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금리, 오르나? 내리나?


  한국경제는‘12년 현재, 금리와 관련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 시각에 따라서, 금리가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맞으며 금리가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는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금리를 인하하여야 하지만, 돈을 풀어도 실물부분으로 유입되지 않고 단기 대기성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대기업집단은 금리 올리라고 하지만 빚에 쪼들리는 서민 가계에게 지금 금리수준도 너무 힘겹다. 또 다가오는 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금리가 올라 바닥에 다다른 저축률을 필사적으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부동산시장 붕괴라는 지뢰가 두렵다.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금리 문제는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처럼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한마디로 기업자금조달 위주의 저금리 정책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어 가계부채, 부동산 거품 같은 부작용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저금리를 고집하다가 그 병리현상이 깊어지고 깊어졌다. 무작정 성장지상주의에 더하여 생색내기 단기업적주의가 진퇴양난 상황에 빠지게 하였다. 정부차원에서 “소비가 미덕이다”라며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심지어는 출퇴근 시간을 변경하여 소비를 유도하려는 황당한 대책도 검토되었었다.
  경기진작 수단으로 금융이 남용되다보니 실물부분을 지원해야 하는 금융부분이 실물부분을 교란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되었다. 벼를 빨리 자라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 벼를 살짝 잡아당기면 일시적으로는 벼가 빨리 자란 것 같아 보이지만 벼 뿌리는 들뜨게 된다. 이 같은 알묘조장(揠苗助長)의 조급증과 미봉책으로 한국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면서도 (가계)체질은 차츰 약화되어 왔다. 

  지난 일을 돌이킬 수도 없고 오늘날 금리 문제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사항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 한국경제는 세계화를 표방하고 있고 이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비상사태에 있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미국,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고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 따른 저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외 금리차가 커지면 차익거래(差益去來)가 성행하고 그에 따른 핫머니 유출입 부작용이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98년부터 ’11년 까지 우리나라는 2,920억불에 달하는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도 외화부족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불가사의한 상황에 있다.)

    # 가계부실 문제가 한국경제의 화약고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내수침체가 기초생필품 시장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면 도화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가계는 경제사회의 뿌리다. 가계가 부실해지면 결국에는 기업도 부실해지고, 나라도 취약해진다. 가계가 허덕거리고 신음하는데 화려한 경제지표는 도통 약이 되지 않는다.

  한계에 다다른 가계부채와 맞물려있는 부동산시장이 이대로 주저앉으면 금융불안으로 번지고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그칠 줄 모르는 쏠림현상으로 시달리던 부동산시장이 이제는 역쏠림현상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졸고 ; (가계부채) 비상구는 어딘가?  참조

    내외금리 차이, 가계부실과 부동산시장 거래실종 같은 경제현안을 생각하면 금리정책의 향방은 분명해진다. 원칙적으로 거시정책과 미시대책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정책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 피할 수 없이 거시정책의 부작용을 미시대책으로 보완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컨대, 금리를 내려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동시에 장기저축과 고령자저축을 획기적으로 유인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시달릴 극빈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도 유의하여야 한다. 오랫동안 저금리로 빚어진 깊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다시 저금리라는 비상(砒霜)을 써야 하는 극약처방이자 응급처방을 하면서 그 부작용을 누그러트리는 일 또한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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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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