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솔로몬의 영광은 어디로!

 대통령이 취임 초에 일선 검사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막가자는 것이지요?”라는 파격적인 말을 듣고 무엇인가 불안했던 일이 바로 어제 같다. 그 다음 대통령이 “길가 전봇대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뉴스가 대서특필되는 광경을 보고 만기친람(萬機親覽) 사태를 우려했던 일이 또한 엊저녁 같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거나, 얼굴에 먹칠하는 일들이 한 줌 바람에 실려 엇갈리는 광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세상이 빠르게 바뀌다보니 영광과 오욕이 쌓이거나 흩어지는 속도 또한 그만큼 빠르게 느껴질 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찬란했다는 솔로몬의 영광은 자취조차 찾기 힘들고 다만 솔로몬의 지혜만이 사람들 가슴속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생각하는 갈대인 사람의 행복과 불행, 인생의 성패는 아무리 시대상이 바뀌었다고 하여도 물질세계보다는 결국 정신세계에 더 크게 달려있다는 뜻이다.
  부귀공명을 쫓는 것이 뿌리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지만, 영화 그 자체보다 그 것을 쌓아가며 나타나는 「인간승리」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크고 작은 업적보다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한 동기, 흔들리지 않는 의지에 사람들은 더 갈채를 보낸다. 자기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의 생명을 구한 119 구급대원에게 자랑과 긍지는 가슴 속에 끝까지 남아 있지만, 그가 받은 봉급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간 곳을 알 수 없게 된다.
  편법이나 변칙으로 권력이나 재물을 거머쥔 사람들일수록 더 기를 쓰며 목말라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쩌면 그 것을 얻거나 잃는 과정에서 보인 수치스런 행실에 대한 가책 때문인지 모른다. 남은 모르더라도 당사자 가슴속에 남아있을 자괴감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하지 않겠는가?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양심을 팔아버렸다 하더라도 생의 어느 순간에는 그가 저지른 비인간적 행동에 대한 수치와 악몽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솔로몬 아버지 다윗의 반지에 새겨졌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금언은 승리의 순간에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패배의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조금만 긴 시간에서 보면, 이기고 지는 일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승패가 일상생활처럼 되어 있는 프로 바둑기사도 담담한 승리 못지않게 패배를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큰 재목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깨끗한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진정한 승자도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풍조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우리사회에서는 떳떳한 패배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 세상 성공과 실패는 그때그때 갈려나가고 어느 순간에 승패가 거꾸로도 되지만, 한번 망가진 「페어플레이 정신」은 좀처럼 돌이키기 어렵다. 마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영광 없는 상처만 오래 남아 결국 적자인생이 되기 쉽다. 그래서 미래를 살아야 할 「젊은 사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탐욕에 얽매인 모진 모습이나 비인간적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솔로몬은 “남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지만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더 강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높은 자리, 황금 방석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다가 어느 사이에 파렴치범으로 전락하는 인사들을 보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남을 이겼는지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 똑똑하다는 인사들이 남에게는 승리하고도 자신에게는패배하여 오욕의 멍에를 뒤집어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미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더 많이 쥐려는 본능을 어쩌지 못하기 때문일까?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중략)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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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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