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2013 현재, 시름시름 속병이 깊어져 체질개선을 위한 장기 처방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소비수요, 투자수요 급감으로 돈이 돌지 않는 무기력 증상이 이어지며 만성적 구조적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 소유의 집중 현상이 결과적으로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며 기업매출이 급격히 감소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거품과 역거품으로 초래된 가계부채와 중소기업부채 누적이 자칫 경제·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경계하여야 한다.

  # 오늘날 지구촌 불황은 글로벌 공급과잉(供給過剩)과 그 반대로 수요부족 현상이 맞물려 여간해선 경기가 호황으로 반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직도 잠재실업률이 높은 저임금국가 중국 혼자서도 전 세계가 쓰고도 남을 공산품 공급능력이 있음을 생각해보자. 이와 같은 상황에서 3% 이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보다는 가계부실에 따른 내수부족의 골이 깊어져 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가계가 튼튼하여 소비수요만 활성화되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삽시간에 성장한다.)
  고도성장기에는 웬만한 크기의 부채는 성장의 빛에 가려질 수도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부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은 설사 경기가 회복된다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통한 문제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 재정건전성은 한번 악화되기 시작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것이 2차 대전 이후 모든 자본주의 국가의 경험이다. 체질이 약화된 상황에서 확장 재정정책은 "시루에 물 붙기"가 되고 재정 건전성만 쉽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경기순환에 따른 불황이 아닌 구조불황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남용하는 것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재정수지를 악화시켜 국가신인도만 크게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 재정적자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확대되면 (국민소득 항등식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급격한 국제수지 적자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 가계저축률이 막다른 데까지 간데다 재정적자까지 커질 경우에 닥칠 시련은 가늠하기 어렵다.
  재정에 발목이 잡히면 모든 정책이 무력하게 되고 심하면 체제까지 위험하게 될 수도 있다. 일제가 병든 조선의 재정이 텅비어 있는 점을 교모하게 이용하여 침략의 발판으로 삼은 아픈 역사를 돌이켜보자.

   # 냉정하게 생각하면, 재정은 경기회복보다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사회에 대비하는데 지출하여야 한다. 오고 갈 데 없이 경제적 벼랑에 서 있는 노인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가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까닭은 노인 자살률이 다른 선진국의 10배 이상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 근검절약하지 않은 그들의 잘못이 크다 하더라도,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과 (내수 진작을 위한) 과소비 유도 등 사회적 책임 또한 크다. 질곡의 시대를 살며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노인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어떻게 선진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가? 인생 막다른 골목에서 절대빈곤 처지에 있는 노인들을 방치하는 나라에서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미래를 말하고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 변함없는 법칙은 “젊은이의 미래는 노인”이라는 사실이다.

     가계부채를 무 자르듯 쉽게 해결하려고 부채탕감이라는 반시장적 처방을 쓰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누구든 다투어 빚을 지려는 도덕적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싫으나 좋으나 통화공급을 확대하여 점진적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펼쳐 가계부채의 상대적 크기를 점차 줄여가야 할 때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가계에 특히 서민가계에 고통을 주게 된다. 오늘의 복합 불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극약처방이다.  소득 증가속도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혼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시장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대가를 치뤄야 할 때다.
  완만한 물가상승을 피하려다가 어느 순간, 경제가 털썩 주저앉게 되는 순간부터 허둥지둥 주야로 고액권을 찍어내야 한다.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아니면 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상황을 염려하여야 한다.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를 방지하자면 호미로 미리 막는 고육지책을 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졸고, 가계부채 비상구 참조

  ※ 쓸데없는 말 한마디 덧붙이자. 과거 경제개발단계, 금융억압 상황에서 저금리 대출을 특정기업들에게 몰아주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사실상 부채를 탕감해준 결과, 오늘날 대기업집단 자본축적에 기여하였다.   

      * 관련 글들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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