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비용과 편익

   무슨 사업(계획)이든지 일을 추진하면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지 않으면 비효율과 낭비가 초래되기 마련이다. 공공부문은 물론 개인부문에서도 미시적이기 보다는 거시적으로 비용과 편익을 산정하여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기회비용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어떤 경제전문가는 “소득수준이 아주 낮은 필리핀사람들도 골프를 쉽게 치는데,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한국에서 골프치기가 어렵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골프장 건설을 쉽게 하고 특별세를 폐지하여 대중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또 어느 해 수해 현장 근처에서 골프를 친 선량(善良)에게 “물난리가 났는데 골프를 쳐도 되느냐?”고 그의 친구가 농담 삼아 묻자, “내가 골프를 쳐야 캐디들이 먹고 살 것 아니냐?” 며 화를 냈다고 한다.
  최근 석유 값이 요동치며 골프장 야간조명을 금지하자, “골프장에서 잡초 뽑는 아주머니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세수도 줄어든다.”며 흥분하는 어처구니 없는 언론인도 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기도 하고, 나라를 이끄는 “중량급 인사”들이 하는 소리라 무게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먼저 필리핀은 개발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유휴지가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있고 그냥 놔둬도 잔디가 잘 자란다. 우리 금수강산은 땅이 모자라 대부분 산지를 깎거나 심지어 염전을 메워 골프장을 짓기도 한다. 거기다 잔디가 잘 자라지 않고 농약을 뿌려야 하니 골프코스가 자칫 녹색사막이 될 우려도 있다. 상대소득수준을 감안하더라도 골프장 건설, 유지 비용의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 웬만한 골프장의 클럽 하우스 한 채 지을 돈이면 필리핀에서는 골프장 몇 개를 짓고도 남을 것이라고 어림잡는 이도 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개 멀리 떨어져 있어 왕복 차량 휘발유 값이 야간조명 비용의 몇 십 배는 되고, 차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무시하지 못한다. 나라의 미래를 걸머진 우수한 젊은이들이 그 소중한 시간(대략 11~13시간 내외)을 골프 한 번 치는데 허비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니다. 기회비용(機會費用) 측면까지 따진다면 비행기 삯을 내고 필리핀에 가서 몇 일간 골프를 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은 대부분 고학력 인력이다. 당장의 수입은 다른 직종에 비하여 괜찮은 편인지 모르나, 오래 일해도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징검다리로 생각하지 천직(天職)으로 여기고 평생 종사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급인력이 보다 생산적인 일, 그리고 자기개발을 도모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경제성장 내지 국가발전 전략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하루 종일 해도 단돈 몇 만원 받기 어려운 골프장 풀 뽑는 아주머니를 위하여 골프를 쳐야 한다는 생각은 설익은 비약이다.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하와이 골프 여행을 장려하자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일을 추진하면서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을 무시하면 그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누군가가 대신 지출하여야 한다. 모든 비용은 단순 금전적 비용이 아닌 기회비용 차원에서, 편익은 특정인만의 편익이 아닌 공공의 편익을 생각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분적으로는 경제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비경제적인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하게 된다. 예컨대, 대도시 자투리땅에 고층건물 신축을 허용하면 사무실 공급은 늘어나고 당해 기업은 수지맞지만, 도심 집중에 따른 교통 혼잡과 도시사막화에 따르는 불쾌지수 같은 비용은 모든 시민의 공동부담이 된다. 장기적으로 무계획 도시가 되어 다른 건물들의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조금만 멀리 생각한다면 그 땅에 쌈지 공원이나 녹지를 조성하여 여유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사회적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보다 크게 하는 길이다.                 졸고, “기회비용과 기회주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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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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