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집중 즉 경제 양극화 현상은 지구촌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재앙의 하나로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환경파괴"와 버금가는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출과 내수의 커다란 벽,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오르지 못할 언덕, 부자와 빈자의 건너지 못할 강이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기술진보 같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자세와 능력에 따라 벌어지는 경제력 집중은 오히려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유발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생산성 격차와 관계없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 또는 정책 왜곡으로 인한 불로소득으로 말미암은 양극화현상은 사회구성원간에 공동체의식을 파괴하여 대립과 갈등을 유발한다.
  경제력 집중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확산되는가 생각해보자. 

  #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혁신이 경제력 집중을 유도한다.
기술혁신,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새 기술을 적기에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이나 가계는 순식간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쥐게 된다. 반면에 재래식 산업과 기술은 점차 쓸모없게 되어 새로운 조류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가가치 생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생산요소의 양적 요소보다 질적 요인이 중요해지면서 인력과 기술의 질적 차이가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졌다. 글로벌 현상, 정보화 현상으로 「승자독식」경향이 강해지며 고기술 전문직의 임금은 크게 상승하는 반면, 비숙련 단순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정체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런데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하여 저개발국 근로자 유입을 추진할 경우, 단순노동의 임금은 더 하락하고, 심지어 (고분고분하지 않은) 자국 근로자들을 일부러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실직을 당한 멀쩡한 청장년들이 허드레 일감도 찾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주변에서도 흔히 보인다.

  #  대기업 집단이 특정 전문 분야에 몰두하지 않고 모든 분야를 다 장악하려고 지네발경영을 하게 되면 자본력과 교섭능력(bargaining power)에서 뒤지는 중견업자, 중소영세업자들은 설 곳이 없어지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조립생산에 집중하고 특화하여 성장한 결과 부품의 해외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출 증가가 (중소기업의) 투자 및 고용증가로 연결되는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전후방 산업연관관계가 취약해지고 있어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 적하효과)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적하효과(滴下效果)는 우리 논의 넘치는 물이 이웃 논까지도 적시듯,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등 선도부문의 경제적 성과가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낙후부문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현상이다. 허쉬만(A. Hirschman)이 주장하였듯이 과거 산업화 초기에는 불균형 성장정책을 쓰더라도 트리클 다운 효과로 사회전체가 어는 정도 혜택을 볼 수 있었다.
  # 소비를 유도하는 단기업적주의에 따른 경기부양정책이 반복되며 거품 형성과 소멸과정에서 (한계)가계의 부실이 심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기부양책은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공급을 확장하여 저축보다 소비를 유도하는 방책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졌다. 쉬운 예로 2000년대 초 글로벌 IT 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침체하자 카드 사용 등 부채소비를 조장하는 경기부양 대책을 펼쳤다. 이리하여 세계적 불황 가운데서 우리나라는‘02년 중 유동성이 M2 기준 11.8%나 늘어나며 7.2%의 괄목할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웃을 일이 아니었다. 가계부채가 급격한 속도로 늘어나, 많은 가계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부채의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융완화를 통한 경기부양대책의 부산물인 거품은 불로소득을 잉태시키며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누군가 거둬들이는 불로소득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의 희생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똑똑한 사람 몇 명이 수십만 명의 먹을거리를 벌어들여도, 그들 몇 가족이 소비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세 등 제2차 분배구조도 정비되어 있지 않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것이 없어 경제성장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 정말 걱정되는 일은 경제력 집중 현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기보다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양극화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시각차이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동시에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면서 해결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상은 지금까지의 상호의존(interdependency)관계를 넘어 국가도 개인도 상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호연결 체제(interconnected system)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승자도 패자도 다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을 경계하여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듯, 먹이 사슬이 튼튼해야 "백수의 왕"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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