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배부른 상전, 배고픈 하인 사정 모른다?

   2012. 7 합동 경제토론회에서 나온 대책은 투자활성화, 내수 살리기, 주택거래 활성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경기부양 관련 아이디어가 많았고 정작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민생문제 논의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 가뭄대책과 홍수대책은 달라야 한다.
  가뭄이 예상되면 저수지문을 막아 물을 더 채워야 하고, 홍수가 예상되면 미리 저수지문을 열어 물을 빼낼 필요가 있다. 평소에 저수지 바닥을 긁어내고 둑을 보수하여 저수능력을 늘려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날 한국경제 병리현상은 양극화현상 심화, 한 때 유행했던 과소비 풍조, 투기적 경제활동으로 말미암은 저축률 하락에서 비롯되었다.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 누적으로 소비수요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어 기업 생산활동 위축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가계를 튼튼히 하거나 최소한 더 이상은 망가지지 않게 하는 조치들이 최우선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 아무리 어려워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교육은 국가백년대계로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과제다. 어쩌면 경제문제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교육정상화다. 가계부실도 과외열풍 같은 비정상적 사교육이 하나의 원인이지만, 우리 사회를 이지러지게 하는 대부분 문제들은 잘못된 교육에서 파생되었다. 겉으로는 평준화를 외치지만 안으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서열경쟁을 유도하는 교육제도가,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 사회로 변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 옆에 호텔을 짓도록 하겠다니 어처구니 없다. 초중고 주변에 모든 유흥시설을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하여야 하는데 말이다. 또 오피스텔과 미분양 아파트를 숙박업소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는데, 일부 오피스텔이 성매매 단속을 피해 가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보도를 감안할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걱정스럽다.

   예로부터, 동주상구(同舟相救)라 하여 한 배를 타는 사람들은 위기가 닥치면 서로 돕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토론 내용을 보면서 “배부른 상전, 배고픈 하인 사정 모른다.”는 옛날 속담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분명한 것은 재벌이나 영세 자영업자나 모두 한국호에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1년 현재 우리나라 소득 5분위 가계의 월간 소득은 125만원이라고 하는데, 이를 환산하면 1인당 연간 소득은 3,560달러{125만원×12월÷3.66(가구원수)÷1150(환율)}가 된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의 20%가 인도네시아, 파라과이,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각국의 통화 구매력수준을 감안하면 생활수준은 이들 나라들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이 저소득층일수록 빚투성이가 되어 빚에 포위되어 있다.
  가계부실로 파생되는 문제를 극복하려면 가계 부담을 줄이거나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자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적극적 노력과 함께 최저 임금을 소득 2만 달러 수준에 걸맞도록 조정해 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더 이상 유입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부동산 유동성을 위해 취득세, 등록세 폐지를 머뭇거려서는 아닌 된다.
  이 상황에서 DTI를 완화하고 가계소비를 촉진하다가는 나라의 근본이 되는 가계가 아주 무너질 위험이 도사린다. 시민들은 정신없이 4~5천원 되는 커피를 들고 다니지 말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녀야 한다.
                              졸고 ; 가계부채 비상구 참조

  빚에 쪼들리고 생활고에 허덕이는 가계,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을 안아주어야 한다. “피기도 전에 시드는 486인생”(시급 4860원에 일하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허드렛일자리조차 빼앗기고 벼랑 끝에 서있는 중장년들의 고뇌를 다둑거려야 한다. 감히 말하건대, 지금은 우주의 진리와 조화를 캐내려는 고뇌보다 부모봉양하고 처자식 부양하는 고뇌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군대시절, 배가 아프다고 의무실에 온 졸병들에게 무조건 「나일론 환자」라며 아랫배에 빨간약으로 X자를 크게 그려주고 낄낄거리던 의무병이 있었다. 당시 그들 중에 급한 수술을 해야 하는 맹장염 환자라도 있었다면 귀한 목숨 어떻게 되었을까? 머큐로크롬으로 가벼운 상처를 소독할 수는 있겠지만 오장육부를 다스리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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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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