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신의 손 (La Mano de Dios)”

  선수가 반칙을 하는데도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지 않으면 누구도 게임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소비자 즉 관중들이 외면하여 더 이상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양쪽 22명의 선수들이 동시에 뛰는 축구경기에서 주심 혼자 선수들의 행동을 일일이 관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여 선심이 필요하고 때로는 비디오 판독까지도 필요하다.

  복잡하면서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조직과 사회에서는 비리의 수법도 갈수록 은밀해지고 법의 한계를 피해가는 방법도 교모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비리를 저지르는 하수인 즉 행동대원들은 대부분 실력자의 신임을 받는 유능한 인재(?)들이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비리의 존재를 짐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물며 전문지식이 없는 외부 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밝혀내기란 어쩌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꼴”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비리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혈연, 지연, 학연 같은 비선(secret line)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이것저것 거치적거리기 때문에 이를 과감하게 파헤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조직과 사회가 맑고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내부경보자(내부고발자) 즉 ‘호루라기 부는 사람(whistle blower)’의 역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호루라기 부는 사람은 축구에서 선심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한다. 내부경보자는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를 지킬 파수꾼으로 조그만 비리의 씨앗이 조직전체를 오염시키고 병들게 하는 일을 예방하게 한다. 경영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나중에 가래로도 막지 못할 것을 미리 호미로 막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비리와 부정 같은 나쁜 소식을 조직이나 사회에 빨리 퍼트리면 구성원들이 나쁜 행동을 주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조직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권력이나 금력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른바 ‘깡패의리’를 의리라고 부르는 사회에서는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 “천하에 상종하지 못할 배신자”로 매도당하기가 쉽다.  서구처럼 시민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헛된 체면을 중시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비리를 공공연하게 고발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겉치레가 팽배한 사회에서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낙인찍히는 것을 무릅쓰고 양심선언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부정부패방지법”을 보완하고 내부경보자를 국가가 보호하고 장려하는 일은 한국경제가 비상(飛上)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라고 판단된다. 더 나아가 공직자 또는 “공개기업” 종사자가 직무 수행과정에서 비리를 알고도 모르는 척 눈감고 있는 것도 사실상 범죄행위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내부경보자 보호는 어둠속에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누군가를 음해하는 투서의 남발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하여 용기 있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기보다 보호하고 육성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1998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잉글랜드 문전에서 골키퍼와 동시에 뛰어오르며 손으로 골을 넣는 반칙을 범했으나 주심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득점으로 인정했다. 손으로 공을 밀어 골을 얻은 ‘디에고 마라도나’를 보고 ‘신의 손(La Mano de Dios)’ 을 가졌다며 사람들은 웃었다. 발로 하는 축구 선수로서는 최소한의 자부심도 없이 손으로 “큰 골”을 만들었다는 뜻일 게다. 어쩌면 마라도나는 꿈속에서 몇 번이고 “그 놈의 양심 때문에 미치겠다.”며 울부짖었는지 모른다. 그가 축구선수로서의 진정한 명예를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 놈의 양심 때문에..”  참조

  생각해보면 어느 바보라도 다 알듯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을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대물림하는 일 또한 ‘신의 손’이 아니겠는가? 이 “신의 손”들이 아주 망가지기 전에 그들을 진정으로 보호하기 위하여도 “호루라기 부는 사람”들을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육성하고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easy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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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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