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여기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다” 이말은 가다피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내전으로 번지자 엉뚱하게도 애국심을 강조하며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그러면서 “리비아는 여러분의 조국이자 여러분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포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고 무차별 폭탄을 퍼붓는 그가 순교자가 되겠다니 이 무슨 도깨비 조화인지 모르겠다.

  아무 때나 주님이나 부처님을 찾으며 신앙심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거지는 그들의 말과는 전혀 딴판일 경우가 많다. 영국 속담에 “비겁한 자들의 마지막 피난처는 애국”이라고 하였다. 평소 애국심을 외치는 사람들일수록 어떤 문제가 불거지는 사태가 벌어지면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혼자 빠져나간다. 비열하고 교활한 행동과 모습을 신앙이나, 애국심이란 이름으로 위장하고 더 나아가 미화하려고 한다.

  이 세상 대부분 독재자들과 그 하수인들은 하나같이 애국심을 부르짖으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강요한다. 사람들에게 자기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행복해 하기를 요구하다가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애국심이 없다며 반동분자 또는 불순분자로 몰아 혼을 내려고 한다. 또 "황국신민"이 되어 적의 훈작을 받으려고 아우성치던 매국노들도 나라를 팔아먹는 일이 애국하는 길이라며 얼토당토아니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였다. 거짓 선지자, 사이비 교주들이 자신들이 조작한 “신의 이름”을 내세워 감언이설을 늘어놓다가 어느새 으름장을 놓으며 몽매한 신도들을 유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평소에는 이들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가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서로 충돌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들 본연의모습이 순식간에 들어난다. 사회에 봉사도 하고, 영광된 자리도 차지하고 돈도 벌어들이는 일은 누구라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과 사익이 배치되는 상황 즉 동기양립(動機兩立)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소인배와 선비의 태도는 극명하게 엇갈리게 마련이다. 진짜 선비의 경우에는 조직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자신의 처지를 돌아볼 것이다. 소인배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의 (거짓)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데 골몰하여 주저하지 않고 조직과 사회를 해칠 것이다. 보통사람들, 선량한 시민들의 경우에는 최소한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익을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질곡의 울퉁불퉁한 역사를 가진 사회에서 정신 바짝 차려야 선비는 차치하고 보통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경험으로 보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몸 바치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일수록 정작 사회에 기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순교와 애국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논어에서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말 잘하는 입을 미워한다.”(惡利口之覆邦家者. 논어 陽貨 제17)"고 하였다. 말만 잘하는 자는 그 실체가 없이도 그른 것을 바른 것처럼, 바른 것을 그른 것처럼, 속이는 일이 다반사이니 가까이 하다가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힘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말 잘하는 자를 경계하여야 한다.
  애국 애국하면서 사회와 국가를 좀먹는 행동을 하는 사이비들을 경계하는 지혜를 특히“젊은 사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청소년들이 위장된 애국심, 거짓 신앙, 가짜 의리에 멋모르고 휩쓸리는 사태를 예방하는 일은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하여 도덕심을 강조하고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일보다 그저 어른들부터 지도층부터조그만 일부터 실천으로 보여주는 길 뿐이다.

  가다피는 자신이 리비아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신을 위하여 죽는 사람들을 애국자라고 여기는지 모른다. 가다피는 자기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신이 죽는 것을 순교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대망상증에 빠진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어디 가다피 혼자뿐이겠는가? 그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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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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