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불통사회

  인류는 언어, 봉화, 전화기 같은 의사소통 수단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어도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소통부재의 문제를 안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도 백성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쉽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제는 라디오, 인터넷, 트위터 같은 대량매체 발달로 실시간 정보유통에 이어 양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듯 의사소통 수단은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소통부재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의견 교환이 굴절되거나 단절되면 대립과 갈등이 야기되는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도대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 대부분 사람들이 남의 의견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남을 설득하려고 한다. 대화의 장이 벌어지기는 해도 대부분 치장에 그친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면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힘센 사람이 화를 내면서 실력자의 의지대로 결론이 나버린다. 공청회에 가보면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보다는 미리 결론을 내놓고 반대의견을 무마하거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연출이라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 그러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고 마니 그저 형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내 주장만 앞세우다 보니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소통을 가로 막고 되레 감정의 응어리만 남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 한심한 일은 무엇이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고, 쓸데없는 일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는 모습까지도 여기저기 보인다.

    #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나의 의견은 옳고 (나와 다른) 너의 생각은 틀리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같음과 다름의 차이 그리고 옳음과 틀림의 차이를 혼동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자신들의 주의주장만이 옳다는 가정아래 그럴듯한 상황 논리를 개발하려고 한다. 얼토당토아니한 논리에 집착하고 그릇된 신념, 오염된 가치관에 포위되기도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한 기본철학이나 진지한 자세는 없이 그저 말재주만 능하다보니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말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시때때로 말을 바꾸는 사람들의 말을 한두 번 믿는 것이지 어찌 계속하여 믿을 수 있겠는가?

  # 일의 실체보다 실질효과보다는 그저 겉치레를 중시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언제부터인가 무슨 일을 하던지 내용보다는 포장에 힘을 쏟는 행태가 엿보인다. 중장기적 편익과 효과를 생각하기보다 당장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연출에 집착하려는 모습을 복 수 있다. 실력 있고 똑똑하다는 인사들이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보고 억지 논리로 “제논에 물대기”만 좋다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실천은 없는 공염불이 반복되는 경우, 언어가 소통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정보의 유통경로가 다양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얕잡아보는 그 어리석은 속내를 어찌 감출 수 있겠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니 의사소통이 될 까닭이 없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나누고 참여하고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나누고 참여하는 것은 제쳐 놓고 일방통행으로 전달만 강조하게 되면 의사 소통이 원활할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일은 일제와 같은 군국주의, 그리고 공산독재 같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미래사회의 부가가치 창출 원동력은 말할 것도 없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다양한 의견, 나와 다른 생각들을 수용하고 이를 존중하는 유연성을 가지는데서 생겨난다. 다른 음색을 내는 악기들이 서로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에서 아름다음을 창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확산도 다양한 생각들을 결집하고 융합하여 생산적 방향으로 분출시키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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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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