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활동이 활발해져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의미한다. 기술수준이 일정하더라도 노동력을 더 많이 투입하고 더 많은 자본을 투하하면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게 하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경제발전은 노동 자본 토지 같은 생산요소들이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동하여 제품을 더 좋게, 더 싸게 만드는 일 즉 산업구조고도화가 진행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성장은 외형적 산출이, 발전은 성장잠재력이 커지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성장과 발전이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양적)성장은 (질적)발전을 이끌고, (질적)발전은 (양적)성장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딱 잘라 구분할 수는 없다.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 동안 세계 각국은 경제성장 내지 경제발전에서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여 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까닭을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한 사회적 수용능력이 나라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스탠포드 대학의 에이브람오비츠 교수(Moses Abramobitz)는 벌써 오래 전에 진단하였다. 당장에는 기술적으로 비록 낙후되어 있더라도 사람들의 의식구조나 제도가 선진화되어 있어 "사회적 수용능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선진기술 습득이 용이하여 성장잠재력을 빠르게 키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화적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기술흡수능력이 배양되어 성장잠재력이 높아지고 경제적 성과를 크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을 억지로 견인하는 정책을 펼치면 고비용․저효율 구조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성장률을 높이기보다는 먼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졸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배태된 황금만능주의가 오히려 경쟁 질서를 해치고 있어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해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비록 성장률이 높고 소득은 올라갔다 하더라도 구성원간의 연대감 등 공동체 의식구조는 오히려 뒷걸음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공동체의식은 먼저 부가가치 증대에 기여한 만큼 나누어 주는 사회적 보상체계가 잘 작동되는데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상을 받을 사람이 상을 받고 벌을 받을 사람이 벌을 받는 데서 질서는 잡힌다. 그런데 "시장질서"보다 "힘의 질서"가 판치게 되면 땀 흘려 일하는 사람과 과실을 향유하는 사람이 각각 다르게 된다. 누군가는 불로소득을 얻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좌절감을 느끼게 되어 올바른 경쟁질서가 형성되기 어렵다.
  # 사회주의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동기부여 제도의 결함이 기술습득과 근로의욕을 방해하기 때문임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나 그럭저럭 시간이나 때우는 사람이나 엇비슷한 대우를 받고 똑 같은 후생복지를 누린다면 누가 기를 쓰고 일하려 하겠는가? 그리고 동남아와 중남미 일부 국가의 경우 한정된 자원의 배분이 시장신호(Market Signaling)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질서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따라 좌우되는 힘의 질서가 우세하였다. 이에 따라 사회적 수용능력이 낙후되고 결과적으로 기술이나 인적자원의 축적이 어려워져 경제 성장과 발전이 더디게 되었다.

  생각건대,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사회적 수용능력이 취약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절대빈곤상태를 벗어나면 문화와 의식구조가 뒷받침되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해진다. 한국경제는 생산요소를 싸게 공급하며 고속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보상체계 내지 동기부여체제가 온전하게 확립되지 못하였다.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오랫동안 진통을 겪는 것은 경제 의식구조 내지 문화적 토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제 성장과 발전은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비로소 의미와 가치가 있게 된다. 예컨대 어떤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불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소수의 사람들은 수천만 불의 소득을 올리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은  소득이 수천 불에 그친다면 사회적 수용능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회적 경제적 활력을 중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성장과 발전의 조화를 이룩하는 일이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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