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불로소득은 무엇인가?

  부동산을 사두고 외국에 나가 살던 후배로부터 얼마 전 “형님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도 안하고 뭘 했소?” 하는 경멸인지 애정인지 모를 핀잔을 듣고 잠시나마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뚜렷이 하는 일도 없이 꽤 재산을 모은 그 친구처럼 우리 사회는 “불로소득으로 일그러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과거 집 한 채만 잘 사고 잘 팔아도 보통사람들이 평생을 근검절약하여 모은 재산보다 더 큰 수지가 맞는 경우를 어디 한 두 번 보았던가?

  우리 경제에서 소득의 불균형 문제가 우려되고 있지만 정작 소유의 불균형 문제는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 소득의 지니계수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자산, 부동산의 지니계수는 이미 충격적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자산 및 소득의 지니계수 추이

‘00

‘01

‘02

‘03

‘04

‘05

‘06

‘07

자 산

총자산

0.6132

0.6185

0.6132

0.6229

0.6231

0.6347

0.6460

0.6499

부동산

(주택포함)

0.4979

0.5157

0.5250

0.5417

0.5400

0.5549

0.5749

0.5721

금융자산

0.6646

0.6887

0.6457

0.6791

0.7038

0.6739

0.6830

0.6952

소 득

 

 

 

0.2700

0.2780

0.2810

0.2850

0.2930 자료 : 통계청 사회통계국

  “적게 벌고 많이 벌고”의 문제를 넘어 “많이 갖고 적게 갖고”의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소득의 불균형 현상과 함께 중산층 이하의 과소비 행태가 장기간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비정상적 소득 즉 지하경제, 부패, 거품 같은 불로소득(不勞所得)이 상당하였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로소득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생기며,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가?

  # 주식시장에서 허위 정보를 퍼트려 주가를 올리면 멋모르고 달려든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서로 대면하지 않는다고 죄의식을 덜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벌이는 악질 범죄 행각이다. 이는 건물 옥상에서 사람들 아무에게나 무차별 돌팔매를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소위 요로를 통하여 개발 구획 같은 정보를 미리 알아내어 땅을 사두었다가 땅값이 뛴 뒤에 팔면 쉽게 떼돈을 벌 수 있다. 개발비용이 크게 들어 최종 소비자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거기에는 멋모르고 갑자기 땅을 판 원주민의 깊은 한숨도 서려있다.

  #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면 자금조달 수혜 기업은 앉아서 불로소득을 거둬들이는 셈이다. 예컨대, 과거와 같이 시장금리가 15%인 상황에서 (정책금융) 1천억원을 금리 1%로 융자받으면 연간 140억원<1000*(0.15-0.01)>의 국고 보조를 받는 셈이다. 그런데 그 일천억원은 어떤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꺼내 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유동성을 팽창시켜 물가를 올려 시민들에게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를 물리게 한다. 물가불안이 아니면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켜 수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 쉽게 번 돈을 세금도 없이 대물림하기 위하여 피상속인 이름으로 기업을 설립하고 이리저리 내부거래를 통하여 지원하면 신규기업이 살찌는 만큼 기존기업은 껍데기가 되어 간다. 만약 기존기업이 공개법인이라면 기존의 소액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손실을 입게 된다.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주식을 싸게 발행 것과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은 탈세 내지 조세회피를 눈감아 주면 나 자신을 포함한 시민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당장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뇌물과 탈세로 말미암은 폐해는 먼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나 후손들이 부담해야 한다. 나라 살림에 드는 돈은 결국 누군가가 대신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세와 조세회피 예방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에서 힘 안들이고 부를 축적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 몇 배 이상의 진땀을 흘려도 헛일이 되기 쉬운 법이다. 경제사회에서는 누군가 거저 쾌락을 누리면 다른 누군가는 그보다 몇 배의 쓰라림을 겪어야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구는 언제나 어디서나 들어맞는 이야기가 된다.

brightnew@hanmail.net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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