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과 금융의 공동변화

입력 2012-10-16 08:00 수정 2013-02-18 16:34
  대부분 경제변수들은 유기적 관계를 가지며 더불어 수축하고, 더불어 팽창하는 공동변화(co-movement) 현상을 나타낸다. 저축, 투자, 소비 같은 실물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총량지표들은 따로 따로 움직이지 않고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변동한다.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시장 가격지표들도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동한다. 거시경제 총량지표(總量指標)들과 금융시장 가격지표(價格指標)들 또한 서로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변화한다. 

  어떤 지표들끼리는 동시에 변화하지만, 다른 지표들은 선행(lead)하기도 하고 또 다른 지표들은 후행(lag)하기도 하면서 변동한다. 예컨대, 경기가 나빠질 조짐이 보이면 고용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도 낮아지며 선행적으로 주가가 하락한다. 반대로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과속성장은 뒤이어 물가불안을 가져오고 국제수지 적자를 초래하여 금리와 환율을 상승시키는 등 공동변화(共同變化) 현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는 각국의 경제지표도 서로 직간접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동변화 한다. 쉬운 예로, EC 국가들 사이에 이질적 경제구조를 단일 통화로 묶으면서 남유럽 국가의 저성장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가 심화되었다. 결국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대외저항력이 취약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시장경제에서는 "공짜 점심이 없다". 이는 대부분 경제 변수들이 공동변화하기 때문에 적어도 「시장」에서는 묘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경제정책도 시장을 보고 시장에 대응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정책목표를 미리 정하고 시장을 이에 꿰어 맞추려 하다가는 반드시 시장의 반란이 뒤따른다. 문제는 공명심이나 단기업적주의에 빠져, 거시경제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골몰하다보면 특정 사안, 미시적 분야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다보면 모든 경제 지표들이 유기적 상관관계를 가지며 공동변화 한다는 아주 평범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거나 외면하게 된다.

  # 2000년 초반 이후 경기부양을 위하여 장기간 저금리를 고집하고 내수를 살린다며 카드사용을 권장하였다.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부동산가격 급등에 이은 급락으로 시장이 붕괴되고, 과소비와 이에 따른 가계부실로 극심한 유효수요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각 경제변수들이 보이는 상관관계를 외면한 경기 활성화 대책이 빈부격차를 확대하며 오히려 경제를 장기침체의 나락으로 빠지게 하였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좌회전 신호를 깜박이며 실제로는 우회전한 꼴이 되었다.

  #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서민금융으로 특화되어야 하는 상호신용금고에 은행이라는 탈을 씌워주고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때부터 저축은행은 개인별, 기관별 다수 구좌를 통하여, 부유층에게 고금리를 제공하는 특수 금융기관이 되었다. 경제가 저성장기조에 접어들었는데, 고금리를 지급하는 금융회사에 자금이 몰리게 하였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빤한 일이었다. 아이디어에 골몰하다가 성장과 금리의 간단한 관계를 간과하였는가?

                                 졸고, 금리의 구성 참조

  경제변수들이 공동변화 현상을 나타내는데, 특정 부분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왜곡하려들면 다른 부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억지로 묘수를 부리다보면 반드시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 이 세상 변함없는 이치다. 특히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흡사하여 신체 어느 한 부분의 통증으로 몸과 마음이 시달리게 되는 이치와 같다.

* 관련 글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82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534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