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죄수들의 기도

  타락한 사회가 인간들을 썩게 하는가, 아니면 타락한 인간들이 사회를 썩게 하는가? 썩은 사회가 법질서를 무너지게 하는가, 아니면 법이 타락하며 사회질서를 무너지게 하는가?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법이 약자의 편에 서 있었던 시대가 과연 언제였던가?

  파렴치한 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먼저 거짓말쟁이를 매수하여 증거를 거꾸로 대도록 하여 얼버무려 진상이 들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 방법은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가 있어 급기야 천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음 재판관과 귓속말을 주고받는 변호사를 사서 담당 판사가 영혼을 팔도록 매수하는 일이다. 최근 잡범 수준도 안 되는 양식을 가진 전직 법관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덤벼드는 모습들을 보면 그런 비극이 종종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부질없는 상상에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여간 이런 방법들은 간혹 하수인이 양심선언을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어, 잘못하다가 거죽에 쓴 가면에 똥칠을 하게 된다. 죄없는 자식들까지 얼굴을 들 수 없게 되는 비극으로 번질 수 있어 세칭 명망 높은 인사들에게는 위험 부담이 크다.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이현령비현령으로 행해지고 있는 특별사면을 받는 것이다.

  중세암흑시대를 어둠의 세계로 그리고 구린내 나는 사회로 만든 것은 면죄부였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진심으로 회개하여야 하느님께서 죄를 사하여 주신다.”고 하는데, 인간이 돈을 받고 하늘의 자비를 대신 베푸는 허위와 위선의 사회가 되었다. 돈만 갖다 바치면 반인륜적 죄를 범하고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할 수 있었다. 돈과 빽이 없으면 죄인이 되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단어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돌고 돌아야 할 돈이 썩은 냄새를 풍기는 뇌물이 되었다. “부자가 천당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는 가르침은 쓸모없이 되었다.
  

  얼마 전 어느 고관대작이 “임금이 바뀌면 옥문을 연다.”는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어진 임금은 죄진 자를 가려내어 마땅한 벌을 주지만, 어리석은 임금은 죄 없는 자와 죄진 자를 가리지 못하여 백성들을 불안에 빠트리기 마련이다. 악인을 교화시키지 않으면 나쁜 짓을 계속하게 된다. 
  왕조시대에는 임금이 무엇이나 마음 내키는 대로 하여도 상관없었다. 선악을 가리지 않고 벌주고 싶은 아무나 벌을 주고, 강아지에게 상을 주어도 어쩔 수 없었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임금의 망극한 성은에 그저 감복하여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대부분 임금이 민심을 외면하였던 것으로 보아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하기야 우두머리를 선거로 뽑아도 민심을 외면하는 일이 허다한데 세습 전제군주야 더 말해 무얼하겠는가?



  백범일지에 보면 선생은 일제가 조작한 105인 사건으로 15년 형을 언도 받고 세 번째 감옥에 들어갔다. 그 당시에는 식사 때마다 간수가 “이 식사는 천황이 너희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는 것이니,머리를 숙여서 천황에게 예를 하고 감사의 뜻을 표하라”고 강요하였다고 한다. 그 반대로 선생은 “나에게 전능을 베풀어 동양의 대악괴인 왜황(倭皇)을 내손에 죽게 하소서”하고 기도하였다고 한다. 일제의 천황이나 황후가 사망하면 사면령이 내리고 죄인(?)들을 풀어주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대문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간수가 밥을 줄 때마다 명치천황에게 감사하는 대신 한결같이 “상제(上帝)께서 메이지(明治)란 놈을 즉사시켜 주소서”하고 기도하였다고 한다. 감옥에서 사면령을 기대하는 죄수들의 기도가 일제 수괴에 대한 욕설이 된 셈이다.

   어쩌면 억울한 사람들의 저주를 하늘이 들어주셔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수많은 인명이 손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탐욕스러운 임금을 잘못 만난 탓으로 죄 없는 백성들이 그 귀한 목숨을 잃게 된 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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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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