금을 하면서 높은 이자를 내고 대출 받을 바보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자금의 잉여 주체와 부족 주체 사이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짐작할 수 있다.
  2013년 1월 현재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어 단기자금으로 금융기관에 대기 중인 단기유동성은 무려 700조원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어 GDP의 60%를 넘어 섰다고 한다. 반면에 가계부채는 960조원에 달하는데 개인사업자 대출 170조원을 포함하면 1,130조원이 되어 (2012년) GDP 1,100조원을 초과하였다. 돈이 돌지 않고 있어 자금 영여와 부족 현상이 극심하게 엇갈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직접금융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공개, 회사채발행 등 증시를 통한 기업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등급별 금리 차이를 관찰할 때, 회사채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간다.

  가계가 더 이상 빚을 지지 않는다고 가정하여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하락한 가계저축률(2.7%)을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 가계가 더 이상 새로운 빚을 지지 않고 원금만 갚는데 「72법칙」에 의하여 약 26년(72/2.7=26.6)이 더 걸린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돈이 돌아야 가계가 부채의 올가미를 벗어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경제운용과 관련하여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튼튼한 가계가 있으면 소비수요가 생성되어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금방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서민생활이 활기를 띠면 생산 활동도 활발해지고 기업은 성장한다. 넘치거나 새지 않는 복지정책이 결국에 가서는 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토양이 기름지면 숲은 울창하게 가꾸어진다.

  글자 그대로, 돌아야 하는 돈이 돌아야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무기력증세가 나타나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돌게 하여야 한다. 역으로 경제를 살리면 돈은 저절로 돌아간다.

* 관련 글들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테마 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