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원화환율, 높은가? 낮은가?

  우리나라는 IMF 사태 이후 ‘98년부터‘12년 까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하여 그 누계가 무려 3,350억달러를 넘어섰다. 대외준비자산도 ’12년 말 현재 3,270억불로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이처럼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도 원화의 대외가치는 적자시대보다도 오히려 절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대비하여 몇 백 억 달러에 불과한 「통화스왑협정」에 매달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은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빈 강정과 마찬가지라는 말인가? 한국경제는 눈부신 경제적 성과를 이룩하고도 가계는 변함없이 고물가를 부담하여야 하고 대외지급능력까지 우려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졸고, 환율 미스터리 참조

  이와 같은 원화 환율 미스터리는 국제투자대조표(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를 살펴보면 바로 이해가 간다. 이 표에서 외화보유고 같은 준비자산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주식투자 같은 외국인투자를 뺀 순국제투자 잔액은 ‘12년 말 현재 △1,030억불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대하여 그 만큼 (순)부채를 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나라 대외지급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폭의 경상수지흑자와 반대로 순국제투자가 마이너스임을 미루어 볼 때, 한국경제는 실물부문과 달리 금융부문 내지 기타부문에서 그보다 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98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3,500억불에 이르는 달러는 어디로 가고 순국제투자 잔액은‘00년 현재 △350억불에서 2012년 말에는 △1,031억불로 늘어났는가? 어림잡아 계산해 보아도 무려 4,000억 달러 가량의 국제투자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한국경제는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아무리 누적되어도 국제투자수지 적자가 그 보다 더 크면 헛일이 된다. 고물가를 부담하면서 실물부분에서 땀 흘려 벌어온 외화를 금융부문 내지 기타부문에서 다 잃고 빚까지 걸머지게 된 셈이다. 탱커의 뚜껑을 열어놓은 채 항해하다가 “글로벌 풍랑”에 흔들려 애써 채워 넣은 기름을 이리저리 죄다 쏟아버린 꼴이 되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맛있는 먹잇감을 무제한 제공한 셈이었다. 수출증대를 위한 고환율정책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제투자대조표(IIP)
                                                                                                    (단위 : 십억 달러)

 

‘00

‘02

‘04

‘07

‘08

‘09

‘10

‘12

A.대외투자

190

207

330

593

489

623

688

842

1.대외직접투자

21

21

32

75

98

120

139

196

2.증권투자

5

11

34

159

75

100

113

131

3.파생금융상품

0

1

1

2

10

29

28

314

4.기타투자

67

52

64

95

105

105

116

156

5.준비자산

96

121

199

262

201

270

292

327

<대외채권>

167

184

289

417

342

411

448

536

B.외국인투자

225

268

392

777

548

726

825

945

1.외국인직접투자

44

63

88

122

95

118

127

147

2.증권투자

2.1주식

2.2채권

80

40

40

116

76

40

210

156

54

457

320

137

252

125

128

390

236

153

491

316

174

582

363

219

3.파생금융상품

0

1

1

5

16

33

27

31

4.기타투자

101

89

93

193

185

186

180

185

<대외채무>

141

133

151

333

317

345

360

413

C.순국제투자(A-B)

-35

-62

-62

-183

-58

-103

-137

-103

자료 :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

  아시아 외환금융위기 이전에는 실물부분의 무작정 과잉투자가 문제였으나, 그 후에는 금융부분의 전략 부재가 일을 그르친 셈이다. 외국인들이 챙긴 증권투자 이익, (외환은행 같은) 자산을 외국인에게 팔았다가 다시 사들이며 발생한 손실, 내국인의 해외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 기타 글로벌 머니게임에서 경상수지 흑자보다 더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였음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도 도피성 해외투자도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글로벌 실물경제 시장에서는 성공하였으나 금융국제화가 일을 그르친 셈이다.

    국제투자대조표를 통하여 판단할 때, 실물부문이 아닌 금융부문 경쟁력 내지 자산관리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원화가 저평가되었다기보다 오히려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고환율정책으로 가계가 높은 물가를 부담시키며 수출을 독려하였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무의미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는 시각, 이에 부합하는 자산운용능력을 배양하지 않고 그저 전시효과만을 생각하고 금융대형화, 금융국제화를 거론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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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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