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시장신호기능

  지난 해 가을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지나갈 때 예술의 전당 앞 신호등이 뒤틀리고 구부러져서 신호등이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자 차들이 어찌할지 몰라 엉거주춤하였다. 얼마 전 내가 사는 동네 좁은길에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적색 신호 때는 간선도로의 차량 흐름까지 막히게 하는 일이 가끔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3색 신호등이 왼쪽으로 가라는 뜻의 화살표 표시가 멈추라는 의미의 빨간색과 겹쳐져 가야할지 서야할지 몰라 차들이 우왕좌왕하며 사고위험까지 있다는 보도가 있다.

  신호는 사람들에게 어떤 상황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최적 대응을 지시하는 일이다.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거나 신호를 잘못 읽으면 사람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여 혼란이 발생한다. 거짓 신호를 전달하거나, 신호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어지면 질서가 흐트러지고 불화와 갈등이 잉태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 “가격”이 경제활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信號) 기능을 한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에 반응하여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소비가 결정된다. 효율적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현재와 미래의) 수요·공급 관련 정보를 시장에 제공함으로써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마늘이 암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발표된다면 마늘 소비수요가 확대되어 가격이 상승하고 이를 예상한 생산자들로 하여금 마늘 생산을 늘리도록 유인(誘因)하여 결국 가격도 균형상태에 이를 것이다. 또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선호하게 되어 꼭 필요한 사람만 석유를 사는 배분(配分) 기능을 한다. 석유를 거의 무료로 배급하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밤낮으로 차량이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하였다. 가격의 배분기능이 상실된 결과라 하겠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신호기능을 무시하고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일어나 경제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미래 어느 시점 석유 고갈은 기정사실이고, 인구가 많은 중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이 성장하면 에너지 소비수요가  급증하여 향후의 유가상승은 불가항력이다. 그런데 석유 값을 잡겠다고 시장에 개입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내린다면 일시적으로 얼마간 가격상승을 막을 수 있다. 당장에는 막대한 대체 에너지 개발 비용 지출 부담도 없겠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이 더디어질 것임은 확실하다. 소문에 의하면 석유메이저들이 대체에너지 개발을 지연시키기 위하여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신호기능 즉 가격을 무시하다가는 용수철 효과를 통하여 시장을 교란시킬 위험이 커진다. 용수철을 힘 있게 밟으면 일시적으로는 누를 수 있지만 끝까지 밟고 있을 수도 없고, 힘이 다하면 더 튀어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석유 값 상승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하여 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사실이지 인류의 미래는 태양광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달려 있다. 우리의 후손들은 석유를 에너지가 아니고 소재(素材)로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고층 아파트가 주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는 미증유의 사태를 상상해보자. 에너지 저소비 유도와 대체에너지 개발은 미래사회의 핵심 경쟁력으로 전력을 기우려 추진하여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가계부문도 에너지 저소비 대책을 미리미리 강구하여야 미래 어느 순간 닥쳐올 재앙을 막는 길이다.

  일반사회나 경제사회에서 무리 없는 질서가 정착되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의 전제조건은 신호기능이 무리 없이 작동되는 일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가격은 생산과 소비 같은 경제활동에 대한  신호(signal)와 유인(inducement) 그리고 자원을 배분(distribution)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하여 독과점에 의한 담합, 불공정거래, 부당내부거래, 창구지도 등에 의하여 시장가격기구가 손상되는 일은 철저히 예방되어야 한다.
  가격기구의 보완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들여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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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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