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재,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급강하하면서도 경상수지 흑자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났다. 경상수지는 총수출(X)과 총수입(M)의 차이인데, 국민경제 순환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함축된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국민소득 항등식에서 국민소득(Y)은 소비수요(C)와 투자수요(I), 그리고 경상수지 즉 수출입차이(X-M)를 더한 것이다.

  국민소득 항등식은
  Y = C+I+(X-M) ...(1)

    # 식 (1)을 정리하면
  Y-(C+I) = X-M ...(2)

  식 (2)에서 국민소득 즉 총공급(Y)과 총수요(C+I ; 소비수요+투자수요)의 갭이 경상수지로 나타난다.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는 국내 총공급과 총수요의 불균형 현상을 의미하는데, 총공급이 총수요보다 크면 경상수지 흑자, 반대로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크면 경상수지 적자가 된다.

  만약, 생산성이 저하되어 총공급이 줄어들어도 (불황으로) 소비수요나 투자수요가 더 많이 줄어들면 경상수지 흑자는 오히려 확대된다. 2012년 현재,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내수부족이 심화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생산성이 향상되어도 만약, 경기회복으로 소비수요나 투자수요가 더 크게 확대되면,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도 있다. 여기서 자본축적이 미미하고 소비수요가 왕성한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는 몰라도, 경상수지 흑자가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식 (2)을 다시 정리하면
  (Y-C)―I = X-M ...(3)
  식 (3)에서 경상수지는 총저축(Y-C ; 총소득-총소비)과 총투자(I)의 갭으로 나타난다. 저축이 투자보다 크면 경상수지 흑자, 반대로 투자가 저축보다 크면 경상수지 적자가 된다. 신흥경제권에서는 왕성한 투자확대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숙한 경제구조에서 저축은 제자리걸음인데, 국내투자가 위축되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커지지만,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불황으로 이어지기 쉽다. 저축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계속되는 것은 투자 감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잠식시키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경상수지 역시 흑자나 적자 한쪽으로 쏠리는 것보다는 균형이 보다 바람직한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저축, 소비, 투자 같은 경제 상황을 거시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고환율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커다란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환율을 억지로 끌어올리면 국내소비는 줄고 수출은 늘어나 경상수지는 개선될지 모른다. 그러나 가계는 환율상승에 따른 고물가를 부담하게 되고 가계저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기업이 기술혁신에 소홀하게 되면 성장잠재력 저하로 국민경제의 총공급능력이 떨어진다. 총공급능력이나, 저축률이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과정을 위의 식에서 살펴보았다. (저금리 정책은 물론) 상당기간의 고환율 정책은 오늘날 잠재성장률 하락 그리고 빈부격차, 가계부실 같은 한국경제의 그늘을 제공한 하나의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졸고, 환율 미스터리 - 1 참조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가계저축률이 한국경제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그 당시 한국경제는 가계가 튼튼하여 IMF 사태도 그럭저럭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높던 가계저축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이제는 바닥수준에 이르러, 국민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가계가 황폐화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최저 수준의 가계저축률이 계속되면, 1998년부터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를 순식간에 적자로 반전시킬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졸고,  저축 없이 미래 없다  참조

* 관련 글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