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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스프레드와 경기전망

  미래의 불확실성 내지 채무불이행 위험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그런데 ’12년 7월 이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장저단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의 수수께끼”라고 하며 “미친 금리” 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는데, 이는 금리 구성과 금리 스프레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는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미래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채무불이행 위험을 반영한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 차이 즉 금리 스프레드는 현재와 미래의 경기와 인플레이션 변화를 예측하게 하는 신호가 된다. 또 장단기 가산금리 차이를 보면 채무불이행 위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경제가 성숙되고 물가가 안정될수록 장단기금리 스프레드의 실물경제활동 예측력이 높아진다. 시장금리는, 정부가 개입하기 쉬운 환율이나 실물가격지수에 비하여, 신속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경제적 설명력이 높기 때문이다. (CD금리는 엄밀하게 말해 경쟁매매가 아닌 상대매매 가격으로 시중자금사정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졸고 ; 금리의 구성 참조

  #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즉 시장금리의 장고단저 현상이 심화될수록 미래 경제성장 또는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거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가지 경제변수는 어느 한 가지 요인이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경기가 과열되면 뒤이어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중으로 금리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이들 변수 중에서 어느 한 가지가 비정상으로 높아지면 금리의 예측 능력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된다. 예컨대, 10.26 사태 직전처럼 외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통화증발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주 높은 상황에서는 금리가 높다고 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렵다. 또 IMF 구제금융 당시 불확실성이 증폭되어 리스크프리미엄이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커졌다고 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거나 물가가 오를 것이라 예측할 수 없다.

  # 장단기 금리 차이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면, 다시 말해 금리 스프레드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에 이르면 현재보다 미래의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신호다. 대체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뒤이어 물가하락을 예상할 수 있어 금리는 이중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다. 이러한 경우 합리적 투자자라면 단기채권보다는 장기채권을 선호하게 되는, 반면에 비관적 경기 전망을 하는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기 때문에 (장기)채권 발행을 미루려 한다. 장기채권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은 줄어들면서 채권가격은 올라가고 장기금리는 하락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쏠림현상이 일어나면 너도나도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몰려들어 장기채권의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장단기 금리차이가 없어지거나 오히려 역전되기도 한다.

   ’12년 현재, 한편에서는 유동성 홍수가 벌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돈 가뭄이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다가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져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장단기금리가 역전되는 금리의 장저단고 현상은 불황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주곡이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 하락이 보내는 시장신호를 외면하고 기준금리를 미리미리 조정하지 못하면 불황을 길고 깊게 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 때 경기부양을 고집하며 막무가내 저금리 정책을 펼치다가 금리인상을 실기하여 부작용이 엄청나 지금 그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지금은 반대로 금리인하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의문이 든다. 물가안정도 매우 중요하지만 불황의 늪이 길고 깊어지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 경제 환경변화따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데 일이 터진 뒤에 허겁지겁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재앙은 언제나 가계 부담으로 귀결된다. 

  ※ 참고로 우리나라는 중장기채권시장이 미발달되어 ‘12.8 현재 시중에서 논의되고 있는 장단기금리 비교는 고작 3년 만기 국고채와 콜금리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경기변동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고 리스크프리미엄 차이도 없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음을 감안할 때 어쩌면 3년도 짧지 않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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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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