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지 아니한가?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고도성장을 자랑하는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최하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불균형성장의 폐해,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중우)정치, 절벽으로 가는 고령사회의 불안 같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존경하고 우러를 지도층 인사가 많지 않다는 사실도 커다란 원인이다. 유력인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보다는 남다른 특권만을 누리려는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는 점잖게 보이는 고위인사들의 몰염치한 행각이 언론에 비춰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 엘리트의식이 남다르게 강한 어느 저명인사는 “머리 좋은 사람이 군대에 가서 졸병생활을 하느니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신의 병역의무 회피를 옹호하는 동시에 “끗발없는 삼류”인 나를 깔보는 소리로 들렸다. 이 말에는 일반시민들이 법질서를 어기면 기필코 처벌해야 하지만, 자신 같은 거물이나 거부들은 집행유예나 특별사면으로 흐지부지해야 된다는  특권의식이 깔려 있었다.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없으니 유력인사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감방에 가두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와 같다. 그러나 나나 내 자식이 나라에 대한 의무를 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 짊어져야 한다. 내가 세금을 탈루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 더 부담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자님 사촌 동생이라도 경제적 동물인 인간이 많이 벌겠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은 보이던 보이지 않던 다른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것이다. 예컨대, 개발계획을 빼돌려 은밀하게 땅을 사들이면 당사자들은 일시에 큰돈을 거머쥐고 흐흐 웃을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그 것은 누군가에게 짐을 더 지게 한 것이요,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의 대가다. 그가 “땅 집고 헤엄치며 번 큰돈”은 결국 최종사용자의 무거운 짐으로 전가된다. 또 뭣모르고 헐값에 땅을 팔아버린 원주민이 “그냥 빼앗겼다”며 내쉬는 한숨의 대가이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시장에서 초과수익을 내는 것은 누군가의 손실로 귀결되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 전관예우로 보통사람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벌까 말까한 돈의 몇 배, 몇 십 배를 일거에 챙기는 것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의 대가가 아니다.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는 그 큰돈은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왜곡하며 얻는 돈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기 마련인 누군가 억울한 사람의 돈이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억울하게 한 대가가 아니겠는가? 법을 엿가락처럼 구부려 국가와 사회에 무엇인가 해를 끼친 대가인지도 모른다. 만사를 순리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고 받는 보수라면 그리 큰 대우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을까? 

    특권이란 무엇인가? 사회에 대한 의무와 도리는 하지 아니하고 지위나 커넥션을 통하여 혜택만 챙기려는 수작이다. 자신이 져야 할 짐을 대신 져주는 아랫것들이 있다고 오판하는 것이다. 남들이 땀 흘려 가꾼 수확을 막무가내 거저 가지려는 탐욕이다. 세상 사람들이 저를 위하여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국노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애국자가 불평분자로 매도되는 환경에서는 벌받아야 할 인사들이 반대로 특권층이 되어 발호하기 쉽다.
  편법이나 변칙을 통해 부, 명예, 권력을 차지한 인사들이 위엄을 부리고 거드름을 피우는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패배의식이나 억하심정이 싹터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용서받지 못할 인사들이  “꿩먹고 알먹고”  깃털까지 뽑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사회에서 보통사람들이 행복감을 어찌 느끼겠는가? 출세하지 못하거나, 가난하게 된 것은 자신의 게으름이나 무능함이 아니라 특권을 누리는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낙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루(Nehru, Pandit Jawaharlal)는 그의 딸에게 쓴 편지에서 부르봉왕조 말기, 썩어 문드러진 상류사회 특권층의 허위의식에 대하여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껍질을 한 겹 벗겨내면 거기에는 빈민들의 궁핍과 고통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씻은 적이 없어 먼지와 때로 뒤범벅이 된 몸에 걸친 요란한 가발과 호화로운 레이스 장식, 그리고 값비싼 의상의 거짓 세계일뿐이었다.”
  특권의식을 가진 인사들이 아니라 도덕성 내지 행동거지에서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의 본보기가 되는 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발굴될수록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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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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