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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공든 탑을 무너트린다

  며칠 전 점심모임에서 늘 주문하던 음식보다 앞으로는 보다 싼 음식을 먹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물가가 오르다보니 사람들의 삶이 만만치 않아지고 있음을 뜻하는 장면이었다. 우리사회를 우울하게 하고 있는 고용불안, 노후불안, 주거불안, 도덕불안에다 이제는 물가불안의 그늘까지 다가 온 셈이다.

  이 선량한 친구들의 삶을 지치게 하는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하락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그 결과도 된다. 통화증발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은 똑 같은 상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여야 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원자재 같은 생산요소 가격이 상승하면 실물에 대한 화폐의 (상대적)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의 결과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서민, 중산층의 공든 탑을 무너트려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는 사람들의 기회가 움츠러들고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 물가가 안정되어 먹고사는데 별 지장이 없어야 서민들이 한푼 두푼 모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미래의 신분상승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몹쓸 인플레이션이 지나가면 근검절약의 결과가 헛수고가 되기 십상이다. 과거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일컫게 된 것은 생활물가가 저렴하여 허드렛일이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초생활에 위협을 받지 않고 미래도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물가안정만이 근검절약하는 사람들을 더 나은 삶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게 하는 기회 즉 “성공할 수 있는 기회(opportunity to succeed)”를 제공할 수 있다.
  성장통화를 공급한다고 유동성을 확대시켜 화폐가치를 떨어트리면 그 비율만큼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과 똑같다. 대부분 후진국의 경우 경제성장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까닭은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가 높기 때문이다. 통화증발 과정에서 대다수 가계는 물가상승 만큼 불이익을 받지만 그 반사이익은 대개 소수에게 집중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면 클수록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서민계층 내지 중산층의 기회가 그만큼 엷어지게 된다.

  # 인플레이션은 서민 중산층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단지 물가가 오른다는 사실에 대하여 불편해하지만 결국에는 자신들의 금융자산의 가치가 줄어들었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불안해한다. 그 집의 음식 값처럼 물가가 12% 오르면 사람들의 월급과 퇴직금 그리고 모든 현금, 예금 자산의 가치도 그 순간 12% 추락하게 된다. 물가불안은 저축의 가치를 떨어트려 근검절약을 통하여 미래를 보장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예컨대, 고령사회에서노후 안녕에 대비하기 위하여 노후보장보험에 가입하여도 화폐가치가 타락하면 그만큼 미래 보장이 줄어들어 보험가입자의 후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근검절약하면 적어도 기본생활이 보장된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 비로소 미래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 미래의 불안이 해소되어야 비로소 사람들이 명예와 자부심을 크게 생각하게 된다. 그 때 비도덕적 무한경쟁, 마구잡이 과당경쟁을 자제하게 된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무시되고 신분이동이 봉쇄된 봉건사회와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신분이동의 기회가 주어지고 밝은 미래도 약속할 수 있다. 그래서 물가안정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이며 자본주의를 이끄는 분배의 정의를 이룩하는 밑바탕이 된다. 마음만 먹으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관리통화제도 아래서는 화폐가치를 안정시키는 일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일이다. 물가안정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알파와 오메가가 된다.
                                      easy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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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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