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인사 내지 저명인사들의 권위가 타락하면 공동체 생활의 구심점이 없어져 사람들이 방황하게 된다. 권위(authority)는 고매한 인격과 정통한 판단력으로 사람들 행동거지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을 의미한다. 그러니 권위 있고 존경 받는 인사들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믿고 기댈, 정신적 좌표를 잃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공직자, 스승, 성직자 같은 지도층 인사들이 무슨 말을 하면, 귀를 기울이기보다, 코웃음부터 치는 광경도 목격되는 형편이다. 우리사회에서 부지불시간에 권위가 추락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우리사회에서 어떤 경로로 권위가 손상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 공인이 공공의 입장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집단의 편을 들고 그 이익을 옹호하는 모습도 가끔 보이고 있다. 공인(public figure)은 거시적 차원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사적견해, 개인감정을 토로하며 사적 울타리를 치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행태가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며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선거)전략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비논리적이며 감정에 치우친 언쟁을 벌이는 사이에 불신의 늪은 깊어지며, 그들 자신의 체면은 구겨지게 마련이다.

  # 소위 “완장” 찬 인사들이 조직과 사회를 휘젓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인사들이 줄을 잡아 자리를 차지하고는 전문가 조직을 좌지우지하려 든다. 이러다 보니 거꾸로 전문가라고 자처하던 사람들이 벼락감투를 쓴 인사들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도 벌어진다. 저 혼자 도깨비감투를 썼다고 착각하며 난데없이 나타난 인사들이 오랫동안 일해 온 전문가들을 희롱하고 꾸짖는 사회에서 어떻게 권위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수십 차례의 청문회에서 나타났듯이 헤비급 인사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보통사람들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는, 비도덕적이고 변칙적인 행실을 일삼는 경우를 보게 된다. 치부가 들어났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무엇을 잘못 했느냐? " 며 모호하고 해괴한 변명을 하며 그냥 그 자리에 눌러 앉으려  용을 쓴다. 이 오염된 영웅(?)들, 우스꽝스러운 광대들이 어떻게 권위를 가질 것이며 선량한 시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 강제력을 가진 권위주의적 억압과 자발적으로 동조하는 권위를 혼동하는 일이 오래 동안 계속되었다. 으름장을 놓고 여차하면 혼을 내겠다고 눈을 부라리는 것이 폭력이지 권위가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권위주의 질서는 상당기간 이어졌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권위가 있었던 시대는 언제였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질식할 것 같은 질서는 조금만 삐끗해도 한꺼번에 무너지기 쉽다. 추종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충성을 맹세해도 도덕성,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허물어지기 쉬운 것이 권위주의 힘의 질서다.

  권력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려는 인사들일수록 처지가 바뀌면 더 권력을 남용하고, 더 권위주의적으로 군림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노예근성에 익숙한 사람들일수록 힘을 잡으면 위장된 권위를 더 강조하려고 하니 무슨 권위가 세워지겠는가?
  권위란 신뢰가 뒷받침되어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동의하고 우러르는 가운데 쌓여간다. 공직자의 권위는 기발한 홍보 전략보다는 그 시대 그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저절로 세워진다. 스승의 권위는 근엄한 표정과 고담준론보다는 마음속으로 제자들을 아끼면서 단단해진다. 성직자의 권위를 높게 하는 것은 높은 종탑과 번쩍거리는 황금제단이 아니고, 그들의 신을 함께 모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 문무왕이 서라벌에 성곽을 쌓을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상법사가 글을 보내서 아뢰었다. "왕의 다스림과 가르침이 밝으시면 비록 풀언덕에 금을 그어 성이라 해도 백성들은 감히 이것을 넘지 않을 것이며, 재앙을 씻어 깨끗이 하고 모든 것의 복이 될 것이나, 정교(政敎)가 밝지 못하면 비록 장성이 있다 하더라도 재해를 막지 못할 것입니다" 왕은 이 글을 보고 이내 역사를 중지시겼다.(삼국유사, 제2권 기이, 이민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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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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